엄마에 대한 흐릿해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한 기록
2019.07.06
오늘 아침 폭염주의 재난문자가 왔다.
원하는 책이 동네서점에 없어
멀리 나갔는데
길을 걷다가 너무 더워
엄마 너무 덥겠다”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다.
더운 여름, 예쁜 샌들 편안한 거 하나 사줘야지
라는 생각도 잠시 뇌에 스쳤고
시원한 블라우스 하나 사줘야지
라는 생각도 0.1초 스쳤고
무얼 만들어줘야 하나 메뉴 생각도 0.3초 스쳤는데
앞에 가는 깔끔한 차림새의 두 어르신의
뒤꿈치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어르신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신발을
신고 계셨는데
엄마는 항상 예쁜 신발을, 발이 편한 신발보다 더 선호했는데 왼쪽에 계신 어르신이 그런 신발을 신고 계셨기 때문에...
두 어르신의 등을 보며
아 엄마는 이제 없지
난 이제 엄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구나
이건 어떤 감정 일까
누군가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
내 마음속에서 지워서도 아니고
싸우고 냉전 중이라서도 아니고
어떠한 감정의 결과로서 가 아닌
이런 상태에 놓인 내가
너무 생소하고
이상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고
강제적인 현상이다.
감정의 상태를 뛰어넘는 것
그런 것이 누군가의 죽음
가족의 죽음
가까운 존재의 사라짐
인식할 수 없는 어느 지점
난 바삐 걸어가며 다시 무리 속으로 섞여
나의 목표는 서점에 가는 것이 되어있었다.
난 점점 샐러드에 빠져들었다.
엄마의 죽음
건강한 삶
운동
식단
샐러드
좀 더 다양한 샐러드를 만들어보고 싶고
좀 더 다양한 샐러드를 맛보고 싶다.
샐러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맛있는 샐러드를 대접받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유월
어느 날
난 사표를 냈고
동생한테 샐러드 가게를 하자고 제안을 했고
덜컥 동생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사업계획서는 완료됐고
레시피를 연구 중이며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엄마 이름의
샐러드 가게를
하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