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감

by 소인

杂感 (35)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졸라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인식의 확장은 멀다. 이미 가두어놓은 세계 안에서만 행위하고 사고하기 때문에 인식의 확장은 멈추거나 정체된다. 확증 편향은 집단 무의식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내 편은 언제나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똑똑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상대의 비방은 순전히 가공된 억측이며 비방을 위한 비방일 뿐이다. 설혹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와도 판사 등이 완전히 기만당한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그동안 우리 편이 해온 것이 얼만데 감히 억측으로 성과와 업적을 폄하하려 드나.


논리적 이성적 합리적 사고는 애초에 물 건너갔다. 집단 무의식은 종교의 최면과 같아서 눈앞에 보이는 현실조차 믿을 수 없다. 상대는 모두 악마의 화신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의혹과 불신투성이다. 어찌 저들과 같은 공동체 안에서 숨쉬고 삶을 이어가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우리의 빛나는 대표가 그깟 돈 몇푼에 흑싸리 껍데기 같은 이권에 침 흘리고 덤볐을까. 절대 그런 인품도 인격도 아니다. 그러니 감옥에 들어가도 꺼내 와야 한다. 불행한 사건은 불운의 탓일 공산이 크다. 내 편은 떳떳하고 진실하다. 좆도 모르는 무지렁이들은 입을 닥치고 물렀거라!


약국 앞에서 농성이 벌어지자 알만한 누군가가 말했다. '저리 지랄해싸도 나중에 군수가 잘했다고 할끼다. 미친넘들!' 잘한 건 잘한 거고 못한 건 못한 거라고 해야 합리적 비판이다. 나 같으면 이렇게 말하겠다. '잘한 건 잘했는데 끝물에 뇌물받아 처먹어 좆됐다'라고. 군수를 밀었던 사람, 군의회는 꿀 먹은 벙어리다. 아무리 촌놈이기로 침묵을 방패로 삼다니 비겁하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불공정과 정의는 따지고 밝혀야 사라지고 살아난다. 역사는 그렇게 돌아야 제자릴 찾는다. 우리는 그동안 비뚤어질 대로 어긋난 역사를 살아왔다. 지겹지도 않은가. 간밤엔 비 와서 농민회 사람들 고생 좀 했겠다. 깜빡 잊고 있다 나중에 생각났다. 난 이런 놈이다. 담에 생수라도 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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