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

by 소인

杂感 (18)

개가 똥 눌 때의 표정을 본 사람은 알 거다. 낭패한 표정. 등을 활처럼 잔뜩 구부리고 뒷발을 앞으로 모아 힘을 준다. 어쩌다 주인과 마주치면 눈길을 피한다. 똥을 다 눈 개의 표정은 원래로 돌아간다. 뒷발로 흙을 긁어 뿌리고 힘차게 달린다.

초소 근무원의 용변은 알아서 하는 식이다. 큰 일은 이백 미터의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 야외 화장실에 걸어서 간다. 문짝이 떨어진 걸 얼마 전 누가 수리했다. 오줌은 초소 뒤에서 해결한다. 어린 단풍나무 가로수가 그나마 잎을 다 날린 초봄엔 엄폐물이 없다. 초소 뒤편은 논이다. 오가는 차에서 보이는 각도를 피할 수 없어 양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아 어깨를 잔뜩 웅크린 자세로 볼일을 본다. 남자의 오줌 누는 자세는 멀리서도 가늠할 수 있다. 볼일이 끝나면 비로소 옷을 털고 낭패한 자세에서 벗어난다. 남자라서 그렇지 여자 근무원이면 매번 먼 거리를 가야 한다. 남자는 돌아서면 은폐가 된다. 자세는 풀 수 없다. 배추 꼬랑지만 한 물건 좀 보이면 어떤가. 하지만 인격은 가릴 수 없다.

신분, 재산, 성별의 차별 없이 생존을 유지하는 사회가 기본적인 사회다. 수목 감염병 초기의 근무원은 맨땅에서 근무했다. 땡볕과 비바람을 막으려고 텐트를 가져다 친 사람도 있었다. 컨테이너를 세우고 전기를 넣은 건 최근의 일이다. 건의를 넣어 '사서 고생'할 사람 있을까. 근무원은 을의 지위를 위태롭게 버틴다. 자칫하면 병이 치고 올라올 태세다. 국가가 시민을, 사업주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난 잠시 존엄을 팽개치면 되지만 택배 기사나 경비 노동자는 연일 죽거나 다친다. 아파트 주민들은 주거의 품격을 위해 땀 냄새나는 택배 노동자를 더러운 물건 취급하지만 정작 더럽게 쌓이는 건 그들의 바닥난 인격이다. 바닥난 인격으로는 얕은 여울밖에 건너지 못한다. 어차피 물 건너는 건 그들의 관심 밖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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