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유토피아

by 소인

당신들의 유토피아


어릴 적 목놓아 울었던 들판에

남은 가여운 영혼은 없다

모두 떠나간 빈 들에 탄화된 영혼의

씨앗 같은 껍질


밥보다 중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밥도 사랑으로 뜸 들이고 사랑으로 퍼 담지요

사랑과 관계하는 밥이란 점에서

밥은 사랑 이상이지요

밥이 없으면 사랑도 맥을 못 춥니다

그러니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후에 생각이 따라가지요

그런데 밥이 넘치면 사랑도 남아돌아요

넘치는 밥 남아도는 사랑은 자연의 법칙을 뒤흔듭니다

썩은 사랑, 쉬어버린 밥의 냄새에

미움과 증오가 서립니다

전쟁의 연기 피어오르고

목이 잘린 병사가 급식소 앞에서 하품을 합니다

시켜 먹고 부려 먹고 박아 먹고 아이까지 낳아주는 여자는

제일 낮은 등급을 매겨

등수에서 제외합니다

아이를 묻고 돌아온 여자들

칼과 총으로 무장합니다

지나간 역사는 말짱 도루묵이니

미래를 위해 주체적 각성을 주장하는 철학자

멱살 잡힙니다

성난 사람의 헌 술이

새 병에 담깁니다

일류 시민으로 모시겠다는 후보

모시옷에 똥 묻을라 조심합니다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 없다고

불평하지만 실은 이런 게

평등의 세상입니다

여기는

차별과 혐오, 배제와 싸움이

공생하고 연대하는

부동산을 숭배하고 지역의 숨통 끊어놓는

당신들의 유토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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