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촬영결과 허리디스크가 터진 것으로 진단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려보라고 하셨는데
다리를 살짝만 들어도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의사 선생님은 고통이 너무 심해보인다며
진통주사를 놔주셨고
진통제와 함께 약을 처방해 주셨다.
진통 주사를 맞은 지 30분 정도 지나자
고통이 조금 가라앉았고
절뚝이면서 걸을 정도가 되었다.
집 앞에 정형외과가 있어서 망정이었지
없었으면 119를 부를 정도의 고통이었다.
절뚝이면서
그리고 한 차례 쉬면서
천천히 집으로 갔다.
집에 가는 길에 김밥집이 있어
김밥 1줄을 사들고 갔다.
집에 도착하자
집안은 아무도 없고 냉기만 가득했다.
싱크대 앞에 서서
김밥 1줄을 우걱우걱 먹어대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회사 팀장님께 진단서와 함께
허리디스크가 터졌다는 내용을 카톡으로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많이 걱정해 주셨고
내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당시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이라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팀장님의 배려로 1달 동안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주말부부인 탓에 아내가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
씻지도 못하고 초췌해진 나를 보며
아내는 울기 시작했다.
아내는 자신이 집안일을 하겠다며
분리수거부터 집청소, 음식까지 모두 해주었다.
아내는 평소 허리, 목디스크가 있었는데
나를 간병해 주다 목디스크가 심해져
파스를 붙일 정도가 되었다.
내가 아픈데
나로 인해 누군가가 아프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지금은 허리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앉으나 서나 자세를 반듯이 했고
산책을 꾸준하게 해 주었다.
가끔씩 통증이 심할 땐 허리에 주사를 맞고 있다.
내게 왜 이런 아픔이 왔는지 생각했고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신은 내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원망했다.
허리 통증이 발생한 지 1년 반이 지나 이런 생각이 든다.
'고통을 통해 더욱 겸손해지고
혹여나 주변 사람이 아플 때 지나치지 말고 도와주어라.'
신이 있다면 이런 뜻으로 내게 아픔을
주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내가 한없이 겸손해지고
주변 사람이 아플 때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