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꺼 일기

by 소인

一人暮らし(47)


B군에 산불이 났다.

에서 카톡으로 알려주었는데 가정용 화목 보일러의 재를 산에 버린 게 화근이었다.

꺼지지 않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산등을 넘었다. 검은 연기가 B군의 내륙을 타고 퍼졌다. 다음날 120ha를 태우고 꺼졌다. 딱딱 타들어가며 아우성치는 수목 사이로 혼비백산 달아나는 고라니와 멧돼지의 비명이 선했다. 강원도 산불에 이어 내륙에서 산불이 난 거였는데 근래 B군에서 난 큰 불이다. 불이 난 경계에서 삼 년 동안 산불 감시원을 했다. 농산 폐기물, 쓰레기를 태우는 크고 작은 연기는 언제나 끊이지 않았다. 불씨의 관리는 인력으론 불감당이다. 바람과 마른 대지가 협력하면 불씨는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사 월의 건조한 바람과 발목이 빠질 정도로 푹푹 쌓인 낙엽은 대형 산불의 재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인간의 장담과는 달리 자연재해는 손 쓰는 데 한계가 있다. 인간은 자연과 동물을 인간의 관점으로 판단해 제어와 감시가 완전하다고 착각한다. 끝없이 불어나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과 우리나라의 지리멸렬한 원전의 찬반 대립이 반증이다.


일어나니 부재중 번호가 떴다. 보길도에 사는 K 씨다.

는 강릉에 살 때 만났는데 내게 소나무 전정법을 배우고 부리나케 처가인 보길도로 떠났다. 그를 알자마자 헤어진 거였다. 그에게 소나무 전지 법을 가르쳐주었더니 용기백배해서 짚 앞의 키 작은 소나무를 홀딱 잘라놓아 웃었던 적이 있다. 섬에 미리 심어놓은 황철나무는 꽤 굵어졌다고 했다. 그는 바다와 닿은 P시가 고향이다. 고향 바다와 처가의 바다는 닮았을 거다. 섬이라는 환경을 제외하면 평생을 바다 가까이 살고 있는 셈이다. 공기와 깨끗한 먹거리는 삶을 정화해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불 뉴스를 보고 전화했단다. 그와 함께 동해안의 밤 방파제에서 뜰채로 돌게를 잡은 추억이 떠올랐다. 등딱지가 단단한 돌게 장을 아내는 맛나게 먹었다. 그는 여전히 가끔 회사 일을 거들며 섬에서 산다고 했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다. 안 본지가 몇 년 되었다. 그는 갈수록 체력이 달린다고 했고 완도 앞바다는 해가 다르게 황폐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놀러 오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가야 할 것 같다. 나이 들며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면 다시는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섬에 내려와 독거 생활을 한다니 재미있게 산다고 했다. 그에게 주소를 부탁하고 내비를 찍으니 차로 이동하는 시간만 네 시간 가까이다. 꽃비가 날리는 벚꽃길을 돌아 수영장에 갔다.


일 보는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섬의 로고가 찍힌 수영모자를 얻었다.

사람이 된 기분이다. B군의 수영장에서 섬의 수모(水帽)를 쓰고 물살을 헤치면 기분이 어떨까. 난 섬의 수영장에서 호흡을 텄다. 오늘은 오백 미터씩 두 번 왕복했다. 동작이 몸에 맞는지 호흡이 전혀 가쁘지 않았다. 더 갈 수 있었는데 오백 미터에서 멈췄다. 한 번에 멀리 가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자주 왕복하는 게 몸에 맞다. 호흡이 비로소 제대로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는 왼쪽 호흡을 연습했는데 익숙지 않아 애먹었다. 왼쪽도 숙달해야 3•5 스트록에 따라 양쪽 호흡이 가능하다. 갈수록 수영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고수 K는 연일 보이지 않고 오늘은 여자 넷에 남자는 나 하나다. 확진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문자를 받는데도 수영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각자 레인을 하나씩 차지하고도 하나가 남았다. 평영 배영은 오십 미터만 연습하고 나머진 자유형으로 연습한다. 접영과 플립 턴은 강습을 하면 배우기로 했다. 물을 차고 레인을 오가며 벽시계를 본다. 1월에 내려와 수영할 때 아침 햇살이 얼굴에 쏟아졌는데 해가 길어져 이미 중천이다.


비 운동을 하고 풀에 뛰어든다. 맨발로 오십 미터 왕복을 한 후 킥판을 잡고 이백 미터를 돌면 얼굴이 화끈해진다. 땅 위에서라면 땀이 흘렀을 거다. 수영하면 몸이 땀이 나지만 금세 물에 섞여 사라진다. 오백 미터를 수영하고 나서도 얼굴이 불콰해진다. 땅에서의 운동이라고 치면 구십 분 동안 배출한 땀의 양은 제법 될 거다. 난 예전부터 땀 대장이었으니까. 기계톱을 들고 산등을 넘어가며 간벌 작업을 할 때나 들판에서 예초기를 매고 일하면 땀이 말라붙어 옷에 허연 소금버캐가 생길 정도였다.


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벚꽃 길엔 요양원에서 나온 노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꽃을 감상한다. 노인의 얼굴에 나비 같은 꽃잎이 시커먼 입속으로 떨어진다. 그들도 꽃 같은 시절을 지나왔다. 쾌적한 봄바다를 보며 난분분 어지럽게 날리는 꽃잎을 보며 지난 시절을 떠올릴 거다. 주인이 난간에 리드 줄을 묶고 사진을 찍자 무표정한 골드 리트리버가 우두망찰 섰다. 개에게 꽃비는 한겨울 눈발보다 못할 거다. 주인은 신났고 개는 지루하다. 간식이나 먹고 달리면 바랄 게 없다. 사쿠라와 동백꽃이 길가에 쌓여 눈 풍경을 연출한다. 꽃의 터널을 보며 한여름의 녹음을 상상한다.

지구는 푸른 별이었다. 아마존과 동남아의 밀림을 밀어내고 다국적 기업의 주도로 선진국의 원료를 생산하는 플랜테이션이 진행되는 한 푸른 별의 미래는 암울하다. 남쪽으로부터 겨우내 덥혀진 바닷물이 뭍의 발목을 적신다. 섬의 봄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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