杂感 (17)
시청에 여자가 찾아왔다.
그녀는 모자란 듯 보였다. 오십이 되었을까. 남루한 입성의 그녀는 수십 개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자 당황했다. 어렵게 말문을 연 그녀에게 삼십 중반의 주사가 물었다. 일자리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서류는 갖고 오셨나요? 서류요? 한껏 주눅든 표정이다. 젊은 주사는 그녀에게 신청서 등 서류 뗄 것을 일러준다. 알아듣지 못하는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주사의 얼굴을 쳐다보자 반말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준비할 서류와 거쳐야 할 부서를 말하며 다시 확인한다. 마치 머리 나쁜 동생에게 하는 투다. 네, 네 알아들었는지 어쩐지 그녀는 고분고분 고개를 주억이다 사무실 문을 밀고 사라졌다.
여자는 아마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저래 갖고 일이나 제대로 할는지... 꽁무니 빼듯 사라진 그녀의 뒤에 누군가 중얼댔다. 일자리... 오십 전후의 여자 민원인 젊은 주사 반말... 가난을 이맛빡에 붙이고 나선 그녀의 용기는 화려한 청사 건물에, 일제히 쏠린 눈알에 발가벗듯 달아났다. 공무원 고시를 뚫고 나라의 녹을 먹게 된 젊은 주사의 태도는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야, 이 씹새꺄!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네가 공무원이면 다야, 가난한 것도 쪽팔린데 일자리 알아보러 구차스레 나섰더니 사람 깐보고 반말 지껄이냐?'라고 따졌다면 기간제 주제에... 눈깔 뒤집고 거품 물었을 거다. 모르는 여자의 사연이 필름처럼 돌아갔다.
그런 새끼에게 젊잖은 말로 차근하게 두서 가려가며 품위 있게 속삭여줄 마음은 애초에 없다. 이런 개새끼들이 공무를 집행하며 시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면 때마다 바뀌는 대통령은 개좆으로 보겠지. 차별은 전방위적이다. 학벌 지역 성별 빈부의 차별은 봉건시대의 위계만큼이나 굳어진 습성이 되었다. 차별을 하는 쪽도 차별의 공포가 내면화되어 자꾸 차별하지 않으면 자신도 배제될까 두렵다. 자연적이든 사회적이든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더럽게 질기다고 누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