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by 소인

시거리길 378번지는 새로 생긴 주소다. 그 전에는 산이나 임야의 지번으로 숲의 발치쯤에는 예전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갈던 비탈밭이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도 대처로 떠나고 남은 사람들 하나둘 세상 뜨고부터는 쑥 대궁이나 개망초가 밭을 점령해 우묵 장성이었던 곳이다. 비탈밭 터서리에는 산밤 나무가 가을이면 알밤을 떨구고 산자락을 가로질러 흐르는 실개울의 가재 등딱지에 빨간 단풍 물들던 한가로운 적막이 낙엽층처럼 쌓일 대로 쌓인 곳이었다. 물은 투명하다 못해 하늘과 숲을 담고 여름밤이면 자욱하게 깔린 뭇별이 한겨울 싸락눈처럼 내려와 물벌레, 가재, 반닷불이서껀 밤도와 축제를 즐기던 곳이었다. 상수리나무는 서로 등을 비비며 도토리 알을 부풀렸고 새끼 데리고 산등 넘던 어미 돼지가 흙 목욕을 즐기던 아늑한 품이었다. 사람이 떠나고 들짐승 날짐승이 천지 빛깔로 살다 가는 인적 끊어진 흔하디 흔한 숲이었다.

새로 주소가 생기고부터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무한궤도의 철 신발을 웅웅 굴리며 중장비가 산을 깎아 길을 냈고 기계톱 인부들이 비행기 소리를 내며 숲을 베기 시작했다. 널브러진 나무 사이를 불도저가 밀어붙였고 롤러가 땅을 다졌다. 파헤친 실개울은 석축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 단단하고 넓은 운하를 만들었다. 가재의 집이 사라지고 산새의 둥지가 무너졌다. 고라니와 멧돼지는 더 깊은 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경사면을 따라 터를 닦아 차곡차곡 양옥풍의 근사한 집이 세워지는 동안 숲의 주인들은 이삿짐을 싸서 쫓겨났다. 이제 밤으로의 축제는 사라지고 사람들의 소란이 자리 잡았다. 일 년 사이에 숲은 얼굴을 바꾸었다.

휴양림 개장을 알리는 소식이 인터넷으로 퍼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편한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숲 속에서도 와이파이를 즐겼고 솔숲 바람소리보다 에어컨의 얼음 바람을 좋아한다. 새로 들인 텔레비전과 살림살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숙소에서 사람들은 연기를 피우고 고기를 뒤집는다. 텐트를 친 사람들은 현대식 개수대에서 야채를 다듬고 샤워장에서 몸을 씻는다. 기간제 노동자들은 썰물처럼 손님이 빠져나간 객실을 허겁지겁 청소한다. 오전 11시 퇴실과 오후 두 시 입실 사이의 시간이 짧은 탓이다.

인간은 숲 속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도시의 가로수에도 눈길 줄 새 없이 바쁘게 돌던 일에서 벗어나 나무 사이로 비추는 적당한 햇빛과 수목을 거쳐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은 도시의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엔 그만이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의 휴양림을 찾는 인구가 늘었다. 국립 휴양림 45개소를 비롯하여 공립, 사립을 포함하여 전국에는 170여 개의 휴양림이 있다. '숲나들e' 홈피에 가면 전국 휴양림 정보와 예약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립 및 지자체가 운영하는 휴양림은 적자 운영이다. 산림조합 중앙회와 지자체가 국립휴양림을 위탁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모두 적자 누적으로 운영을 포기했다. 국립 휴양림은 세금으로 운영하기에 적자를 버텨내지만 휴양림의 정체성에 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도 현실이다. 현재의 휴양림 시설은 에어컨, 와이파이 등을 설치하고 숲 속의 숙박시설로 변질되었다는 느낌이다. 마치 도시 외곽의 럭셔리한 택지를 연상케 한다. 휴양림에서 제공할 수 있는 특화 콘텐츠나 산림치유, 숲해설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적고 주변 관광지의 베이스캠프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산림교육과 트래킹 등을 통한 숲의 이해와 산림 치유에 노력하고 생태 화장실 등으로 콘도나 호텔 같은 숙박 형태와 다른 차별이 바람직하다.

