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엄마_43

말들 속에 담긴 돌들

by foreverlove

요즘 저는 글을 적을 때마다 속이 안 좋다고 소화불량이라고 자주 언급을 하네요

너무 안 좋아서 진짜 고생 중입니다, 검사를 다 해보아도 딱히 문제 될 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신경성이고 스트레스성인 듯합니다.

약으로 잠을 자고 약으로 소화를 시키고 그렇게 사는 중인데.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말들이 이젠 모두 가슴 언저리에 맺혀서 내려가질 않네요

가슴답답증.

의사 선생님은 약 50% 스스로 마음 내려놓기 50%를 해야 된다 권하지만 잘 안되네요




워낙 속이 안 좋아서 음식 가리는 것도 많고 그래서 회사 반찬들이 시원찮을 때는

제가 알아서 밥을 가지고 가는 날들이 많습니다

딱 알아서 먹고 죽지 않을 만큼 아니 먹고 일할만큼의 정량만 싸가지고 가지요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이 다른 무엇인가를 권해도 저는 먹질 못하고 정량만 먹는다고 말하곤 하죠

대부분 지금 내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서 안쓰러워해 주곤 합니다.

진짜 쉬어야만 하는 데 쉬질 못하는 내 처지가 가여울 듯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말 한마디로 사람 속을 박박 끓는 사람도 있다지요

"그렇게 적게 먹는데 어떻게 살은 안 빠지냐?" 이런 얄 밉상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살 물론 크게는 안 빠지지만 조금씩 조금씩 체중이 줄고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도 체중관리를 하는 중이라서 크게 문제 될 건 없는 상황이고 만약 확 빠지면

이건 진짜 뭔가 큰 병을 의심해야 될 상황이겠지요.

친정 큰오빠가 갑자기 확 빠진 체중을 의심하지 않고 그냥 있다가 급성 신부전으로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체중에 대해서 심각하게 물으시더군요 , 그만큼 확 빠지는 체중은 위험한데

그런 위험한 발언을 그건 그렇다 치고.... 아픈 사람에게 살이 안 빠지냐는 소리를 하고 싶을까? 싶더군요

밥 먹다가 가슴 언저리에 무엇인가 확 얹히더군요, 체할뻔했다지요.

조심성 없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또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거지요.

"네 자리는 불량 날 일 없어서 좋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가시 돋친 말들도 듣고 다 넘길려니

마음 내려놓기가 너무 힘겨운 시간들입니다.




회사 사람들도 버거운 데.

이젠 미국 마인드에 미국식 생활에 익숙해진 큰언니와의 대화역시 가슴 답답증을 유발하더군요

고2............. 해양대학교 가는 게 목표라는 똥똥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내딛는 아이, 정말로 열심히 준비하네요

꼭 원하는 대학 원하는 전공을 했음 하는 엄마로서의 마음이 큽니다.


이런 이야기를 언니랑 하는 데... 한국 실정에는 이젠 완전히 어두운 언니의 조언

배 타려면 테니스랑 수영을 필수로 배워야 된다는.

하아~~~~~~~~~~~~~~~~~~~~~~~뭐든지 배우면 좋겠지요? 그런데 예비고 3이 무슨 시간이 있어서?

그리고 배위에서 할 무언가는 모두 디저트에 불과할 뿐이지요, 메인 요리는 붙느냐 마느냐인 거죠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영수 이 성적들이지요, 무슨과를 가든 국영수 못하면 떨어지죠

피카소가 와서 한국 대학에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요? 에디슨이 한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까요?

아니 무리일 겁니다., 그들은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천재 들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나라에서 디저트를 시작하라는 건 대학 포기하라는 말밖에 더 될까요?

지금은 디저트로 배우던 취미생활도 모두 접고 입시공부에 매달려야 될 시기인 데 말이지요

수영이랑 테니스 배우면 좋죠.. 하지만 밤 10시 30분에 와서 12시까지 공부하고 자는 아이

주말에는 겨우 늦잠 몇 시 간자고 일어나서 또 죽어라고 공부를 파고드는 아이

이런 아이에게 네가 앞으로 배를 타고 항해하려면 테니스랑 수영은 필수란다 배우러 가렴 할 수 있을까요?

애보고 죽으란 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배우다가 원하는 대학교에 떨어져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면요?

제가 바라보는 한국사회는 일단 대학 들어간다, 무조건 국영수사과에서 점수를 내어서

대학들이 원하는 점수를 받아서 대학 들어가고 전공과목을 선택하고

그 전공과목에 필요한 것들을 배운다\이 순서로 보이더군요.

그 외 예체능으로 나가지 않을 바에는 초등학교 때 시간이 그나마 있을 때 미리 배워두는 거겠지요

우리 똥똥이도 그래서 초등학교 때 태권도랑 피아노 등은 배워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고2에게 다른 무엇인가를 배우라는 건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대학 가지마!!라는 뜻이죠

이런 답답한 소리를 하는 큰언니에게 알았다고만 하고 그냥 끓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공과목에 필요한 부수적인 것들을 배워가면서 대학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린?

너무 답답한 전화통화내용에 가슴답답증이 너무 심해져서 동생에게 하소연을 좀 했더니

"그냥........ 피해라" 고 하더군요

약 없이는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고 밥도 못 먹을 정도의 상태인지라 , 굉장히 예민하고 또 예민합니다.

전의 나 같았으면 모두 그냥 웃고 넘길 말들이 이젠 목구멍에 가슴에 맺히네요

약을 먹으면서 잠도 좀 자고 그러면서 날카로운 신경은 가라앉고 있지만 주위에서

던지는 말속에 담긴 돌들은 가슴에 맺힙니다.

동생 말대로 앞으로 이렇게 맺히는 말들은 그냥 피하고 봐야겠습니다.



똥똥이가 요즘은 이런 엄마를 오히려 보살펴가면서 학교를 다니니 더욱 안쓰럽습니다.

아빠가 야근하고 없는 동안 똥똥이가 집에 돌아오면 저는 어떻게든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 동안

깨있으려고 눈을 비비지요.

하지만 약기운에 슬며시 눈은 감기고 잠이 들어버립니다., 이런 저를 안경 벗기고 제 방의 불을 꺼주고

제가 읽던 책을 (이젠 책마저 수면제가 되었네요) 치우면서 "엄마 자"하면서 저를 편히 재우고

똥똥이도 알아서 자네요.

엄마로서 지금 힘들게 공부 중인 아이에게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으니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도 듭니다.

이런 마음들도 내려놓기를 해야 되는 데 잘 안되네요.

무엇이 이리 불안하고 무엇이 이리 두려울까요? 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저뿐이겠지요.

때론 시간이 가장 좋은 약이 된다하니 , 저역시 시간이 주는 약에 의지해서 올해를 보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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