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다크투어

by 소인

오키나와 다크투어

오키나와(沖繩)는 류큐제도 남부에 있는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현[沖繩懸]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섬이다. 북부는 산과 밀림이고 남부는 낮은 구릉지대로 바위가 많고, 주민들은 거의 남부에 산다. 남서부에 현청소재지 나하[那覇]가 있다. 크기는 제주도의 1.5배이며 인구는 백만이 조금 넘는다. 지금은 관광지로 사철 관광객이 드나드는 아열대의 자연이 아름다운 섬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섬이다.

지도를 펴고 바다에 떠 있는 섬 오키나와를 찾는다. 가이드북을 넘기며 일정을 짠다. 렌터카로 무공해의 바다를 감상하며 섬 일주를 하는 것도 근사하리라. 가공되지 않은 자연과 색다른 섬의 풍물을 엿보는 것도 일상에 찌든 심신을 씻어내기에 그만이리라. 이런저런 궁리에 섬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아열대 식물의 짙은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힐링은 현대인의 화두가 되었다. 휴일과 주말이면 차를 타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강변도로를 달리거나 산과 바다의 풍광을 찾아 내비게이션을 검색한다. 철마다 특산물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국을 무대로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과 고궁이나 박물관 견학으로 교육과 견문을 기르고 유적지를 찾아 역사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

오키나와도 관광과 휴양의 섬으로 기억될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섬 오키나와에 내가 속한 공동체의 선대가 머물렀던 흔적을 떠올린다면 휴양의 섬 오키나와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 건가. 현실인식은 역사인식을 포함한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건 현실과 미래를 다지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인간은 심신을 고단하게 움직여야 인생의 도락을 경험한다. 먹고사는 문제에만 골몰하여 오로지 현재의 안락에 몰입해도 세상의 가치에 인생을 맡겨도 무난한 세상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외연과 내면의 차이는 엄청나다. 우연한 환경에 내던져진 존재처럼 섬은 지구의 형성 단계에서도 우연한 공간이다. 섬의 역사와 문화는 육지와는 독특한 환경과 조건을 타고났다.

오키나와의 속내를 살피고자 한다면 섬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섬은 육지와 떨어진 공간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소외, 배척, 약탈과 침략, 차별의 역사가 스며 있다. 섬이란 특성으로 육지와는 다른 차별과 대우를 받았다. 그런 인식은 우리 내부의 차별적 시선과도 뿌리가 닿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명의 발전은 중앙으로부터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중앙과 지방, 표준어와 사투리, 육지와 섬의 이분법적 인식은 섬을 침략과 지배, 수탈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것은 강자와 약자,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 노동과 인권 차별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육지의 세력은 섬을 점령하여 지배 아래 두었으며 상납과 조공을 바치게 했다. 또한 섬은 육지의 죄수들을 유배시키는 귀양지의 역할을 떠맡았다. 섬의 풍부한 물산을 중앙 정부로 실어갔으며, 권력을 지향하는 계층은 육지의 중앙 정권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과거의 인식이 그러했는데 산업혁명 이후 열강들은 자원 확보와 소비시장으로서의 식민지를 노렸다. 섬은 세력 확장의 교두보였으며 침탈의 좋은 먹잇거리였다. 절해고도의 유배지였던 제주도는 해방 이후 이념 대립의 혼란에서 4•3항쟁이라는 초유의 학살을 경험한다. 섬 주민의 삼분의 일이 희생된 4•3항쟁은 대만의 2•28사건과 시기와 발생 원인이 닮았다. 육지와의 이념 대립, 본토인의 차별적 시선은 섬 주민의 반발을 부르고 저항을 일으켰다. 인간은 배고픔은 참을 수 있지만 불공평엔 저항하는 존재다. 평화로운 섬의 풍경 곳곳에는 참혹한 학살의 역사가 스며 있다. 이차대전 때 남양군도의 작은 섬들은 전초기지가 되었으며, 최후의 저항선으로 격전지가 되어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핏물이 내를 이뤄 바다로 흘렀다. 영문을 몰랐던 원주민들은 피아를 식별할 겨를도 없이 이쪽저쪽의 부역을 맡거나 총알받이가 되었다. 지금도 깊은 바다에 갈앉은 전함과 섬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시멘트 덩어리와 녹슨 포신은 전쟁의 참상을 증거 한다.

