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엄마_87

사실 울고 싶었나 봅니다

by foreverlove

오늘 똥똥이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해사대쪽이라서 1주일 적응훈련을 한다고 기숙사 입실이 빨랐네요

차마 똥똥에게 "학교생활 잘해"라고 말만 할 순 없어서 저도 연차 내고

따라갔다 왔습니다.


솔직히 보내버리면 내 세상일 것만 같았고 홀가분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허전해도 조금 허전하지 그렇게 허전하리라고는 생각 안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는 데.


사실은 제가 울고 싶었나 보더라고요

며칠 전부터 가슴팍이 아프고 숨이 안 쉬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는 데

저는 이게 감기 때문이라고 그렇게만 우겨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똥똥이를 학교 기숙사에 들여보내 놓고

집에 와서 똥똥방을 보는 순간 제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정말 언제 울어보았는지 몰랐는 그 눈물들이 제 가슴팍을 쥐어뜯으면서 나오더군요

1시간 정도를 펑펑 울었습니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미치겠다, 1주일 동안 통화도 못한다는 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똥똥이가 톡을 보내주었을 때 그때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들을 걸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 너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척 강한 척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너무너무 보내는 게 힘이 들었는 데 인정하기 싫었나 봅니다.


바보엄마의 바보 같은 짓거리였던 겁니다

생텍쥐베리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부( 富)"라고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우는 건 창피한 일이고 , 나약한 사람들만이 하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제자신을 다독이면서 슬픔을 억지로 누르고 눌러서 마음의 병을 스스로 키운 거 같습니다

사실은 알고 보면 두려워서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는 바보이면서 눈물 흘린다고 해서

이별을 슬프다고 해서 누구 하나 나한테 "너 나약해빠졋다" 하지 않는 데.

살아오면서 제 스스로의 감정을 가시덤불로 만들어서 둘러싸고 장벽을 치면서 산 듯합니다


영화 중에서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어린 라일리라는 소녀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조건 즐거움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기쁨이라는 감정 캐릭터의 착각으로 슬픔 이를 지워버리죠

그렇게 하다 보니 라일리는 슬프고 아플 때도 억지로 웃고 억지로 기뻐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을 놓아버리기 시작하는 데, 이때 라일리에게 슬픔 이를 돌려주는 기쁨 이가 보입니다

비로소 갑작스러운 이사와 이별들에 대한 슬픔을 라일리는 표현해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죠

사람에게는 오감이라는 다섯 가지의 감각이 있듯이 감정에도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는 데

그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 터부시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왜 저는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즉에 제 감정에 솔직해지고 똥똥이와의 이별이 너무 슬프다고 인정하고

그 감정들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다면

이렇게 홀로 가슴 쥐어뜯으면서 울지는 않았을 텐데, 속으로는 가슴 아파서 울고 있었으면 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힘들고도 힘들게 키워낸 내 아이 20년간 품 안에서 키운 자식인데.

아들은 키워서 며느리 준다는 걸 진즉에 알면서 헤어짐에 대한 준비를 했어도.. 아무리 했어도

자식을 처음으로 객지에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아픈 게 당연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똥똥이 침대에 누워서 정말로 가슴 쥐어뜯으면서 나 홀로 원 없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또 신랑이 걸어온 전화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는 제자신

솔직히 너무 싫습니다.

신랑은 오늘 똥똥이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또다시 회사에 출근을 해버렸네요.

이 텅텅 비어 버린 집안 곳곳에서 똥똥이가 나타나서 "엄마" 하고 부를 것만 같은 기분임에도

왜 또 씩씩하게 "나 사실 우리 똥똥이 너무 보고 싶어서 울었다"라고 말하지 못하네요

참 못났고 못난 엄마이자 아내입니다.


보고 싶으면서....... 보고 싶은 데.

때로는 강한 엄마 강한 아내가 아니어도 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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