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똥이가 처음으로 해준 것들
갑자기 똥똥이가 처음으로 우리에게 해준 것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앨범에 고이고이 모셔둔 보물들을 꺼내보았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감성이 생기는지?
아마 또 오늘 밤 똥똥이가 먼길을 떠나기 때문이지 싶어요
괜히 또 보낸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쓸쓸해지는 느낌이.
추억에 젖어서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보겠습니다
이 그림은 악마들이 아닙니다 ㅋㅋㅋ
똥똥이가 유치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부모님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으로 보는 심리로 따지면 이건 엄마 아빠를 아주 무서워하는 공포심일 수도 있죠.
처음 이 그림을 그려 왔을 때 너무 감격해서 이 괴랄한 그림에 행복하고 기뻐서
고이고이 앨범에 이렇게 넣어서 보관했죠., 왜 이 마음이 유지 안되었는지?
똥똥이가 손재주는 저를 닮아서 엉망이고 그야말로 예술성은 없다고 여러 번 적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닦달하고 볶았던 기억들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처음 느꼈던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던.
똥똥이가 처음으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만들어 주었던 건데.
너무 감격해서 하루 종일 옷에 꽂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는 역시 소중하게 앨범에 쏙 보관했습니다.
이렇게 카네이션을 만들어주던 똥똥이는 어느 날부터 사서 달어주더니...;;
언제부터인가?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이 카네이션을 만들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 장장 5시간을 쪼물 딱 거려서
장미 1송이를 접어 준 똥똥이 이었답니다
그 장미 1송이는 이사를 하면서 분실하고 말았습니다 , 다시 만들어주면 안 되는지.
2번은 없다고 선언했길래 다시는 똥똥이가 만들어주는 꽃은 없을 듯합니다.
이 엽서는 똥똥이가 6살 때 유치원 캠프를 가서 보내준 엽서랍니다
생전 처음으로 받아본 똥똥이 편지였답니다
글씨체 정말로 괴랄하죠? 지금도 저 글씨체에서 1보 전진도 안 했답니다
아유 한결같은 똥똥이눔.
신랑 닮았으면 글씨체가 너무 이쁠 건데 하필이면 저를 닮아서 악필 중의 악필인지 ;;
6살짜리의 감성을 듬뿍 담아서 뭘 해서 신나다고 열심히 자랑질을 해놓았네요
저때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서 1박을 하는 캠프를 했는데.
잘 지내다 올까? 하고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는 그때 깨달아야 했어야 합니다 , 똥똥이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 다라는 것을요
똥똥이는 내가 안달복달할 필요 없이 어딜 가든 잘 놀고 잘 지내다 온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 오랜 세월 자식 걱정을 했었죠.
똥똥이가 실습 항해사로 나가기 전에.
저와 함께 단둘이 대구가 아주 안전할 때 데이트를 나갔답니다
생전 처음으로 아들과 기차 타고 데이트를 나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수다도 떨어보고
백화점 가서 구경도 하고., 잊지 못할 첫 데이트의 날
그날 똥똥이가 에스프레소를 과감하게 마셨답니다 ;;;
아메리카노도 잘 못 마시는 놈이 마셔보고 싶다면서 도전정신을 발휘하더군요
마셔보라고 했더니 마신 결과... 인상이 참 오묘하게 변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에스프레소 1잔을 끝까지 다 마신 의지의 똥똥이.
즐거웠던 한편 똥똥이랑 2번은 단둘이 데이트 안 한다고도 다짐 한 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었거든요, 얼마나 태클이 심하고 잔소리가 심한지 ;;;
"내가 너랑 또 단둘이 나오면 인간이 아니다"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마무리는 안 좋았으나 그래도 처음으로 단둘이 기차데이트를 해본 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똥똥이가 실습 항해사로 떠나기 전에 연습을 한다고 해준 김치볶음밥입니다.
실습을 하다 보면 선배 사관님들 간식 만드는 거 도와줘야 한다고도 한다면서.
아빠에게 볶음밥 하는 방법을 배우더니 첫 요리 실습 상대로 저를 정하더군요
비주얼은 괴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계란 프라이까지
모양은 뭐 그러하나 맛은 정말로 좋았습니다
간도 딱 적당하고 불내도 좀 나는 것이 제 입맛에는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똥똥아 되었다 가서 요리해"라고 100점을 매겼는데.
현실은 밤에 간식을 만 들일이 없다고 하네요.
즉 저만 그냥 똥똥이 요리 실습 상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날 요리한 날 똥똥이랑 신랑은 자장면 시켜먹었다는 전설이.
이렇게 추억의 시간들을 돌려보니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없네요.
지금 아이들이 뭔가를 많이 만들어주는 데.
너무 많으면 다 보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가 되긴 합니다
교과서들도 초등학교 졸업하고 정리를 하니까 어마 무시했죠.
하지만 내 자식이 처음으로 해준 거 딱 그것 하나는 남기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무엇이든지 처음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니까요.
처음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언제나 처음은 서툴고 난관에도 부딪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처음이 있기에
지금 2번째도 있는 거라 생각해봅니다.
지금 똥똥이에게도 처음의 항해가 있었기에 2번째는 그나마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똥똥이 무사히 건강하게 실습항해사의 길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도록
응원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