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그런 거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밖은 폭염 왕국이라도 내 마음은 얼음왕국이란 아이러니
이 책은 7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입동
어렵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비록 좋은 아파트는 아닐지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부부
하지만 그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5년이란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영원한 이별을 고해버렸으니까요
사람들은 처음은 모두 부부의 아픔에 동감하고 , 가해자들에게 욕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이중성을 들이대지요
그 집 아들 보험금이 얼마였더라 , 남편이 보험사 직원이니까 등등 이런 아픔은 잊히고
그곳에는 오롯이 기승전 돈으로 연결되어집니다
소재원 작가의 터널이라는 책이 우리 사회의 이런 모순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요
영화 터널의 원작 소설인데 , 영화가 너무 가볍게 만들어져서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원작을 읽기 전에는 영화 좋다 잘 만들었다 했는 데, 저는 원작을 읽고 나서 잘못 만든 졸작이다로
결론을 지었을 정도로 , 소설 터널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 터널.., 영화처럼 터널에 갇힙니다
소설에서는 이정수가 아닌 아내 김미진에게 초점을 맞추고 얼굴 없는 살인자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터널이 무너지고 생겨나는 불편함에 주민들은 점차 분노하고 엉뚱하게 피해자에게 삿대질을 합니다
처음에는 이정수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이들 모두 , 관련 부처 모두에게 돌을 던지던 모든 이들이
김미진에게 모든 잘못을 돌려버립니다.,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살아있는 이정수를 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남편 죽인 여자로까지 몰고 갑니다. 돈 때문에 남편 죽였다로 귀결
모든 사람들이 그저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그냥 희생양을 찾아서 두들겨 패는 거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세상에 숨어서 말이지요., 남편따라 아내도 결국 딸과 함께 따라가지만
사람들은 말합니다 죄 없는 여자에게 자식마저 죽였다는 잣대를 들이대지요
"힘없는 자를 대변하라 펜을 쥐어줬거늘 어찌 그대들은 권력을 찬양하며 힘없는 자를 향해
칼날을 뽑아 드는 것인가"
-그대들이 써 내려간 악플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그대들의 악플 속에 희생당한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는가!.......... 스스로의 죄를 사할지 몰라도 누군가는 그대들의 죄를 사하지 않고
살아간다, 스스로의 면책에 위안을 삼는 인간이야말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터널 속의 지문들입니다.
입동속의 부부와 너무나도 비슷한 사람들의 경향이 보이길래 적어보았습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동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정은 사라지고 뭔가 새로운 가십거리를 찾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 가십이 진실이든 아니든 몰아가기 시작하지요., 보이지 않으니까
다시 바깥은 여름으로 돌아와서 2번째 이야기
노찬성과 에반
할머니랑 함께 근근이 살아가는 찬성에게 유기견 에반과의 만남은 한줄기의 빛이 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개를 키우는 걸 싫어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이지만
자신처럼 늙은 개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 같아서만
찬성과 에반은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개의 시간으로는 10년
생명의 한계가 다가온 에반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이미 너무 힘들어서 고통스러운 에반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길은 안락사라는 의사의 말
그러자면 10만 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하자, 찬성은 전단지 배포를 시작하고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가지고 싶었던 것도 많으니까 10만 원의 돈은 조금씩 조금씩 소멸하고
에반은 어쩌면 스스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생을 놓아버린 건지도 모르는 선택을 합니다
3번째 이야기는 건너편
동거를 해오던 남녀의 자연스러운 이별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도화와 이수 서로 공무원의 꿈을 꾸면서 만났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다 사랑하게 되었지만
합격자와 불합격자 앞에 놓인 거리감은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허울뿐인 혼인신고서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멀어지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아야만 될 이유보다는
놓아줘야 될 이유 아니 이별해야 될 이유들만이 쌓이게 되는 거죠
경찰공무원 시험에 당당하게 붙은 도화 , 공무원을 포기하고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들어간 이수
이수는 도화가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면서 경제력 그리고 자신과는 다르게
도화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감당해내기에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게 6년간 몸담았던 노량진을 떠나버린 거였지만 미련이라는 무서운 유혹이 그를 흔들어 댑니다
도화 몰래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고 다시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늘 이별을 말하고자 했던 도화에게는 이 사실이 도화선이 되어주었는지
몇 년 망설인 그 말을 꺼내 듭니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두 남녀의 삶은 무미건조해진 거죠
헤어짐 이별 그저 어느 순간 싹 틔우는 그 감정들에 그냥 누군가가 불을 그어버리면 끝인 거죠
4번째 이야기는 침묵의 미래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몇 살일까
이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진 것들 그러면서 귀한 존재가 된 거
그 무엇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인데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찌 될까?
