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

by 소인

杂感 (16)

선거 끝나면 정치인은 허리 굽혀 인사한다.
반성과 사과를 겸한 국민을 향한 세리머니는 한동안 계속된다. 대체 저들이 뭘 잘못한 걸까? 선거운동 기간 중 각종 여론조사 통해 민심은 어느 정도 파악했을 터.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란 건가. 막판 뒤집기로 백지장처럼 얼비치는 간발의 승부를 바란 건가. 자신들은 자신들의 정책과 바람으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는가. 언제 민심 헤아려 손이 발 되도록 뛰어본 적 있나. 자기들의 기득권, 자기들의 단단한 성벽 지키자고 표 강도질 안 했나. 민중이 어리석다고 속으로 얕잡아 본 게 누군데 반성질이라니. 그랬으면 됐지 뭐한다고 자꾸 고개 숙이나. 다음 선거 때 잘 봐달라는 읍소 전략이란 건 안다. 그러나 여야를 떠나 나쁘고 덜 나쁜 놈의 차이지 정치가 언제 인민의 눈물을 씻어주기는 했나. 개인의 욕망과 포부로 정치에 입문했으면 찢어지고 갈라 터져도 자신의 생각을 펼치면 될 일이지 좆 빤다고 사과하고 지랄인가. 권력을 쥐러 나왔으면 개싸움을 하든 거머쥘 일이지 약한 자 선한 자 억울한 자 코스프레를 한단 말인가. 인민의 필요 하나를 가지고 밀어붙이는 군소 정당의 결기는 비웃어 넘기고 거대 정당의 울타리에 기대 어깨 힘주고 다닐 때는 이럴 줄 몰랐다고. 도덕과 양심은 지조가 생명이다. 죽어도 안 그러겠다고 할 때와 빈대떡 뒤집듯이 홀라당 뒤집는 지조는 개도 안 먹을 텐데 여야가 경쟁적으로 말 바꾸기 게임이다. 한마디로 씹새끼덜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아도 여든 야든 금배지 단 물건들의 세상살이는 복되고 기름지다. 생존 걱정에 버짐 핀 인민의 밤은 고통의 나날인데 염장 지른다고 상처에 소금 치나. 좆 퉁수는 여의도 둑에 가서 불고 제발 반성문 좀 쓰지 마라.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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