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초소
이 개월의 S면 근무 마치고 낙동강 초소로 옮겼다. 이 개월마다 순환근무는 이동조, B면 초소를 거쳐 원래의 S면으로 복귀하면 사업이 종료된다. 십 개월의 기간제 근로계약이다.
낙동강 초소는 B군과 A시의 경계에 있다. 길 옆의 수직 절벽 아래에 초소가 있고 길 건너엔 강이 흐른다. 태백 황지못에서 발원해 석포, 분천을 거쳐 내려오는 강의 상류 지점이다. 초소 옮기니 전에 근무한 S면 초소가 작고 볼품없었는지 알았다. 컨테이너 넓이는 전보다 두 배 크고 탁자와 기름한 소파가 두 개, 일 인용 소파가 하나 있다. 도시락을 의자에 올려놓고 먹지 않게 되었다. 테이프로 땜질한 버려도 됨직한 낡은 소파지만 초소에서 요긴하게 사용한다. 초소에서 B군 방향으로 백오십 미터 위쪽에 강 건너 양삼 마을로 가는 다리가 놓였고 A시 방향으로 백 미터 지점에 낙석방지 터널이 이어졌다. 다리 쪽 시야는 일 킬로 가까우니 차량의 식별이 쉬운 데 비해 아래쪽 터널 방향은 가시거리가 짧아 식별이 어렵다. 나무 실은 차가 막 터널을 빠져나와야 보이기 때문에 발견해도 초소에서 뛰쳐나와 차 세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행이라면 하절기로 접어드는 시기라 화목 등 나무류의 이동이 드물다. 가까이 청량산 도립공원이 있어 주말엔 나들이 차량이 많다고 한다. 도립공원 입구에는 캠핑 시설이 있다.
맞춤하게 내린 비로 수량은 잔잔히 흘렀고 강은 투명한 물색이다. 다리 위로 가니 물 바닥에 잉어가 논다. 두 자 가까이 되는 강 잉어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잉어는 꼬리를 흔들어 물의 흐름에 맞춰 바위에 붙은 강도래와 물이끼를 핥아먹는다. 물속의 바위나 다리 아래 그늘을 좋아하는 습성이라 다리 위에서 찬찬히 살피면 잉어를 볼 수 있다. 깨끗한 빛깔의 강모래가 깔린 바닥을 훑듯이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헤엄치는 잉어는 수묵화 같았다. 주문진에 있을 때 바다로 통하는 개울에서 잉어를 낚았다. 감자를 설삶아 잉어용 스이 꼬미(吸い込み)에 꿰어 던지면 두 자짜리 잉어가 바늘을 삼켰다. 한 해 가을에만 열댓 마리를 잡아 연못에 놓아주었는데 수달이란 놈의 겨울 양식으로 바친 꼴이 되었다. 수평선의 파도소리와 일출을 보면서 손맛 본 잉어 낚시는 세 해 내리 하다 그만두었다. 작년 물난리로 강 한쪽의 버드나무들이 물에 쓸려 바닥에 누웠다. 쓰러진 가지에서 새잎이 나왔다. 터널 앞의 살아남은 나무들은 잎을 우렁 하게 키우며 일렬횡대로 늘어섰다.
점심 지나 산불감시원 차가 초소 앞에 멈췄다. 센 머리에 마스크 한 감시원은 가끔 초소에 들러 쉰다고 했다. 근처에서 펜션 한다는 그는 겨울 동안 심심파적으로 산불 감시를 하는데 도립공원 소속이라고 했다. 그는 이 지역 사람들은 강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강에는 꺽지, 쏘가리, 퉁가리 등 물고기 종류는 많은데 상류의 아연제련소에서 배출한 오염수 때문에 잡아먹지 않는다는 거였다. 오 년 전에는 제련소 오염수 탱크가 넘쳐 하룻밤 사이 물 위 하얗게 떠오른 고기의 사체가 코를 찌를 정도였다고 했다. 기관과 환경단체에서 오염수 배출의 경위를 조사하고 수질 오염을 측정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지금도 환경단체에서는 업체의 철수를 주장하며 끈질긴 협상을 벌이지만 지역민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해결을 보지 못한 상태다. 제련소 측에서는 오염 방지 시설을 추가로 세운다고 하지만 긴 안목의 차원에서 제련소는 사라져야 한다. 내가 일한 적 있는 일월산 아연광산에서 캐낸 아연 원석은 모두 S면의 제련소로 들어갔다. 제련소 주변의 산은 중금속으로 수목이 살지 못하는 민둥산이 되었고 지하수, 강의 오염도 심각하다.
이 지역의 산에 온갖 약초가 많게 생겼다고 했더니, 그는 전국에서 떼로 몰려온 약초꾼이 전부 캐 가서 남은 건 별로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오래전 청량산에서 칡덩굴 제거작업을 했다. 복분자나 으름덩굴, 더덕이 많았다. 풍선으로 씨 퍼뜨린 산양삼과 값나가는 약초는 이미 손을 타서 씨가 말랐단다. 산불감시원은 다리를 걷기도 하다 쌀과자를 나눠주고 수고하라며 손 흔들고 떠났다.
오후 세 시가 되자 햇발은 수직 절벽 너머로 사라졌다. 작년 겨울 낙동강 초소에서 근무한 동료는 겨울철엔 정오 지나면 해가 넘어가 추위가 일찍 찾아온다고 했다. 청량산의 봉우리가 마치 쌍봉낙타의 등처럼 구불텅하다. 아담한 산릉이지만 여름의 신록과 가을철 단풍은 일품이다. 강을 내려다보는 마을에는 밭에 비닐 덮느라 사람이 움직였다. 산자락 가로질러 기다란 사과 과수원이 있고 집 주변에 금을 그어놓은 것처럼 조각보 같은 밭이 오종종 모였다. 닭울음소리가 강 건너 들려왔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산야는 연초록 물결로 덮여 풍선처럼 부푸는 중이다.
오후 들어서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두 차례 지나갔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물 튀기며 차가 지나간다. 반짝반짝한 모터사이클이 가끔씩 우레 같은 소리를 뽐내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절벽에는 부처손이 돌단풍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 자라고 길가에는 병꽃나무 꽃이 만발했다. 끝물인 괴불주머니 꽃은 노란 꽃을 내밀고 하느작댄다. 민들레는 공 모양의 솜털 달고 바람을 기다린다. 참나리는 잎을 수탉의 갈기처럼 펼치며 무성하게 세력을 키워 나간다. 초소 뒤쪽의 여남은 그루의 두릅나무 곁가지에서 두 번째 싹을 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