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by 소인

요구르트

점심 도시락 펼 때 동료는 언제나 요구르트를 건넨다. 이른 봄 첫 근무 때부터 그랬다. 넉 달 동안 마신 요구르트는 평생 먹은 양을 뛰어넘을 거다. 아내가 매일 도시락 가방에 넣어준다는 그의 말을 믿기로 하고 도시락을 싹싹 긁어먹은 뒤 홀짝 두 모금에 비운다. 어떤 날은 고급스러운 병에 담긴 발효유를 건네기도 했는데 그런 날은 두 배로 감사를 표한다. 정말 어떤 날은 요구르트를 가져오지 않은 날 있었는데 그럴 때면 슬쩍 서운해지는 거였다. 혹시 요구르트가 끊기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들기도 했는데 이튿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요구르트가 점심상에 등장했다. 아마 깜빡 잊은 게지. 난 가끔 동료에게 얻은 빵을 주거나 장 볼 때 산 음료를 건넨다. 그리고 밥 먹은 후 교대로 쉴 때 풍혈 앞에 깔아놓은 돗자리와 비닐 베개를 그에게 빌려준다. 휴무 전날 그가 밖에 다닐 때 잽싸게 초소 바닥을 쓸어놓거나 새 쓰레기봉투를 슬며시 가져다 놓기도 한다. 그러면 그는 무척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의 가르침대로 한 번도 반찬을 나누지 않았다. 한 번은 새봄에 올라온 쪽파로 파강회를 만들어 온 동료가 맛 좀 보라고 해도 난 웃기만 하고 손대지 않았다. 파강회는 나도 즐기는 봄철 음식이다. 그 뒤부터 도시락을 펴면 흘깃 서로의 반찬을 빠르게 살피고 요구르트를 주고받은 다음 밥을 먹기 시작한다. 언젠가 얘기 중에 동료가 내 반찬을 꺼냈다.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기억하는구나' 생각했다. 난 지난겨울 빙판길에서 수완을 발휘한 건 요구르트 아줌마의 전동 리어카라고 치켜세웠다. 어쩌면 동료의 냉장고엔 요구르트가 쌓여 있을지 모른다. 그는 줄에 매달려 페인트를 칠했고 난 산에서 나무를 베었다고 했다. 슬슬 더워지는 요즘 날마다 아이스박스에 도시락과 얼음물 채워 출근한다. 아내는 인부들 참 챙겨 일 나가는 오야지 같다고 놀렸다. 동료는 오늘부터 가져온 요구르트를 아이스박스에 넣어달라고 했다. 점심때 시원한 요구르트를 마실 요량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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