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체에 가시가 돋쳤다. 목구멍은 콘크리트를 부어놓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는다. 아침에 보였던 산의 형체가 부연 실루엣으로 희미하다 점심 지나자 아예 사라져 버렸다. 황사에 지워진 산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모두 물밑에 숨은 듯이 지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움직임은 있다. 수배자나 쫓는 자나 침을 삼키고 어둠을 노려보고 있던 거다. 바이러스가 삼켜버린 일상의 패러다임은 자기가 원했던 욕망이 실은 원하도록 조작됐다는 데 있다. 보고 해석한 세상은 이미 과거의 인간이 해석한 대상이었으며 나의 희망도 진부한 희망이란 걸 깨닫거나 깨닫지 못하거나 흐른다. 산이 다시 나타나도 예전의 그 산이 아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닌 것처럼. 생성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다 소멸되는 것 같이 삶은 허망을 베이스로 깔고 반복된다. 새로운 희망의 실루엣이 나타날까. 산은 지워졌다 다시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희망이 그렇듯이. 내가 보듯이 너도 보고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공감과 연대로 가는 과정이다. 결과는 장담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