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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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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의 숲 Sep 20. 2017

<7> "냄새"에 관하여

- 타이페이에 온지도 어느덧 보름

1. 혼자 있다는 것


  낯선 도시에서 1인실 기숙사를 사용하는 것은 내 생각보다 외롭거나 벅찬 일은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기숙사, 자취 경험이 있었고 장기간 여행도 다녔어서인지 다행히 잘 적응했다.


  하지만 혼자 살고 있다,고 굉장히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집 냄새가 나지 않을 때다.가족과 함께 살 때는 집 냄새라는 게 있었다. 가족 구성원 각각의 살 냄새와 땀 냄새, 밥 짓는 냄새, 우리 가족이 쓰는 섬유 유연제 냄새, 그 모든 게 어우러져 생긴 집 냄새 같은 게 났었다.

  여기선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가도 내 냄새라던가, 내 집 냄새라던가, 하는 게 나지 않는다. 나의 체취말고 다른 이의 체취가 전혀 없는 방, 아무런 냄새도 없는 방. 그럴 때 문득 혼자 있다는 것, 혼자 산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늘이 잘 보인다는 것이 내 방의 최고 장점!


2. 타이페이의 냄새


  타오위안 공항에 내렸을 때 새로운 냄새가 훅 느껴졌었다. 따뜻한 나라 특유의 냄새랄까. 높은 습도와 높은 온도가 느껴지는 냄새. 혹은 이 나라 특유의 향신료 냄새. 후각만큼 새로운 곳을 빠르게 인지하는 감각이 있을까. 길거리를 걸어도, 버스에 올라도, 교실에 들어가도 문득문득 타이페이의 냄새가 느껴졌다. 낯설고 새로운 냄새. 그 냄새는 내가 이국에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고, 그래서 들뜨게, 설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타이페이에 온지 보름째. 후각은 익숙해져버렸다! 코가 더 이상 특별한 냄새를 감지하지 못했고,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타이페이에 녹아들었다.


매일 보아도 캠퍼스의 풍경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예쁘다니!



3. 만국공통어, 만국공통향


  어느 나라를 가던, 어느 곳에 있던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커피향...! 애석하게도 타이페이의 커피향, 커피 맛이 한국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도 사랑스러운 카페가 아주 많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를 만나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기쁜 일.


오늘 발견한 예쁜 카페
커피향은 사랑스럽지요


4. 그리운 냄새들


  우리 집 나의 방 내 침대 냄새. 가장 친한 친구의 냄새, 그녀가 자주 쓰곤 하는 화장품향. 엄마 냄새, 한국식 짜장면의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 한국의 청량한 가을 아침 냄새, 학교 캠퍼스의 냄새. 그런 냄새들.


5. 냄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무튼 후각이라는 감각 덕에 이곳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어떤 것을 사랑하는지, 어떤 이가 그리운지 확실히 깨닫고 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만나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지나치게 빠르다. 내 모든 감각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 모든 것을 느끼고 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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