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 이틀 중 첫날은 집안일로 보냈다. 시내 나가 텐트 스트링과 스토퍼 몇 개 사 오고. 새벽에 곰돌이랑 산책하고 아침 먹고 내성천변 캠프장에 갔다.
이런... 데크에 텐트가 꽤 있다. 새로 산 타프를 치느라 애먹었다. 한쪽을 세우면 바람이 폴대를 툭 치고 쓰러뜨린다. 대충 세우고 텐트까지 폈다. 지난겨울 함께 다닌 동계용 텐트다. 머리 위로 차가 씽씽 달리는 고가도로 아래는 비 오는 날 좋다. 천변 공원에 데크를 깔아서 캠핑족이 쉬었다 간다. 개울 건너편에는 차를 대고 야영하는 공간도 있다. 가까이 마트 있으니 장보기도 쉽다. 소읍 한가운데 캠핑이라 소음과 오가는 사람이 본다. 도시에 살던 외지인이라면 느릿한 소읍의 풍경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조용한 캠핑을 즐기려면 개울이나 산으로 가는 게 낫다. 캠핑은 그저 멍 때리며 밥을 끓이거나 누워서 하늘 보는 게 좋다. 일상에서 하던 걸 끌고 와 뭘 하느라 애쓰면 캠핑이나 집안일과 다를 게 없다. 혼자서 움직이며 풍경에 눈 담으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다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자도 책도 내일 계획도 지금은 끊는 게 편하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돌아볼 수는 있다. 밤으로 술 한잔 마시고 별 보다 잠드는 것이면 어느 바닷가 모랫벌에 고요히 잠드는 인생과 닮았다. 국량이 넓지 못해 사사건건 내 생각대로 바로 보고 해석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세상과 불화가 잦다. 살아오면서 흔연히 만나고 술 마시고 지낸 벗들과 멀어졌다. 흔연(欣然)히 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살 수는 없는 까닭이다. 안부 주고받거나 가끔 찾아가는 친구 몇이면 족하다. 사랑과 우정은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멀리 있어도 생각나는 사람 있으니 외롭지 않다.
물 끓여 커피 마시고 음악 듣는다. 겨울엔 역사 유적을 찾아 남도와 동해안, 경상도 내륙을 돌았다. 생태를 대상화해서 손맛을 즐겼던 낚시도 멀어졌다.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고통이 내게 전이된 까닭이요, 무엇보다 산하의 물이 더러워진 때문이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될 자신은 없다. 비 잦은 한반도. 앞으로 쉬는 날 한 달에 두어 번은 캠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