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엄마_59

노비도 밥은 주었는 데

by foreverlove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온누리에 자비가 있기를 바라는 날인데, 우리 집 고 3 이에게는 자비란 없네요

오늘도 학교를 향해서 그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내디뎠습니다

가방은 한없이 가벼운 데 , 어찌 그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천근 추가 매달린 거 같은 지



어젯밤 똥똥이가 야식을 먹으면서 저한테 말을 하더군요

"엄마 나 금요일 학교 안 가려고 , 어차피 가봐야 자습만 하는 거"

"그래? 선생님이 빼주신대? 아파도 병원 갔다가 도로 학교 오라는 담임 선생님인데?"

학기초 학부모 설명회 때 뵌 똥똥 담임선생님은 그러했습니다, 소신과 원칙이 강한

한번 빼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보이던 데? 그 높은 장벽을 뚫겠다는 똥똥이

그런 데 그 방법이란 게 참., 신통찮더군요

잔머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저한테 이리도 잔머리가 안 돌아가는 자식이라니 슬프기까지

"절에 간다고 하려고, 부처님 오신 날 엄마 아파서 못 갔다고 금요일 간다고

엄마 어디 묵주랑 염주 좀 팔에 둘러주라" 이러는 겁니다.

'에유 ;; 아들아 그건 나라도 안 빼주겠다 , 더군다나 넌 토요일 쉬잖니'하면서 속으로 한숨을

공부머리는 있으나 잔머리는 없으니 ,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지


"똥똥아 그건 무리고, 차라리 큰외삼촌 입원했다고 병문안 간다고 해라

00 병원이고 , 신부전증으로 진짜 아프신 상황이니까 완전한 거짓말도 아니고

토요일 퇴원하신다고 금요일 찾아뵙는다고 , 엄마가 그동안 아파서 못 간 거라고 "

요렇게 잔머리를 같이 굴러주었습니다., 뭐 딱히 거짓말도 아니고 말입니다

친정오빠 아픈 거 맞고, 저 아파서 못 움직인 거 맞으니까요.., 그냥 입원 좀 시킨 거밖에?

엄한 사람 돌아가시게 만드는 것보다는 , 그런데 내가 정녕 엄마가 맞는지? 의문은 드네요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작전 모의를 하는 데.

똥똥이가 분노에 찬 말을 하는 겁니다 "밥은 줘야 될 거 아니야, 노비도 밥은 주었는 데"

그렇습니다, 그런 겁니다. 이번 주에 오늘부터 1.2학년은 쉰다고 합니다

급식 담당하시는 분들도 쉰다고 합니다, 그리하와 3학년들은 자비로 점심시간에 사 먹는다고 합니다

저 똥똥의 사자후에 배를 잡고 웃고 말았습니다., 언제부터 학교 밥을 저리 중요시했다고

제가 떼굴떼굴 구르면서 웃고 있었더니 옆에 듣고 있던 신랑이 "요즘 밥이 맛있다고 하잖아"하더군요

아! 맞다! 똥똥이네 학교 영양사님이 바뀌고 나서 밥맛이 아주 좋아졌다고 합니다.

애들이 2그릇씩 먹으려고 하는 데 안된다고 하는 사태까지., 도대체 얼마나 맛 나진 거면???


이렇든저렇든 밥은 소중한 거고 , 이 소중한 밥 한 그릇 애들에게 먹이는 걸 아까워 한 사람들도 많으니



고3 담임선생님들도 출근을 모두 하신다고 합니다.

선생님들 물론 공짜로 출근은 아니겠지만 저 같아도 남들 쉴 때 쉬고 싶을 거 같네요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담임선생님들도 집에 가족이 있을 테고 자녀들이 있을 터인 데 말입니다

어차피 학기초에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저는 찍소리도 아니 일언반구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혹여라도 내 아이에게 해가 될까 싶어서, 망할 수시가 뭐라고 혹시라도 학생부에 불이익당할까

은근히 쫄아든 거죠., 진짜 딸 가진 죄인이 아니라 고 3이 둔 죄인 된 심정으로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을 스스로 해결하고 학교에서 자습을 해야 한다는 말에

그리고 집에서 있는 거보다 학교에서 하면 그래도 50%는 공부한다는 그 말에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내 아이 앞에서는 전 어쩔 수 없게 입을 다물게 되더군요., 망할 수시!!!

그냥 애들 모다 정시로 딱 시험으로 대학 가게 하던가? 아니면 수능을 아예 폐지하시던가

수시가 위주로 되면서 내신 어려운 고등학교에 들어온 울 똥똥이 1점이 아쉽네요.

차라리 내신 받기 쉬운 학교로 보낼 거하는 후회까지 밀려옵니다, 수시 비중을 점점 늘린다니 참 놔



엄마라는 이유로 정말 쫄아든 저는

그냥 내 아이가 원하는 데로 그냥 금요일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집에서 조용히 공부하길 바라봅니다.

꼭 저와 함께 짜낸 잔머리가 잘 통하길 바라보고 , 누굴 위한 수시인지 궁금하네요

학부모들은 다 압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어찌 적히는 질., 망할 수시!!!!!!!! 대학이 뭐라고 내가 이리 쫄아들다니

서글프네요


그래 노비들도 밥은 먹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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