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울렁증과의 싸움

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4

by 포에버선샤인

새벽에 극심한 울렁거림으로 깼다. 다시 울렁거린다고 하니 간호사가 와서 항구토제를 주사를 또 한 대 넣어 주었다. 이번 주사는 어제 맞은 두 대의 주사와 다른 것이란다. 다른게 맞나보다. 이번 항구토제는 맞고 나서도 구역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제 수술 당일보다는 울렁거림이 조금 나아졌다. 웃프게도 울렁증이 내려가니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선생님 회진을 돌았다. 통증이 있다고 하니 진통제 주사를 하나 넣어준다. '진통제 주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이번에 맞은 주사는 나랑 안 맞는 것이 아주 확실하다. 그 주사를 맞은 후 얼굴에서 땀이 빡 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아주 난리다.


이러다가 심장마비오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다. 겁이 나서 간호사에게 이 증상을 말했다. 이 진통제가 나와 잘 안 맞나 보다며 다른 진통제로 처방하겠다고 한다. 식전 댓바람부터 항구토제와 진통제 주사를 한 방씩 맞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밥이 왔다. 어제 저녁도 죽을 서너 숟가락 뜨고 다 토해서 사실상 위는 24시간 이상 텅 빈 상태다. 아침에도 죽을 신청했어야 했다. 간병은 처음인 남편은 아무 생각이 없다가 죽이 아니라 밥이 온 사실을 알았다. 울렁거림과 통증이 밤새 번갈아 찾아온 터라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죽도 아닌 밥은 더더욱 못 먹겠다. 밥을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간병인의 스킬은 이럴 때 발휘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밥을 먹게끔 해야 한다. 남편이 받아와서 내 앞에 놓아준 식판은 밥이 나에게서 먼 곳에 있었다. 환자 앞으로 밥과 국을 바싹 붙여 주고, 숟가락도 쥐어 주고, 한 술 뜨라고 옆에서 권해야 하는데 남편은 그냥 옆에서 멀뚱히 서 있다. 아~ 인간아~ 이 인간이 그동안 너무 곱게 살았나 보네. 다른 사람을 챙길 줄을 모른다.


어제부터 내내 굶었던 터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약도 먹어야 하고 회복하려면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숟가락을 들고 밥을 좀 떠서 컵에 옮기고 물에 말았다. 이렇게라도 해서 몇 수저 먹어 보려고 나름대로는 기를 썼다.


이런 상황도 모르는 속은 여전히 울렁거리고 밥을 쳐다보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다니! 평상시에 입맛이 좋아서 이렇게 밥을 비실비실 먹는 사람을 보면 '고사지내냐'라고 하던 나인데 말이다.


이 상황이 웃기면서, 당황스러우면서, 울렁거리는 속을 참느라 불편하면서, 먹어야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전투적으로 밥을 노려보면서... 짧은 순간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이 서로 교차되어 지나갔다. 겨우 세네 숟가락을 떠서 입으로 넣었다. 이미 속에서는 '넣지 마!' 하고 경고음을 울려댔다. 밥을 먹기 위한 이유인 약을 먹었다.


겨우 밥과 약을 먹었네 하는 찰나, 시간차 공격이 들어왔다. 구역감이 심하게 밀려왔다. 이젠 화장실로 달려갈 틈도 없고 힘도 없어서 바로 옆에서 상시 대기 중인 비닐봉투에 대고 토악질을 했다. 남들 듣기 민망한 요란한 토악질 소리가 나왔다. 가스만 나와도 왠지 속이 편했다. 여전히 마취가스가 뱃속에 가득 차 있는 걸까?


기운이 없어서 누워 있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깨니 몸이 아주 천근만근이다. 전동으로 등을 세워주는 장치가 없으면 등을 세우지도 못할 만큼 힘이 없다. 침상에서 일어나 다리를 바닥에 대고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 가는 것이 아주 큰 미션이 되어 버렸다.


왼쪽 팔은 수술 후에 겨드랑이가 몸통에 딱 붙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왼손은 퉁퉁 부었다. 오른 팔목에는 링거가 연결되어 있다. 이런 채로 비척비척 걸어 화장실을 다녀와서 물을 마셨다. 점심 먹기 전에 간호사가 와서 또 항구토제 주사를 놓아 주었다.


항구토제도 진통제처럼 나와 맞는 것이 있나 보다. 수술 직후에 맞은 것은 좀 속이 진정되었는데, 아침에 맞은 것과 점심 먹기 전에 맞은 항구토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오후에 간호사가 왔을 때 물어보니 어제 잘 들었던 항구토제는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것이고 오늘 맞은 항구토제는 전신마취를 했던 사람은 누구나 맞는 항구토제라고 한다.


아~ 역시 차이가 있구나. 나는 어제 맞은 것이 더 잘 맞으니 그것으로 달라고 해서 자기 전에 한 방 더 맞았다. 입원해서 관리를 받으니 진통제며 항구토제를 나에게 맞는 것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덕분에 편히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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