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청녀(靑女) 소리 없이 다녀가고 한 장 남은 달력 종이 팔랑팔랑 날리는데 묵은 시름 벗겨내듯 묵은 장독 씻어내고 김장김치 들어간다 사철 김치 담아먹는 밥상머리 반찬지기 김치 사설 풀어보자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튼실하다 배추김치 열 받았다 열무김치 총각김치 처녀 김치 타박타박 나박김치 뽀얀 속살 백김치 동동 뜨는 동치미 국물에 쌈 해 간다 보쌈김치 굴김치 비늘김치 박김치 통김치 호박김치 천둥 친다 벼락김치 아감젓에 서거리깍두기 섞사귀세 섞박지 고명 얹어 오이소박이 수박깍두기 참외 김치 국물 맛이 끝내주는 싱건김치 올라오는데 홀아비김치 과부 김치 금은이 서 말이라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 치고 나오너라 억실억실한 훤훤 장부 지게바리 실어다가 서산 짠물 졸여 만든 꽃소금에 숨죽이니 뻐등뻐등 각진 목숨도 헤실헤실 풀어진다 오젓 육젓 짭짜름해 냉동목살 낫게 끊어 보쌈 수육 들어간다 산드러진 알타리무 동글 반반 동치미 무 생김새는 무 쪽이라도 뚝배기보단 장맛이라 초강 초강 물외 쪼갠 소박이도 맛나지만 씨도리배추 씨도둑 못해 떼꾼한 양기 돋궈주고 시든 음기 셈평 피는 보쌈김치 제격이라 황토밭에 원적외선 정기 먹고 무쩍무쩍 총각김치 매고르다 시집 못 간 노처녀가 흠씬흠씬 빨고 지고 서푼서푼 먹고 지고 소불알 늘어지는 오뉴월 장마 통에 뒷산 도린결 그늘 아래 늦김치 신김치 파내다가 토장국에 찰보리밥도 천하일미 으뜸이라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 치고 나오너라 헛심 쓰는 새대가리 이념 때리기 지역 싸움 염병 떨고 주사 떠는 개씨바리 떨거지들 청고추 홍고추 태양초 반불겅이 썩초 찍초 가릴 것 있나 빨갱이 무서워 백김치 처묵나 맵싸한 세상살이 안 그래도 비탈인데 오살하게 씹지 말고 주는 대로 처먹어라 둥둥이 김치 국물 떠다 틀국수 말아먹던 그 시절 그때 사랑방에 모두 모여 둘러앉아라 밉광스런 그네 탄 년 용골때질 왕배덕배 오늘만은 참아준다 배추 속 살살 버무려 간난 백성 얼음 삼동 훈훈하게 녹여보아라 대권 줄 놈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 칙살맞은 유신 꼴통 노스텔쟈 향수병은 구만리장천 날려버리고 똥개혁이든 쌀 개혁이든 착실하게 나라 세워 쏘개질로 날밤 새는 행짜꾼들 몰아내자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장구 치고 나오너라 장다리 핀 돌산갓도 날김치 풋김치 생김치도 무청 배추 찌끄러기 덤불 김치도 엇갈이 중갈이 늦갈이 배추김치도 군둥내 나는 젓갈붙이로 팔자 한 번 고쳐보자 파닥파닥 멸치액젓 미끈 번쩍 갈치속젓 그믐사리 황석어젓 구제비 젓 물 조개젓 까나리젓 개구리 젓 곤쟁이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쌀새우 젓 곰삭은 놈 오사리 늦사리 끌어 모아 팔팔팔 달여보자 젓갈로 버무린 고단한 삶의 표정 속 깊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묻어놓고 물 건너온 *파오차이[泡菜] 짱꼴라 입맛 따라 갈아엎는 농심 천심 볕 들 날 가뭇없어도 긴긴 삼동 먹을 양식 꾹꾹 눌러 담았다가 새봄 새날 오기까지 우리 인생 파김치 되어도 대가리 피딱지 벗겨지도록 수럭수럭 헌걸차게 울끈불끈 기운차게 옹골지게 살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