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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May 15. 2023

나 자신이 되는 것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한낮의 공원을 걸었다 뛰었다 반복하면서 머릿속에 군데군데 쌓여가는 고민과 이러저러한 생각을 털어냈다. 이마에 맺힌 땀이 바람에 시원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누군가의 기준'으로 생산성이 없는 것이고 '또 어느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교환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들이 무용(無用)하더라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나와 결이 비슷한 누군가'에겐 내가 아끼는 것들이 그 쓸모를 따질 수 없이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빛나는 존재일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덜 외로워다.


 가끔 '이제 꿈은 그만 꾸고 현실로 돌아와야지'하는 가까운 이들의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지금이 현실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이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바스러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그 바스러진 부분을 서서히 메꿔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만난 에리히 프롬의 글은 연약해진 내 마음을 차분히 위로해 주었다.  


최종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든 그것은 운명에 맡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생동성의 과정에서 행복을 맛볼 것. 가능한 한 충족된 삶을 영위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자기가 과연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없을까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2003, 홍신문화사, p209)


 결과는 운명에 맡기고 난 그저 생동성의 과정에서 행복을 마음껏 맛보면 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나를 믿고 행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그것만으로도 난 충만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믿고, 흔들리지 말 것,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것을.


 나 자신이 되는 것은 고되지만 가치 있는 긴 여행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기억하고 생각하며 만들어가고 있는 시간, 언젠가 마감이 있는 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까.  


 다짐했다.

 재미있게 살자, 여행을 많이 하자, 좋아하는 일을 하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자, 목적 있는 삶을 살자, 무언가를 만들고 개선하는 일을 하자.


 오늘을 충분히 느끼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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