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

by 소인

杂感 (33)


어떤 무식한 놈이 벚나무에 나사못을 박았다. 못 박힌 자리에서 봄 되자 수액이 눈물처럼 흘렀다. 맥가이버 드라이버로 나사못을 빼주었다. 한 달쯤 가보니 못 뺀 자리에 수지(樹脂)가 굳어 상처를 아물게 했다. 나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한 거다. 가지치기하면 나무는 잘린 부위를 제 힘으로 아물게 한다. 침엽수는 둥치에 바싹 대고 자르고 활엽수는 일이 센티미터 여유를 두고 자른다. 상처가 아문 지융부는 굳은살처럼 나무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어린 나무를 당겨서 뽑으면 사람처럼 인대가 늘어나 죽게 된다. 나무도 피부 이식을 하고 접합 수술도 한다. 살아 있는 세포는 증식, 저항 , 면역 계통이 있다. 나무를 장식품이나 사물로 대하는 것들은 산 나무에 못질하고 나무의 팔다리를 제맘대로 자른다. 그런 놈은 제 땅에 말뚝이라도 박으면 죽인다고 날뛰며 덤빌 거다.


유명한 사진작가가 노송(老松)을 찍으려다 풍경을 가린다고 작은 소나무(실제로 백 년 넘은)를 마구 베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존경받는 사진작가 밑엔 따르는 제자도 수두룩할 거다. 작가는 이미 전부터 생명 경시와 이기성이 충일한 존재였다. 어쩌면 제자 중 누군가 부화한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가지에 매달리게 해 놓고 사진에 담았을지 모르겠다. 세상엔 살아 있는 벚나무에 못을 박는 위인과 작품 만든다고 애먼 소나무를 죽이는 위인이 있다. 그러고도 거리를 활보하고 행세하는 이를 간단히 일러 '씨발놈!'이라 하기엔 뭔가 모자란다. 차라리 그의 손바닥에 못을 박거나 발목을 잘라 내는 게 합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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