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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 파주 헤이리 마을

주말에 아내와 함께 모처럼 서울 근교 데이트를 했다. 바람은 선선하고 햇살은 따스하니 날씨가 정말 좋았다.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파주에 있는 헤이리 마을에 갔다. 우리는 연애시절 파주출판도시, 파주에 있는 아울렛은 가보았지만 헤이리 마을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차는 자유로를 달려 1시간 만에 헤이리 마을에 도착했다. 왜 헤이리 마을이라 불렸을까?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헤이리 마을의 어원은 인근 지역에서 불렸던 금산리 농요의 받음 구 후반에 나오는 ‘에 헤이 에 헤이리’에서 유래되었다. 헤이리는 국내에서는 인사동(2002년)과 대학로(2004년)에 이어 2009년 12월에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헤이리 예술마을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국내 문화지구로 지정된 곳이 인사동, 대학로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하니 얼마나 문화가 가득한 마을일지 느낌이 왔다. 우리는 헤이리 마을에서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아내가 'EXOTIC'이라는 양식 식당을 찾았다. 매장을 방문하니 이전에 유럽을 방문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유럽풍의 가구, 식탁, 음식, 심지어 물병까지.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테라스에서 밥을 먹었다. 아내가 선택한 음식은 새우 파스타, 내가 선택한 음식은 버섯 피자였다. 파스타가 먼저 나왔고 한 입 먹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와이프는 서로를 보며 웃었고 맛에 감동하여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자도 씬피자로 토마토소스와 함께 버섯, 땅콩이 올려져 있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평소 피자를 좋아하는 터라 빠른 속도로 피자를 해치웠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와 'SOMETHING PLAY'라는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들렀다. 아내가 인테리어에 워낙 관심이 많아 그곳을 들렀는데 멋지고 세련된 소품들이 많았다. 아내는 고민고민하다가 휴지두루마리를 예쁘게 감쌀 수 있는 포장대를 샀다. 그리고 헤이리 마을 주변 주변을 구경하고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에 들어갔다. 이랜드에서 '되어가는 숲'이라는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입장료가 무료였다. 나와 아내는 전시회에 들어갔다가 작품을 보고 멈춰 섰다.


15. 첨부자료.jpg 이랜드 갤러리 헤이리 - 되어가는 숲 전시회


그림과 함께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걸어보라는, 조금 늦어도, 조금 달라도 상관없다'는 작가의 글이 쓰여있었다. 풀이 흔들리는 모습, 풀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과일 바구니에서 평화로움과 함께 외로움이 느껴졌다. 프랑스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모네의 그림 한 장을 보고 멍하니 보고 있던 적이 있었는 데 그 이후로 처음이었다. 서연님이라는 그림 작가가 주는 느낌과 분위기가 신선하면서도 묘했다. 우리는 한참을 함께 서서 서연 작가님 그림을 바라보았다.



전시회를 나와 츄러스가 유명하다는 카페를 갔다. 카페에서 따뜻한 츄러스를 아내와 함께 나눠먹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지지 않은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않은 일상을 아내와 오랜만에 보내고 있었다. 나의 우울증과 공황증상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쉬기가 곤란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증상들이 오려고 하면 스스로 다독였다. '내 몸아 괜찮아. 공황 증상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상담치료를 해서 그런 지 내 몸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의 데이트를 즐기고 집에 와서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내가 말했다.

"오늘 정말 행복했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어서 고마워."

"나도 고마워. 덕분에 나도 좋은 하루를 보냈어."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일상의 행복과 소중함에 감사해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을 일상의 소중함이 최근 들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상은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 일상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내가 아픔으로써 아내에게 큰 빚을 진 것 같다. 오늘 일상을 행복하게 해준 나의 아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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