5번째 이야기는 풍경의 쓸모
결론적으로 말하면 씁쓸한 내용입니다,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 교통사고까지 대신 뒤집어 서주지만
결국은 버림받는 한 사람의 이야기.
정우는 시간강사이고 그에게 정교수가 될 기회가 찾아옵니다
좀 잘 나가는 소위 어깨에 힘 좀 주는 교수와의 우연한 동승은 그에게 정교수의 자리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환갑을 맞이해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와서도 휴대폰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정교수가 되었다는 그 문자 하나가 기다려져서.
한국의 날씨는 겨울인데 태국의 날씨는 아이러니하게 여름
아버지는 다른 여자가 좋아서 집을 나갔으나 그래도 아버지로서의 노릇은 제대로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과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용서가 안되고 그에게 돈을 빌리러 온
아버지를 무시합니다, 아버지의 여자가 암이라서 수술비가 필요해서 모른 척합니다
휴대폰 문자에는 아버지의 여자의 부고가 뜨고.
본인은 대신 교통사고까지 뒤집어써주면서 아부 떨어 댄 인물 덕분에 정교수를 물먹습니다
'나는 공짜를 바란 적이 없다'라고 중얼거려 보지만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고 했던 건 부정할 수 없겠지요
저라도 어쩌면 평생 내 발목의 족쇄가 될 사람을 제 곁에 두진 않을 겁니다
더블폴트 [테니스에서 서브를 2번 실패해서 상대에게 1점을 주는 제도 ]
6번째 이야기는 가리는 손
혼혈아를 둔 아니 다문화가정의 이야기
남편과 이혼을 하고 친정엄마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재이와 엄마
재이는 우연히 노인을 폭행하는 10대 아이들의 모습을 인형 뽑기를 하던 재이가 목격하지만
신고도 그 무엇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다가 잠시 사라진 후 다시 찾아와
뽑아놓은 인형을 들고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어린 재이에게도 욕을 합니다
그날 재이가 신고를 안 한 이유는 학원을 빼먹어서 엄마에게 혼날까 싶어서였으나 사람들은
이런 속사정을 알 리 없지요, 혼혈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노인 폭행에 눈을 감았다
한패일 수도 있다는 소설까지 써가면서 욕을 하기 시작하고 재이와 엄마는 상처를 온몸으로
받아 들 이는 길밖에
누군가에게는 특별하다는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보았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 특별하다고 하든 특이하다고 하든 그렇게 뭐 크게 상관없는 데.
어쩜 진짜 특별한 사람들에게는 특별이라는 말이 또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다르다고 해서 그 다름에 너무 신경 쓴다면 한 세상 너무 힘들 거 같습니다
마지막 7번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제자를 구하려다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남편
그런 남편의 죽음에 힘겨워하던 명지에게 사촌언니가 자신의 집에 와 있으라 합니다
스코틀랜드 아는 이 없는 그곳에서 홀로 아파하고 괴로워합니다
그 아픔은 몸에 반점들이 생기고 , 그저 의료보험도 안되고 혼자서 검색하고 혼자 아파하다가
문득 친구 현석이 에든버러에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몇 다리를 건너고 건너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마 남편의 죽음을 모르는 이와 모든 걸 잠시 잊어버리고 이야기하고 싶었던지도
그런데 묘하게 두 사람의 관계는 선을 넘어서려고 하나 결국 선은 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이겨냅니다
집으로 돌아온 명지에게 남편이 구하다 죽은 아이의 누나로부터 한 장의 편지가 와 있습니다
그 아이의 편지를 읽고 나서야 남편의 행동이 이해되고 옳았음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는 데 나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거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만 겨울이라고 생각했는 데
알고 보니 또 다른 사람도 나보다 더 어린 사람이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아파한다는 걸 알고 나서야
그제야 서서히 마음속의 겨울도 여름이 되어갑니다.
살아보니 나는 겨울인데 바깥은 여름인 경우 많더군요
그러나 견뎌내고 버텨내고 돌아보면 그 겨울들을 지나왔기에 여름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