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의 자식 교육법
오랜만에 찾아온 3일간의 휴식기간
이런 때는 뭐가 제일 하고 싶을까요? 저는 그냥 집에서 뒹굴 뒹굴이 최고입니다
그동안 매일같이 출근한다고 하던 화장도 아니하고 머리도 좀 대충 묶고
한마디로 나답게 지내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먹고 싶은 거 좀 먹고
이리 지내면서 영화 무료로 올라온 거 한편씩 봐주고
영화 채비를 보았습니다
2017년 11월 9일에 개봉한 영화이고, 고두심 김성균 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나왔고요
그야말로 스몰 영화 그리고 뻔하디 뻔한 신파 영화
헌데 신파스럽지 안 하고 잔잔하면서 몰입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파도가 요란스럽지 않게 치면서 제 발밑까지 쏴 아악 밀려와서 제 발을 적시고 가듯이
이 영화도 화려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제 심장을 콕하고 두드려주더군요
아들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30살의 몸에 11살의 생각을 가진 뭐 그런 경우고
영화는 뻔하게 엄마와 단둘이 사는 데 엄마가 아파서 죽음을 앞두게 됩니다
그리고 뻔하게 또 다른 가족인 딸과는 서먹서먹한 뭐 그런 설정입니다
뻔합니다, 한데 뻔한데 뻔하지 않게 내용을 풀어냈습니다
보통의 이런 류의 장르들은 눈물샘을 자극시킵니다
이래도 안 울래? 네가 안 울고 견뎌? 하면서 관객들에게 체류탄을 날려대지요
하면 울다가 지치는 게 아니라 너무 뻔뻔한 그 체류탄에 짜증 나서 지치죠.
요즘 방송되고 있는 TV조선 대군: 사랑을 그리다 이 드라마가 이런 류입니다
주인공이 자꾸 죽어요 , 2번이나 죽었다고 알려지고 그 와중에 여주와 엄마는 눈물바람입니다
그야말로 작가님이 시청자들에게 버텨봐 하면서 도전장 던지는 격이지요.
헌데 안 슬프다는 게 문제인 게 더더욱 문제는 왜 진양 대군이 그토록 여주를 사랑하는지?
이 디테일이 빠져버리다 보니 그 집착이 이해가 안 되면서 극이 산을 타고 물 건너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양 대군을 연기하는 주상욱 씨의 연기력이 너무 훌륭해서
왜 사랑하지? 이 대목을 그냥 연기력으로 내가 좋아하는 연기 하니까 사랑하는 거야라고
설득하는 겁니다., 요리에서 아주 맛없는 원재료를 아주 맛있게 요리하는 요리사들처럼요
영화 채비와 대군:사랑을 그리다에서 엄마들이 나옵니다
물론 대군은 엄마가 주체는 아니지만 여하튼 엄마가 나오는 데 흥미롭습니다.
대군들의 엄마인 대비 심씨, 굳이 따지자면 소헌왕후가 살아있다고 보면 됩니다
진양 대군은 수양대군 격이고, 은성 대군은 안평대군 격이고 그런 걸로 보입니다
무엇이 모티브고 이런 게 중요한 드라마는 아니고 또한 뭐 깊이 볼 드라마도 아니라고 보고요
문제는 드라마 속의 대비 심씨의 자식 교육법입니다
말로는 사도를 걷는 아들에게 정도를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들 진양 대군이 누구 때문에 사도를 걷게 되었는지? 은성 대군이 왜 툭하면 죽었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합니다., 알고 보면 그릇 된 모성 때문인데 말입니다
적자 승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로는 했지만 그냥 말 안 듣는 아들은 내친 겁니다
한마디로 고분고분하게 엄마 말만 잘 듣는 마마보이만 거두겠다는 자식 교육법이 피바람을 부른 거죠
진양 대군이 딱 한번 어린 나이에 보위 운운했다가 부모도 몇 년간 못 보고 홀로 사가 생활을 했으니
그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을까요? 엄마의 따뜻한 가르침을 받고 살았으면 달리 자랐을 터인데 말이지요
세상 가장 외로운 대군에게 손을 내밀고 가르친 건 백부였고 그 사람에 의해 괴물이 된 거지요
헌데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엄마였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무리 큰아들이 몸이 약하고 따라야 될 왕실의 법도가 있다 해도 왕실도 가정인데.
그 기본 틀인 가정을 무너뜨리고 한 나라가 잘 되길 바란다면 이기적인 거죠
어릴 적에 대비가 진양 대군을 품 에안고 은성 대군에게 처럼 가르치고 타일렀다면 어찌 되었을지?
모릅니다
한마디로 괴물을 만들어낸 건 엄마의 장자 집착이었다고 이 드라마는 보여줍니다.
그와 반대로 영화 채비는
물론 여기도 자기 때문에 아들이 아프게 태어난 거 같아 딸에게는 무심했던 엄마가 보이지만.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그냥 시설에 보내버리지 안 하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엄마.
진짜 영화였지만 놀라웠습니다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저를 포함해서 모든 부모들의 문제가 자식들의 홀로서기를 막는 건데.
죽음을 앞두고 또한 어른의 정신을 가지지 않은 아들에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그걸 해내는 모습에 저는 엄마는 역시 위대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또한 엄마의 바람대로 마지막까지 울음을 꾸욱 참고 웃음으로 엄마를 보내는 아들 인규의 모습은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이끌고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가 모자란다고 해서 , 아이가 욕심이 많다고 해서 내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해서
드라마 속의 진양 대군처럼 왕좌를 탐한다고 , 영화 속의 인규처럼 좀 느린 아이라고 해서
엄마가 아버지가 가족이 그 아이를 밀어낸다면 이 사회는 미래가 암울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들은 이 사회의 미래니까요, 미래를 위해서 우린 가정이라는 사회에서만이라도
평등하게 사랑해주고 안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 자라지 않아서 아이고.
모든 게 여백이니까 아이고 그 여백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시작하는 건 부모라는 화가입니다.
어릴 적부터 평등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좀 늦다해서 부모로부터 배척당하고 자라면
자존감이라는 3글자를 지켜내기 정말로 힘들어집니다.
대군이라는 드라마와 채비라는 영화 속의 두 엄마를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여자가 현모양처가 된다는 꿈을 꾼다는 게 얼마나 야물딱 진 꿈이란걸요.
어릴 적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그 시절들 그 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꿈이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