오키나와는 조선(한국)과 대만, 중국인의 피가 뿌려지고 뼈가 묻힌 땅이다. 식민 지배 아래였던 조선과 대만의 청년들이 강제로 끌려와 굶주림과 린치로, 강제 노역에 시달리며 비행장과 참호를 팠고, 아시아 근동의 처녀들이 강제로 잡혀와 일본군의 위안소에서 짐승 같은 삶을 이어가다 총알받이로 굶주림과 학살로 생을 마감한 통한의 땅이다. 곳곳에 세워진 위령비와 기념탑은 전쟁을 되풀이 말자는 다짐이지만 오키나와 내부의 이방인인 조선인, 대만인에 대한 불가시화된 존재로서의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 일본 본토와 떨어진 오키나와는 16세기 중반 류큐왕국으로 출발했다. 그 전까지는 태풍을 피해 정박한 이웃나라와의 교역으로 평화롭던 섬이었으나 19세기 말 일본은 오키나와를 자국에 복속시킨다. 오키나와인은 본토인과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다. 그러나 강제 병합을 힘으로 저항할 순 없었다. 현재도 본토인 일부는 홋카이도의 아이누족과 오키나와인을 차별하는 의식을 지닌다.

이차대전 후 미국은 오키나와를 점령, 지배하며 기지를 건설했다. 작은 섬에는 현재 주일미군 기지의 70%가 존재한다. 이후 1972년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로 복귀한다. 그러나 천연의 섬 오키나와를 차지한 미군기지는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오키나와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나아가 미중 간의 군사 대립으로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땅이다. 오키나와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미군기지 철수와 기지에서 누출된 오염물질에 대한 철저 조사 및 미군에 의한 범죄 수사의 공정을 주장한다. 또한 학교에서는 지금도 곳곳에 묻힌 오키나와 전쟁(이차대전)의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계속하며 시민단체에서는 오키나와 평화축전을 해마다 연다.

류큐대학 오세종 교수(재일교포 3세)는 '오키나와의 조선인'에서 불가시화된 차별적 존재인 오키나와 내부의 조선인을 소환할 것을 끝없이 주문한다. 오키나와 북부지방(얀바루) 출신 소설가 메도루마 슌(目取眞俊)은 카누를 타고 미군기지를 향해 시위를 벌이고 오키나와의 학살과 점령에 대한 고통의 기억을 집필하며,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를 개악하려는 아베 정권에 맞서 싸운다. 수상작 「만엔원년의 풋볼」에서 조선인을 등장시킨 그는 전쟁에 대한 공범인 일본 내부의 '수치'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오키나와에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위령비가 다수 있다. 일가족이 일본군에 의해 몰살된 구메 섬의 '구중회 사건'과 위안부 기념비 등이 곳곳에 있으나 오키나와인의 희생 속에 묻혀버린 조선인의 존재가 있다. 우리나라의 분단된 현실에서 남북 정권의 세력과 이념이 공존하는 이국의 땅 오키나와에서 통한의 자취를 더듬기엔 아직도 길은 멀다. 일본 정부는 130여 개소의 위안소와 1천여 명의 조선인 여성, 만 오천명이 넘는 강제 징용자(군부)에 대한 기록은 감추거나 폐기하는 데 골몰한다. 이념과 전쟁, 차별과 학살은 공동체의 영원한 과제이자 평화의 대척점이다. 누구도 지위와 인종, 민족과 국가, 사상과 이념으로 타인을 재단하거나 배척할 순 없다.

현재도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과 위안부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을 부정하거나 속이려든다. 총칼로 아시아를 침략 학살한 데에 대한, 전쟁의 광기에 대한 선대의 만행을 반성하거나 참회하기는커녕, 과거의 전쟁 망령을 불러내는 데에 골몰한다. 불의한 정권의 망동을 묵묵히 따르는 다수의 대중은 과거 선대의 역사로부터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다. 오키나와를 떠올리며 우리의 현실과 내면에 바이러스처럼 각인된 차별과 배제의 시선을 본다. 유행처럼 번진 '소확행(小確幸)'의 삶이라면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성찰과 연대는 더욱 외면할 수 없다. 나의 생각과 실천을 이루는 현실의 작은 행위로부터 소확행이 시작된다고 믿으며 모두가 누리는 공동의 도락으로 확산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로 쫓겨가 마지막까지 몽골군에 저항한 삼별초군. 제주에서 패퇴하자 바람 없는 맑은 날, 해류를 따라 사흘 만에 닿았다는 천혜의 섬 오키나와. 임란 후 도공 장 헌공의 가족이 끌려가 오키나와 도예의 일가를 이루었다는 기록, 1801년, 전라도의 홍어장수 문순득이 표류한 섬 오키나와의 역사와 강대국의 전쟁에 희생된 섬 주민과 조선인, 아시아인의 근현대사를 톺아보며 평화와 인권의 교두보로 거듭나는 오키나와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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