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린 오늘이다.
모처럼 휴가를 맞아 집 근처 아울렛에 가서 쇼핑을 했다.
가디건을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비싸고
실용성이 떨어질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최근 러닝을 시작해서 스포츠 의류에도 관심이 있었고
나이키 매장에 들렀다.
오늘부터 추가 20% 할인을 한다는 소식에
긴 팔의 러닝 상의와 하의를 천천히 골라보았다.
다른 추가 할인까지 곁들어서 약 50%에 가까운 할인율로
상의와 하의를 하나씩 샀다.
집에 와서 새 옷을 입고 러닝화를 신어보았다.
바깥에 비가 멈추었길래 신나게 밖으로 나갔다.
공원에 도착하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나는 비를 피해 나무 아래로 갔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뛰는 사람들을
10분간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저 사람들은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뛰고 있는 걸까?'
나는 뛰려고 밖에 나왔으나 숨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얀 러닝화가 더러워질 것 같아서 뛰지 않는 거야?'
'새 옷이라고 비에 젖을까 봐 뛰지 않는 거야?'
'뭐가 두려워서 나무 아래에만 서있는 거야?'
나는 속으로 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나가서 뛰자.'
나는 나무 밑을 나와 공원을 뛰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과 빗물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는데, 피할 게 뭐가 있어.'
그렇게 목표했던 3KM를 달렸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항상 고지를 눈앞에 둔 마지막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인생의 힘들었던 경험들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항상 마지막이 힘들었었지.'
정신을 끝까지 붙들고
페이스를 어떻게든 유지하다 보면 결국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게 된다.
완주 후에도 벅찬 숨을 가쁘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를 반복한다.
인생도 달리기와 비슷한 것 같다.
빗속의 달리기를 하며 나의 인생을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