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읍 동쪽 산자락 충혼탑 주변을 산책한다. 개나리꽃 흐벅지게 피었고 하얀 조팝나무 꽃 휘휘 늘어졌다. 자목련은 저무는 중이고 느티나무 이파리가 참새 혓바닥만치 내밀고 재재거린다. 곰돌이는 산 아래 면소 골 동네를 내려다본다. 예전에 면사무소가 있던 마을을 면소 골이라 부른다. 봉화읍은 1979년 봉화면에서 읍으로 바뀌었다. 충혼탑에는 한국전쟁, 월남전의 참전 군인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1963년에 세운 충혼탑을 1990년에 다시 꾸몄다. 그때 봉화 인구는 칠만이었는데 지금은 삼만 명 남짓으로 줄었다. 전장에 나가서 돌아왔거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인간의 삶에 역사란 국가란 이념이란 얼마나 무참하게 삶을 휘젓는 거란 걸 느낀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은 개념 짓고 이름 짓는다는 것인데, 테두리 외의 대상에 대한 배제와 폭력의 출발을 의미한다. 이 땅의 문명과 문화는 인간 삶에 도움이 되는가. 나는 얼마나 개념 지어진 세상에 빌붙어 사는지. 서양의 사고와 개념에 물든 우리의 문명, 문화는 언제까지 이어질 건가. 비슷한 욕망을 품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두 두려운 무언가에 저항하기 위해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 같다. 바이러스의 공포에 이전 삶의 양식은 무너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청하는데 기득의 무리는 차별을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정착시키는 중이다. 물질과 평화, 신분과 인종, 국가와 장애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을 위계를 나누어 구분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건 폭력이고 야만이다. 더불어 살자면서 끼리끼리의 생존만을 도모한다. 잘난 것들은 법을 피해 교활한 짓거리로 재물을 모으고 그것을 자손에게 물리기에 골몰한다. 인민은 분노하며 지켜볼 뿐이다. 휴일이라 텅 빈 골목을 개와 함께 걷는다. 어제까지 손수레를 밀고 골목의 쓰레기를 치우던 청소부는 지금쯤 단잠을 즐기고 있을까. 하늘길이 자유로운 새들이 짹짹대며 가지 사이를 뛰어다닌다. 개는 멈춰 서서 새의 비행을 눈으로 쫓아간다. 어느 집 담장 너머 밥 익는 냄새가 난다. 도시락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