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归家)
귀갓길은 매번 가팔랐다 멀리 떨어진 나는 버스 시간과 기차 시간의 간극을 맞출 수가 없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불 꺼진 정류장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웅성댔다 그것은 그믐밤 묘지의 비석처럼 살풍경했는데 가만 보니 모두들 여유로운 표정이다 애타는 건 나뿐 걸어서라도 집으로 가고 싶었으나 지구 반대편의 집은 까마득했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으나 연신 헛손질이다 터치가 서투른 노인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 신호가 가면 건너편에서 낯선 아내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다 꺼졌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데 나만 집으로 가려고 발을 구르고 있다 아는 얼굴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다 오래전 이승을 떠나온 사람들 같다 나만 살아서 이승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버스는 여전히 오지 않는다 제때 타야 기차 시간에 닿을 수 있다고 되뇐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무슨 종교냐고 묻는다 짜증이 났다 효도는 얼어 죽을 난 권력을 증오하는 아나키스트라고 지껄였다 코가 땅에 닿도록 웃던 사내가 발길을 돌린다 그의 등짝에 칼을 꽂고 싶다 아내는 데리러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개울 건너 풀밭에 있다 새가 울고 들꽃이 가득 핀 마당에서 빨래를 넌다 개울의 깊이는 모르고 건널 수 없다는 것만 단단히 깨닫는다 내가 서 있는 쪽만 조명 꺼진 무대처럼 어둡다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지 아내는 빈 통을 들고 노래 부르며 집으로 들어간다 싱싱한 다리를 치마 아래 벌린다 오늘 안으로 집에 들어가긴 글렀다 아니 돌아갈 집은 점점 멀어진다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저리 꺼져, 씹새끼덜아 외침(呐喊)은 목안에서 울린다 바보 같이 산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 죽었는지 모른다 아아, 씨발 인생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