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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Apr 30. 2023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간간이 소식만 전해 듣던 친구를 만났다. 그는 야위어 보였지만, 웃으면 눈꼬리가 내려가고 창창한 목소리로 기운을 돋워주던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어색할 법도 한데 나를 보자마자 "너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겠어."라고 장난스레 말하며 웃게 만들어버리는 명랑함도 여전했다.


 그는 간호사가 되었다. 밥을 먹을 시간, 앉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하는 매일을 살아내고 있었다. 새벽에 출근하는 데이 근무와 밤새 환자들을 돌보는 나이트 근무를 병행하며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인 그의 삶이 존경스러우면서 걱정되었다. 그의 손은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다한다는 걸 말해주는 듯 단단하면서도 건조해 보였고, 그의 눈은 야무지게 반짝이면서도 조금 지쳐 보였다.


 그날 함께 모인 친구들은 자신의 고된 일상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했고, 한편으로는 더 힘든 삶을 들어보니 자신의 힘듦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나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든 사람과 덜 힘든 사람이 있는 거지." 한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뭐든 빨리 해결하려 해. 더 빨리 더 많이 하려 하고 그걸 못하면 자책하고 말아. 다들 꾸역꾸역 참고 결국엔 해내서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는 게 모두를 점점 더 힘들게 만드는 거 같아. 

 그날의 우린, 서로의 고단함에 귀를 기울이고 더 나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해내고 싶지만, 모두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열심히 하는 게 괜찮은 걸까.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편해지기를, 다음에 만날 땐 행복하다, 즐겁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채워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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