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도 증오도 귀찮아서
똥똥이가 개강을 하면서 기숙사로 떠났고
재미나게 보던 드라마도 종영을 했고
재미나게 본 드라마가 恨맺힌 귀신들의 이야기였는 데
보면서 몇백 년 몇천 년이 흘러도 용서라는 건 쉽지 않구나 싶더군요
원망과 증오 미움 이 감정들을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힘이 들지요
제가 겪어봐서 압니다
제 인생 가장 밑바닥까지 맛 보여준 시댁 식구들 아직도 안 보고 있지요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러 흘러 시간 속에 보내버린 감정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상처들은 온전히 아물어지지 않고 있었는 데.
헌데
어느 순간 저는 미움도 증오도 가지지 않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시댁에서 신랑과 아들이 보고 싶어서 가끔씩 연락을 해서 만나곤 합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얼굴을 죽는 순간까지도 안 볼 생각이라 만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신랑과 아들은 만나고 오라 보냅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너무 싫고 화가 치솟고 열이 났지만 이제는 평온하네요
이유가 뭘까?
시간 속에 흘려보낸 제 감정들 때문에 희석이 되기도 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이제는 여유가 생겼더라고요
치열하게 이 악물고 악바리같이 살던 그 시절을 지나왔더라고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날 시댁에서 어린 아이와 쫓겨났던 그 날로부터
"네 신랑 버리지 말고 애 잘 키워"라고 매섭게 일갈하던 그 사람에게
증명했더라고요.
사람이 무서워서 6년이란 긴긴 세월을 은둔하다시피 지냈던 제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와서 일을 했고 악착같이 이 악물면서 버텨냈던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더라고요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저는 많은 걸 했더라고요
신랑에게 새 차를 사주었고 비록 중고였지만 그래도 좋은 차로 바꿔주었고
신랑이랑 저 치아치료 싹 다 해서 음식물 먹는 데 지장 없고.
비싸고 신축 아파트는 아니지만 내 집 마련을 했고
평생소원이든 해외여행에... 이 정도면 저 진짜 끝내주게 잘 살고 있잖아요?
여기에 저를 여유롭게 해 준 가장 큰 이유는
똥똥이더라고요
너무나도 바르게 잘자라준 똥똥이 그리고 본인이 원한 데로 척척 걸어간 아이.
문득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듣고 싶더라고요 "정말 잘 키웠다 , 정말 잘 살고 있네"라는 소리요
신랑도 멋들어지게 건사하면서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자식까지.
저한테는 이 모든 것들이 제가 그 지옥불을 헤치고 해낸 것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제 자신에게 스스로에게 "너 잘하고 있다"라는 말을 해줄 수 있어서인지.
어깨에 뽕 좀 들어가고 그러니까 미움도 증오도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이젠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잘 살고 있는 모습들을요.
흘러 흘러 간 시간들 속에 저는 해묵은 惡 감정들을 보내버리고
살며시 살며시 다가오는 시간들 속에 善 한 감정들을 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