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것인가

by 소인

무엇을 할 것인가

전화기 너머 들리는 소리는 우렁찼으나 돌벽을 쪼는 괭이 소리 같았다. 김 사장이여 아, 네, 누구신게라 나 정이여, 정 고문이여... 십 년만이다 노햇마을 고문의 별장에서 향나무와 소나무 캐다 경상도 땅 종택에 심은 건 그는 정약용의 후손이다 지나치다 주인 없는 종택의 여름 풀베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때 땅벌에 손등을 호되게 쏘여 기억에 남았다 어쩐 일이신게라 야심한 밤에 나무 좀 손봐줘야겠어 손볼 데가 엄청 많으이 건강은 어떠신지 올개 구십삼이여 보행이 좀 션찮구먼 아, 네 가봐야지요 지가 쉬는 날이 평일이라 식전에 찾아뵙지요 해방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한 초여름 전쟁이 터졌다 앞뒤 잴 겨를 없이 입대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국군 장교로 근무했다 이십 초반의 그에게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은 어떤 의미였을까 바닷바람 속 죽고 죽이는 막사 포로들의 희망과 절망은 어떤 무늬였을까 단단한 총알도 씹어먹던 활어의 젊음은 전쟁과 전후의 폐허 속으로 사라졌다 고목으로 흔들리는 말년 두고 갈 종택의 문설주가 철철이 피고 지는 물색없는 나무가 걱정스러워 선대의 계보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그림자가 작아졌다 커진다 무엇을 할 것인가(做什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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