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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love Sep 02. 2019

불량 엄마_149

미움도   증오도   귀찮아서

똥똥이가  개강을  하면서  기숙사로 떠났고

재미나게  보던  드라마도   종영을 했고


재미나게  본  드라마가   恨맺힌  귀신들의  이야기였는 데

보면서    몇백 년  몇천 년이  흘러도  용서라는 건 쉽지 않구나 싶더군요

원망과  증오  미움  이  감정들을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힘이 들지요

제가  겪어봐서  압니다

제  인생  가장  밑바닥까지   맛 보여준   시댁 식구들  아직도  안 보고 있지요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러 흘러    시간 속에    보내버린  감정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상처들은   온전히  아물어지지  않고 있었는 데.


헌데

어느  순간   저는  미움도  증오도   가지지  않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시댁에서   신랑과  아들이  보고 싶어서   가끔씩  연락을 해서  만나곤 합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얼굴을   죽는  순간까지도  안 볼  생각이라  만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신랑과  아들은   만나고  오라  보냅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너무 싫고   화가  치솟고   열이  났지만  이제는  평온하네요


이유가  뭘까?  

시간 속에  흘려보낸   제  감정들 때문에  희석이  되기도 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이제는  여유가  생겼더라고요

치열하게   이 악물고   악바리같이   살던  그  시절을  지나왔더라고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날   시댁에서   어린 아이와  쫓겨났던  그 날로부터

"네  신랑  버리지 말고  애  잘 키워"라고   매섭게  일갈하던  그 사람에게 

증명했더라고요.


사람이  무서워서   6년이란  긴긴 세월을   은둔하다시피  지냈던  제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와서   일을 했고   악착같이  이 악물면서  버텨냈던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더라고요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저는   많은 걸 했더라고요


신랑에게   새 차를 사주었고    비록  중고였지만    그래도  좋은 차로  바꿔주었고

신랑이랑  저   치아치료  싹  다  해서   음식물  먹는 데  지장 없고.

비싸고   신축 아파트는   아니지만   내  집 마련을 했고 

평생소원이든   해외여행에... 이  정도면   저  진짜  끝내주게  잘 살고 있잖아요?


여기에   저를  여유롭게  해 준  가장  큰  이유는 

똥똥이더라고요

너무나도   바르게  잘자라준  똥똥이   그리고  본인이  원한 데로  척척  걸어간 아이.

문득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듣고 싶더라고요    "정말   잘 키웠다  ,  정말  잘 살고 있네"라는 소리요


신랑도  멋들어지게  건사하면서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자식까지.

저한테는   이  모든 것들이  제가  그  지옥불을  헤치고  해낸 것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제  자신에게    스스로에게   "너  잘하고 있다"라는  말을  해줄 수 있어서인지.

어깨에  뽕  좀  들어가고   그러니까   미움도  증오도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이젠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잘 살고 있는   모습들을요.


흘러 흘러  간  시간들 속에    저는   해묵은  惡  감정들을  보내버리고  

살며시  살며시  다가오는  시간들 속에   善 한  감정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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