杂感 (15) ①
일주일째 매듭을 반복한다.
주 오일 근무니까 정확히는 오일째다. 살면서 매듭이라곤 홀쳐 묶기와 팔자 매듭, 그리고 낚싯바늘 묶는 법과 낚싯대 회초리와 원줄을 연결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중선배 탔을 때 로프 묶기는 고참 선원이 했다. 낚시점에서 사는 바늘 채비는 확신이 서지 않아 직접 묶어서 썼다. 나일론 줄 묶기보다 합사(合絲) 실 묶기가 더 어려웠다. 뻣뻣한 나일론 줄에 비해 축 늘어진 합사는 질겼지만 묶기가 수월찮았다. 진흙탕에 빠진 차를 꺼낼 때에도 생각 없이 홀쳐 묶기를 했다. 차를 꺼내 주고 매듭을 푸는 데 애먹었다. 단단히 조여진 매듭을 살살 달래듯 푸는 일은 더 어려웠다. 살면서 숱하게 끈이나 로프 묶는 상황에 처했으면서 매번 홀쳐 묶기를 했고, 능란하게 매듭을 묶는 고수에게 의지했다. 다양한 매듭을 배우고 싶었다. 선물 보따리나 넥타이 리본 등을 근사하게 묶는 매듭 공예가 아닌 기본적인 매듭 말이다. 일상에서 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매듭을 배우기로 했다.
매듭은 실이나 끈, 로프 등에 마디를 만들어 조이기도 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검색하니 기본부터 고수까지 다양한 매듭법이 나와 있었다. 기본 매듭법을 완벽히 익히는 게 우선이다. 화면을 몇 번씩 돌려가며 하나씩 익혔다.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등산용 로프를 썼는데 연습용으론 제격이었다. 매듭법을 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무질러 보기로 한다.
기본 매듭의 범위는 유니 매듭, 사슬 매듭, 적재함 매듭, 줄잇기, 기둥 묶기와 보우 매듭으로 정했다. 모두 여섯 가지인데 이것만 오일 내내 주무른 거다. 물론 시선은 창밖의 길 위에 던져놓고 가끔 줄을 내려다보며 묶고 풀기를 반복했다. 얽힌 매듭은 푸는 걸 전제로 하지만 언제나 성사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의 사고방식은 해결을 정답으로 알지만 삶의 상황은 갈등이 갈등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종말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다. 현대 일본의 소설가 헨미 요(邊見庸)는 <1★9★3★7>(이쿠미나)에서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을 말하며 학살된 중국인의 숫자가 십만 삼십만을 헤아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했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건 한 사람의 하늘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 한 사람의 죽음이 하나하나의 세상의 종말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는 있든 말든 각자의 몫이지만. 지구의 역사 중 개인이 맞은 세계의 종말은 수억을 헤아리고도 남을 거다. 내가 삶의 주인이고 내가 딛고 선 땅, 인 하늘이 곧 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유니 매듭은 일명 자살 매듭이라고 부른다. 당길수록 고리가 조여지기 때문이다. 서부영화에서 교수형 하는 장면에서 자주 보았고, 카우보이가 로프를 빙빙 돌리다 던져 소를 잡을 때 쓰는 매듭이다. 북반구의 숲에서 줄 덫을 놓아 동물을 잡을 때도 이 매듭을 사용한다. 한번 걸리면 달아날수록 조여지기 때문이다. 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설명대로 해보기 바란다.
짧은 줄을 왼쪽에 긴 줄을 오른쪽에 거꾸로 된 U자 모양으로 놓는다. 왼쪽의 짧은 줄을 왼쪽 줄의 위로 걸쳐 가로지른다. 다음은 짧은 줄을 긴 줄의 밑으로 넣어 두어 번 감아 돌린다. 두어 번은 평균 횟수다. 다음에 감은 채로 위에서 아래쪽의 원에 줄을 통과시켜 조인다. 끝이다. 긴 줄을 위아래로 당기면 원이 줄었다 커진다.
사슬(체인) 매듭은 말 그대로 줄을 사슬처럼 역은 건데 트럭 적재함의 고무바, 로프 등의 부피를 줄여 보관하는 데에 편리하다. 가을철 무 시래기를 역어 뒤란 처마에 거는 데도 요긴한 매듭이다. 매듭 방법은 짧은 줄을 왼쪽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돌려 작은 원을 만든다. 그리고 긴 줄을 원으로 조금 통과시키는데 긴 줄의 끝이 아니라 짧은 줄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원을 만든 바로 아래서 긴 줄을 구부려 밀어 넣어 시작한다. 그러면 원을 통과한 줄에서 다시 원이 생긴다. 계속해서 처음처럼 왼쪽의 긴 줄을 원으로 반쯤 밀어 통과하면 사슬 모양이 된다. 시래기를 엮을 때는 원이 생기기 전 긴 줄에 시래기를 얹어 고리에 통과시켜 조이면 차례차례 근사한 시래기 엮기가 된다. 어느 정도 사슬 모양이 완성되면 왼쪽의 긴 줄 끝을 잡아 원을 통과시키면 풀어지지 않는 긴 사슬 모양의 줄이 된다. 풀 때는 통과시킨 끝 줄을 빼서 당기면 마술처럼 스르르 풀리며 원래의 직선이 된다.
적재함 매듭은 내가 붙인 말인데, 고무바나 걸개가 달린 깔깔이 대신 로프로 물건을 움직이지 않게 묶는 데 용이하다. 말로 설명하긴 쉽지 않다. 먼저 반대편에서 짐 위로 넘어온 줄을 양손으로 잡는다. 잡을 때 왼손은 위쪽으로, 끝줄 쪽은 오른손으로 쥔다. 왼손으로 줄을 잡은 채 오른손 끝줄 중간쯤을 잡은 채로 왼쪽 줄로 올린다. 그러면서 올린 오른쪽 줄을 원 모양으로 접으면서 왼쪽 줄 위로 놓는데, 왼쪽 줄의 왼편으로 가로로 놓게 만든다. 간단히 모양을 개관하면 직선의 왼쪽 줄 위에 오른쪽 줄이 올라가 타원형의 원을 이루며 왼쪽 줄 위에 얹은 형상이다. 그러면 당연히 왼쪽 줄 위에 옆으로 누운 아래쪽에 기다란 원이 생긴다. 지금부터 중요하다. 밑에 생긴 원의 왼쪽 줄을 앞에서 왼쪽 줄 위에 가로로 누운 원 모양에 위에서 밑으로 돌려 두 번 감는다. 이때 오른손은 계속 오른쪽의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 두 번 감는데 원의 오른쪽에 한 번 감고 두 번째 감을 때는 반드시 오른쪽에 감아야 한다. 그래야 줄이 풀어지지 않고 긴장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도 중요하다. 포기 말고 계속해 보자. 감은 후에도 줄이 남아 약간 작은 원이 남는다. 두 번 누운 고리에 돌려 감은 후 오른쪽 줄의 중간 끝을 꺾어 남은 원에 넣은 다음 트럭 적재함 고리에 건다. 그리고 오른쪽 끝의 줄을 당기면 전체적으로 줄이 팽팽하게 조여지며 화물이 단단히 압박된다. 마지막 오른쪽 줄을 적재함 고리와 단단히 묶는 건 자신의 방법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