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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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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Sep 06. 2017

<1> 모든 첫인상은 중요한 법

- 13층의 풍경  

<1> 모든 첫인상은 중요한 법

     

  사람, 사물, 공간, 그 어떤 것이 되었던 첫인상은 언제나 중요하다. 처음 내 세계로 들어오는 순간, 처음 내게 인식되는 순간. 그렇기에 나는 타이페이의 첫인상이 좋기를 바래왔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도시 타이페이는 내 바램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 안녕 대만! 안녕 NTU! >     



  대만의 햇살만큼이나 밝은 노란 택시를 공항 정류장에서 만났다. 택시 기사 할아버지는 대만에서 만난 첫 대만인이었다. 그는 무거운 짐을 함께 옮기며, 내 어설픈 중국어에 귀 기울이며, 목적지를 몇 번이고 수정해주며 내 타이페이 방문을 환영했다. 대만대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자 자신의 조카가 같은 과 학생이라며 연락처까지 명함에 꾹꾹 눌러 적어주기까지 했다.      


  대만의 사람들은 따뜻한 날씨만큼이나 따뜻했다. 길을 물어보면 직접 알려주고, 어설픈 중국어로 이야기하면 점원 모두가 신경을 써주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간간히 한국어를 섞어가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사실 도착해보니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존”에 가까웠다.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무게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는 일상의 작고 사소한 행위들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타이페이는 온 힘을 다해 그런 나를 도와주었다.      


  대만대학교(NTU)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교환학생들 역시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며 친절히 프로그램 신청방법을 알려주었다. 또한 모든 교환학생들은 “Cultural Shock” 현상을 겪을 수 있다며 고독, 향수병, 무기력, 우울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시에 타이페이 대부분의 사람은 너를 도와주고자 할 것이며 너는 혼자가 아니고,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학교 전체가 하나의 온실 같은 NTU는 나무 뿐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던, 어떤 사람이던 관계없이 그들의 ‘식구’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날씨만큼 따뜻한 곳,

날씨만이 불친절한 곳 – 압도적인 더위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 타이페이에 왔고, 타이페이는 너무나도 따뜻하다!          


유명한 NTU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길
밤의 길


빼꼼히 보이는 반가운 타이페이 101
자전거 보관소 마저 다른 세계로 가는 문같다.
야자수와 석양의 조합은 옳다.



<공간에 대한 첫인상>     


  1인실 기숙사를 배정받은 덕분에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내 방은 13층으로,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이다.


   13층 창문에서 창밖을 내다보다 문득 삶이 하나의 건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층마다 각각의 풍경이 있다. 낮은 층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보이고, 중간 층에서는 적당한 높이의 나무가 보이고, 높은 층에서는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다. 삶 역시 그런 것 같다. 그 나이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되니까. 꼭 높은 층에 올라가는 것처럼. 이따금 23층의 나는 17층의 나를 뒤늦게, 비로소, 마침내 이해하기도 하니까.            


  13층은 가장 높은 층이라 낮은 층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대만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으면 좋겠다. 더 넓게,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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