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꺼 일기

by 소인

一人暮らし(9)


떨어진 기온에 바람까지 보태니 더 춥다.

의 온도계는 -5도. 떠나온 B읍은 -14도까지 내려갔다. 기온 차가 거리만큼 난다.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코앞만 보고 걷는다. 목도리를 두르고 종종걸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샤워하고 풀에 내려가니 한 사람이 퐁당퐁당 중이다. 준비 운동하고 물에 들어가니 물이 따듯하다. 뒤에 온 남자는 온천물이라며 웃는다. 그를 따라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시작했다.


술문화회관(예술회관)과 문화원의 차이를 처음엔 몰랐다.

당연히 같은 단체로 생각했다. 예술회관 건물은 호텔과 수영장, 그리고 예술회관 교육장 등이 있다. 알아본 수채화 강좌는 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교양 강좌다. 난 당연하게도 예술회관 사무실에 전화 걸어 강좌에 대한 사항을 문의했다. 그러다 함께 수영하는 남자에게서 문화원에도 교양 강좌가 있단 얘길 들었다. 그쪽도 알아보았다. 실내 수영장이 있는 문화예술회관 수영장은 현재 강습 없이 자유수영인데, 이용 금액이 하루 5,000원이다. 난 장애인 50% 할인으로 2,500원만 내면 된다. 호텔 앞 주차권도 세 시간짜리를 줘서 차 대기도 좋다. 그런데 수채화 강좌는 2월~6월까지인데 수강료는 180,000원이다. 매주 화요일 90분 1회 20주 교육이다. 부부 동시 수강과 중복 수강일 경우 10% 할인이고 다른 할인 제도는 없다.


그런데 문화원은 연회비 48,000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3월부터 7월까지 하는 수채화 강좌 수강료가 140,000원에서 50% 할인되어 7만 원이다. 시간은 화•금 두 시간씩(10:00~12:00)이다. 문화원이 교육비도 싸고 시간도 두 배 이상이다. 돈과 시간을 따지면 문화원이 월등 낫다. 단지 예술회관은 차 대기 좋고 새 건물이지만 문화원은 예전 읍사무소 건물에 주차장이 없는 게 흠이었다. 낡은 건물은 그림을 배우는 데 문제 되지 않지만 접근성이 힘든 건 사실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예술회관 위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다. 문화원까지 거리는 직선거리로 이백 미터 정도였다. 한 떼의 젊은 사람들이 신호등 앞에서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서 있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까 손으로 모자를 잡고 문화원에 들어섰다.


강료 할인받으려고 회원 가입을 하다니.

건 아무래도 좋다. 섬 주민으로 등록하고 문화원 회원이 되니 한층 섬사람이 된 기분이다. 혼자 살면서 생활비를 아끼려고 하다 보니 싼 것만 찾는다. 편의점에서 초코바를 살 때도 2+1을 살핀다. 초코바는 수영 전에 먹는 에너지 바다. B읍에서부터 버릇이 됐다. 이젠 끊어도 될 것 같다. 내 소비처는 마트와 옆에 붙은 다이소 두 군데다. 집에서도 심심하면 시내에 있는 다이소 들르는 게 버릇이 됐다. 아내와 딸은 다이소 마니아라고 놀려댔다. 소소한 살림 장만하느라 처음 며칠은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이젠 마트 들렀다 나오면서 다이소 매장 안을 흘낏 보고 지나친다. 한때 한일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유니끌로, 다이소 매장이 한산할 때도 다이소에 갔다. sns에서 다이소 가는 사람은 매국노, 친일파라고 분노했다. 누구보다 일본을 안다고 자부한다. 또한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를 밀어내길 누구보다 원한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상품의 '가치'보다 '실용가치'가 우선한다. 그깟 일본 상품 안 산다고 저들의 교활한 침략 근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안의 친일 매국의 심리가 씻겨지는 것도 아니다. 잡놈은 지옥에서도 잡놈이다. 버블 경제 이후 침체기에 빠진 일본의 경제는 차치하고 그들이 전쟁의 망령을 불러내는 데 누구보다 증오한다. 일본 정부와 그런 정권을 무조건 따르는 국민성에 질릴 정도로 분노를 느낀다. 가난한 자에겐 현재 선택권이 없다. 다이소의 저렴한 물건을 손대기로 했다.


요즘은 마트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는 게 고작이지만 가끔 돼지고기를 사다 김치 넣고 볶는다. 집에서 안 해서 그렇지 살림엔 도가 텄다. 마늘은 사다 찧어 설얼렸다가 크기 별로 잘라 냉동실에 보관했다. 파도 썰어 놓은 걸 반찬 만들 때 조금씩 꺼내 쓴다.


무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기역자로 놓인 책상 양쪽에 앉은 두 사람이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인사한다. 봄철 교양 강좌 때문에 왔다고 하니 우선 칸막이 쪽의 소파에 앉으란다. 사무장(나중에 책을 보니 한 여자는 사무국장이었다)인 여자에게 수채화 강좌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수강생 유치로 예술회관과 보이지 않는 경쟁이 느껴졌다. 문화원은 낡은 건물에 주차장이 좁아(딱 두대뿐) 접근성이 나쁜데(나쁜 게 아니라 불편) 강좌가 시작되면 근처의 여관 주차장을 임대해 수강생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사무장이 일어나 창밖으로 건너편 건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문화원 앞은 교차로였는데 사차로도 아니고 오륙 차로는 돼 보일 정도로 거미줄 같았다.


심코 사무장에게 섬의 문협(문인협회)을 아시냐고 물었다.

원이란다. 내 눈이 커졌다. 수필을 쓴다고 했다. 나의 입장을 간략히 설명했다. 내가 섬의 문화 관련 책을 얻을 수 있냐고 했더니 사무실 건너편의 서고로 안내한다. 서고는 침침한 조명이었는데 서가는 잘 꾸며져 있었다. 그녀는 서가 곳곳을 살피며 문화원에서 출판한 책과 문협 책을 찾아 내게 건넸다. 한 권 한 권 받다 보니 한아름이 됐다. 밖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책을 안고 걸을 일이 걱정됐다. 집에 와서 세어보니 열한 권이었다.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화원을 나와 지세포항으로 갔다.

에서 보낸 스타벅스 쿠폰으로 커피랑 케이크를 찾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항구 입구의 호텔에 입점해 있었다. 호텔 주차장에는 늘씬하게 큰 차들이 많았다. 겨울 날씨에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로비에 들어서니 탁 트인 아래층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원통형으로 창문이 났는데 창문 너머 바다가 스크린처럼 펼쳐졌다. 형편 좋은 사람들이 희고 보얀 표정으로 느릿느릿 오갔다. 입성에 하나같이 부티 나는 국물이 줄줄 흐른다. 쿠폰을 보여주고 커피를 들고 나왔다. 케이크 먹을 때 쓰는 포크는 집에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이소에서 망설이다 사지 않길 잘했다. 다음에 집에 가면 미술도구랑 필요한 물건을 챙겨 와야겠다. 봄 오면 곧 여름이니 아예 여름옷을 가져올 요량이다.


는 길에 유람선 선착장에 차 세우고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남해의 바람 섞인 물살을 가르고 유람선이 떠난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공 선생, 연락 끊어서 미안했소. 혼자 조용히 견디고 싶어 내려가려고 했기 때문이오. 남쪽에 내려와 잘 지내고 있소. 다른 이에겐 알릴 사람도 필요도 없겠지만. 친구인 그대에게조차 말 못 하고 내려가 내내 마음에 걸렸소.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소'

에 돌아와 사무장의 산문부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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