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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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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Sep 17. 2017

<6> 다안삼림공원 (大安森林公園)

- 여백의 미


  타이페이는 유바이크, 공용 자전거 시스템이 굉장히 잘 구비되어있다. 도시 자체가 작고, 자전거 도로 정비가 잘 되어있어 가까운 곳은 유바이크로 가는 것이 가격/시간 면에서 경제적이다.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두 다리만을 쓸 때에 비해 자유롭지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가 아니기에 주변을 둘러보기에도 충분하다. 걸을 때보다 바람을 더 흠뻑 맞을 수 있고, 노래를 흥얼거려도 속도가 다르기에 걷는 사람들은 미처 듣지 못한다. 그렇기에 유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타는 편이 좋다.


  Sunday Morning, 노래의 주인공인 일요일 아침은 어떤 것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산책하기엔 더더욱 적합하다!

  다안삼림공원은 대만대학교에서 자전거로 10분이면 뚝딱 도착할 거리에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일요일 점심답게 공원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데이트를 하고 있는 듯한 연인,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 다같이 소풍을 나온 청춘들, 열심히 운동하는 할머니!


  런던에서의 생활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원이었다. 서울에 있을 때도 한강공원이나 올림픽공원, 선유도공원을 유독 자주 찾는다. 공원이 가지고 있는 넓다란 여백이 좋아서 그렇다.


  공원은 여백을 위해 존재한다. 공원에는 아무것도 세워져서는 안 된다. 나무와 잔디와 앉을만한 공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여백을 위해 공원은 존재한다. 그 사실이 나를 공원으로 이끈다.

  그 여백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로이 눕고,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한다. 꽉 찬 도심이 공원의 여백 덕에 넉넉해진다.


  여백의 공간들이 좋다. 공원이 그렇다. 여백의 시간이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시간. 꽉 찬 하루들을 보내다가 그것을 정리하는 그 여백의 시간이 좋다. 멈추어도 봤다가, 곱씹어도 봤다가, 잠깐 쉬어도 봤다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것들도 소화해봤다가, 작은 일에 의미도 부여해 보는 그 여백의 시간이 좋다. 그리고 필요하다.

  

  대화의 여백이 좋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말이 오가는 눈빛이 좋다. 서로의 생각을 소화하는 침묵이 좋다. 한 점 슬픈 단어 없이 슬픈 글이 좋고, 설명 없이도 느껴지는 사랑과 감사가 좋다.


  타이페이의 공원에서 나는 한 번 더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나무 사이로 텅 비어있는 공간들이 이 도시를 더 꽉 차게 만든다.

야자수가 있는 공원이라니! 따뜻한 나라의 사랑스러움이란.
거북이 가족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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