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시작이자 끝을 앞두고

- 우리의 여정

by 천소이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난 이번 전시에서 글과 그림을 함께 배치한 패브릭 포스터를 준비했다. 그동안 쓴 글에서 뽑은 문장을 그림과 배치했는데, 생각보다 그림과 글을 배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림을 위에 놓고, 글을 아래에 적어서 일관된 방식으로 작업하면 쉽게 끝날 수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내가 관객이 되어 빈 갤러리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갤러리 중앙 천장에 고정된 패브릭이 공기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패브릭의 화면이 변한다. 그림은 조금씩 위치를 바꿔가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글도 그림과 함께 율동한다. 정적인 느낌의 갤러리에 동적인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화면에 변주를 주기로 했다. 그림을 화면 가득 채웠다가 일부만 보이게 한쪽으로 몰았다가, 그림의 크기를 줄였다가 늘리자, 그림 속 나비와 꽃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림과 함께 배치할 문장도 텍스트로 구현할 수 있는 율동감을 불어넣었다. 자간과 행간은 고정값으로 유지하고, 전체의 정렬을 다양하게 바꾸고 문장 간의 정렬도 조금씩 변형을 줬다. 어색하게 느끼지 않으면서 지루하지도 않게, 조금씩의 변화를 주며 다양한 화면을 만들었다. 글자 크기도 중요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패브릭 포스터의 위치와 관객의 시선을 맞춰서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는 크기를 정해야 했다. 거대한 패브릭 포스터를 제작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크기가 적당한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크면 글만 동동 뜰 것 같고, 작으면 읽는 데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제작하는 곳에서 공개한 양식을 여러 개 확인하고 제작 사례를 참고해서 적당한 글자 크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떤 그림과 글의 배치가 어울릴지, 적당한 글자 크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단조롭지 않게 화면을 구성할지, 하나를 끝내면 또다른 모르는 것이 나왔다. 그러나 처음이라는 이유로 서투른 티를 내고 싶지 않았고, 이만하면 됐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보러오는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계속 수정하고 살피며 그렇게 완성의 날을 맞이했다.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과 굿즈 제작을 모두 마쳤다.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아 갤러리에 연락해서 언제까지 드리면 되는지 물었다. 미리 주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전시물을 포장했다. 직접 가고 싶었으나 급한 사정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우편으로 보내야 했다. 포장을 더욱 꼼꼼히 하고 튼튼한 상자에 넣어 보냈다. 며칠을 고민하며 그림과 글을 배치하며 완성한 패브릭 포스터, 잊고 있었던 뿌듯함과 자신감을 찾게 해준 에세이 단행본, 전시를 기억할 수 있는 북마크.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포장하며, 이들을 만들어내기까지 들인 노력과 고심의 시간,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고 참았던 인내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작업을 하며 회복해가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까지도.


갤러리에 잘 도착하기를 바라며, 갤러리 관장님께 보냈다고 연락을 넣었다. 이제 정말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흐릿하게 보였던 전시가 진한 연필선으로 스케치한 것처럼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설레하다가 걱정이 가득한 마음에 위축되고 말았다. 우리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전시를 보러 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내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진 않을까.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가 걱정을 잠재웠다. 단 한 명이라도 전시를 보고 회복하는 마음을 느꼈다면, 그 마음이 충분히 그를 채우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파동을 일으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음 주부터 일주일간 전시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최홍원, 천소이 [항해展]

기간 : 2025.09.23 – 09.29

장소 : 버드나무 갤러리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하성로 656번길 22)

후원 : 경기문화재단, 김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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