현대인은 편한 것을 찾는다. 숲의 속살과 인간과 생태가 공존하는 자연을 이해하려면 문명의 편리함은 멀수록 좋다. 벌레, 퀴퀴한 곰팡이 냄새조차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와 함께 숲과의 온전한 동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흔한 풀과 깨알 같은 야생화를 관찰하며 자연의 존재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겸허함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밤으로 쏟아지는 뭇별과 바람소리, 나무들의 침묵, 바위를 간질이며 흐르는 물소리서껀 발길에 부딪는 돌멩이 하나에도 지구의 탄생과 우주의 숨결과 맞닿아 있다. 인간도 먼지처럼 사라지는 우주의 부분이며 우주의 섭리는 일체의 목적 없이 탄생과 사멸을 반복할 뿐이라는 무명(無明)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적자를 안고 태어난 휴양림은 원래의 주인을 밀어내고 앓는 중이다. 휴가철 반짝 호황을 맞았으나 코로나 재확산으로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껑충하게 자란 숙소 주변의 풀을 뽑거나 예초작업을 한다.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재개장된다고 해도 방문객의 유입과 운영비용 초과의 엇박자는 계속될 것이고, 산책로 산림치유센터 등 부대시설을 만든다 해도 적자운영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의 문제를 안고 위탁 운영을 기대하는 것도 난망이고 보면 운영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휴양림 본래 기능의 정체성과 흑자 운영은 두 마리 토끼다. 공동체는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이진 않는다. 적자를 감안하고도 운영을 멈추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복지와 여가 등 주민 삶에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은 필요하다. 다만 생태의 학습과 휴양 기능으로서의 휴양림의 정체성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숙박시설을 숲 가운데 옮겨놓은 듯한 지금의 모양새로는 그저 숲을 깔아뭉개고 쉬었다 떠나는 숙박으로서의 기능밖엔 없다. 기획 단계에서 놓친 부분이 있다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제대로 된 휴양림으로서의 모습을 찾도록 관청과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짜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생태와 인간은 상생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제프리 힐은 <자연 자본>에서 '자연은 이제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산처럼 자본이다. 자연은 성장을 가로막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성장을 돕는 자원이다. 자연에 대한 개발과 파괴의 전략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지 말고 신중한 환경 보호와 관리로 성장의 디딤돌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의 복원은 수백 년이 걸려도 원래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휴양한다면 생태는 시들고 망가짐을 되풀이할 것이다. '휴양림'에는 숲과 인간이 명제다. 가공과 인위의 문명을 끌어들인다면 도시 주변의 뻔한 위락시설과 다름이 없다. 휴양림 본연의 기능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에 최근의 신문 기사를 옮겨놓았다. 과연 생태보호와 휴양림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있는가 없는가와, 개발 내용을 살피면서 현대인들의 욕구와 지자체의 개발자들의 의도를 엿보고 판단해 보시라는 뜻이다.

정읍시, 체험형 자연휴양림 조성 돌입

용산동 산 50번지 일원 내장산 자연휴양림 최종 지정-승인
2023년까지 183억 투입, 숲의 보호와 개발을 동시에 진행
(기사 작성: 박기수 )

자연휴양림 지정이 최종 승인됨에 따라 정읍시가 본격적으로 대규모 자연휴양림 조성에 나선다.
시는 지난 21일 용산동 산 50번지 일원 면적 36ha가 산림청으로부터 ‘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최종 지정·승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3년까지 국비 82억 포함 총 183억 원을 투입해 산림 레포츠 시설과 산림휴양 시설 위주의 체험 형 자연휴양림을 도시 근교에 조성할 계획이며. 자연휴양림 지정은 숲의 보호와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숲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잘 가꾸어 그사이 공간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뜻한다. 산림보호 육성과 환경파괴 없는 휴식 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쉽게 접근해 숲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양림으로 손꼽힐 전망하고 있다.

한편, 시는 전체 임야가 시 면적의 47%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내장산 국립공원이라는 훌륭한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시는 지역 명산인 내장산 인근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키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등 행정절차를 이행 해왔다. 특히, 용산호 주변에 수변 생태공원과 음악분수 등 위락시설과 휴식 시설을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연휴양림 조성 예정지 인근 내장산리조트 내에는 JB연수원과 대일 골프&리조트 호텔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시는 자연휴양림 내 도입시설인 알파인 코스터, 포레스트 슬라이드, 네트 어드벤처 등 산림 레포츠 시설 등이 설치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정읍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변 개발 여건과 연계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체류시간 연장, 소비증대 효과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은 “최근 산림욕과 산림 레포츠 등 다양한 산림복지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연휴양림 조성은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산림 생태를 보전하면서 휴양과 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산림문화 공간을 조성해 시민 휴양은 물론 삶의 활력을 제공하는 멋진 장소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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