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엄마_86

최선을 다한 엄마

by foreverlove

조금 있으면 며칠 있으면 똥똥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네요

준비할 게 뭐 이리 많은지? 무슨 한살림 차려 내보내는 기분이네요

이렇게 준비해주고 준비해주어도 모자란 게 있다네요

그때는 뭐 알아서 준비하겠지요


저는 왜 이리 덤덤한지? 그냥 그래 기숙사 들어가는구나

제 꿈을 찾아서 이제는 조금씩 부모의 품을 벗어나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신랑은 벌써부터 다가올 허전함과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네요


제가 모성애가 부족한 건지? 신랑이 부성애가 강한 건지?

제 생각에는 저는 똥똥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전혀 적지 않았다는 거고

신랑은 그 시간들이 많이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로 적었다는 게 차이인 거 같습니다


비록 잘난 엄마도 아니고 훌륭한 엄마는 더더욱 아닌 그저 최선을 다한 엄마였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어봅니다

엄마로서 지금까지 20년간 함께 웃고 아파하고 인생 마라톤을 함께 뛰어왔으니

이젠 혼자서 마라톤을 뛰어보라고 내보내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랜 세월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온 것도 이유일 수도 있고요

아들은 키워서 내 며느리에게 줘야만 되는 인물이다라고 그렇게 떠날 보낼 준비를 했고


무엇보다 이제는 자식이 없는 삶에서 제 삶을 오롯이 좀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치열하게 살아온 제 삶들

아이 하나 악착같이 잘 키워내겠다는 생각으로 상처도 많이 주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무엇보다 틀어질 대로 틀어진 시댁에게 "봐라 , 내가 얼마나 잘 키웠냐"를 증명하고파

똥똥이를 더욱더 호되게 몰아세우기도 했지요

그런 와중에 저는 점점 제 삶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마치면 당연히 집으로 와 아이의 뒷바라지를 해야만 되고

신랑 뒷바라지를 해야만 되고 , 그렇게 저는 제 삶을 놓치고 있었더라고요


똥똥이가 기숙사에 들어가면 처음은 허전할지 모르나 그러나 저는 점점 잃어가던

제 자신의 삶을 조금씩 회복해가면서 허전한 감정들을 채우고자 합니다

아마 이런 결심들이 가능한 건 제가 잘했든 못했든 최선을 다해서 엄마로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오기까지 겹쳐버린 지난 20년의 제 육아는

이제 2막에 접어들게 되네요

집에서 먼 곳으로 제가 언제 한번 집하고 먼 대학으로 가버리길 희망했다고 했더니

말이 씨가 된다고 먼 곳으로 가게 되었네요

집에 얼마나 자주 올진 모르겠으나 , 제가 얼마나 자주 보러 갈 줄은 모르겠으나

똥똥도 저도 함께해온 시간들이 없어지지는 않으니까요.


비록 똥똥이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다 해도 그건 영원한 이별이 아닌 또 다른 가족생활의

시작이니까 여기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손에서 놓아 보내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 삶을 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찾아오는 연습들도 함께 할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불량 엄마_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