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끝난후 찾아온 것은

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3

by 포에버선샤인

정신이 비몽사몽이다. 병실로 돌아왔나 보다. 옆 침상으로 이동하라는 데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사람들이 시트를 들어 나를 옮겼다. 수술해 주신 선생님이 보였다. "환자분 어떠세요?" 하는 질문에 쉰 목소리로 헐떡거리며 나온 말은 "아파"였다. 그랬더니 지금 진통제가 들어가고 있다면서 아프면 더 넣어 주겠다고 했다. 무통주사가 연결되어 있었다.


무통주사는 펜타닐이었다. 자동적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들어가게 세팅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너무 아팠다. 그러니 간호사가 "아프면 버튼을 누르세요. 그러면 시간에 관계없이 진통제가 들어가요"라고 했다. 숨을 크게 쉴 수 없이 아팠다. 말 그대로 얕은 숨을 헐떡이며 아플 때마다 버튼을 눌렀다.


통증을 참지 말고 알리라고 했다. 통증을 참으면 혈압이 올라가고, 그러다가 상처가 터질 수도 있으니 아프면 바로 진통제를 넣어 주겠다고 했다. 가슴 위 부분과 겨드랑이 쪽 부분이 불덩이가 타고 있는 듯이 계속 아팠다. 내 인생에 그런 아픔은 처음이었다. 진통제주사도 넣어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흐른 후 통증이 좀 가라앉았다.


그 다음 말은 "울렁거려요"였다. 미친 듯이 울렁거렸다. 항구토제가 들어가고 있다면서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앞으로 3시간 동안 등을 세운 침상에 기대서 졸지 말고 물도 마시지 말고 마취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했다. 계속 잠이 왔다. 남편이 말을 걸면 깨고, 말을 안 걸면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드러눕고 싶은데 등이 서 있어 불편했다. 평상시에 말이 많지 않은 남편이 계속 말을 걸었다. 졸린데 말을 거니 그것도 짜증이 났다.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목이 너무 말랐다. 이 세 시간만 지나면 500미리 물통의 물을 벌컥벌컥 다 마셔 버리리라 생각했다. 아프고 올렁거리니 거칠고 짧은 숨이 나왔다. 간호사가 와서 심호흡을 해야 한다며 아래의 호흡기를 주고 갔다.



전신마취하는 동안 자발호흡을 끊고 기계로 비자발 호흡을 시키는데 그동안 폐가 쪼그러 들어 있게 된다. 심호흡을 많이 해야 폐가 펴지고 마취 성분이 빨리 배출된다며 심호흡을 하라고 했다. 아프고 울렁거리고 졸리고 목마르고 숨 쉬는 것도 힘든데 심호흡까지 하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심호흡을 하는 과정이 어지러워 더 구토가 나려 했다. 출산 때도 진통을 너무 오래 해서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다 아팠다. 그때는 자연분만이라 마취도 안 했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세 시간이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전신마취 후에 쭈그러들었던 폐가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면서 펴져야 하는데 덜 펴져서 그대로 쭈그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인 중 하나는 전신마취 수술 후 폐가 여전히 쭈그러져 있어 한쪽 폐의 기능이 떨어졌다고 한다.


졸음, 통증, 울렁거림, 목마름과의 4중고를 겪고 3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물을 마시는데 생각과 달리 물이 벌컥벌컥 들어가지 않는다. '왜 이렇게 삼켜지지가 않지?' 의아함이 들었다.

마취 기간 동안 활성화되지 않고 있던 삼키는 근육을 깨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폐를 펼치고 그다음에는 목을 깨우나 보다. 그래서 3시간 후엔 물만 마시고 또 그 2시간 후에 죽을 먹으라고 했다. '벌컥벌컥'은커녕 한 모금씩 입술을 축이고 있는데 이것도 울렁거림 때문에 편치 않았다. 그래도 3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무통주사가 투여된 덕분인지 통증이 점차 덜해 갔다.


이렇게 2시간이 흐른 후 죽에 도전했다. 약을 먹으려면 죽을 한 술이라도 떠야 할 것 같았다. 배고픔 느낌은 전혀 없고 계속 울렁거림이었다. 죽을 서너 숟가락 뜨고 약을 먹었다. 그러고 나니 또 울렁거림이 심하게 일어나며 결국 토해 버렸다. 간호사가 와서 항구토제 주사를 놓아 주었다.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가 울렁거림을 더 일으킬 수 있다면서 무통주사를 끊고 다른 진통제로 교체해 주었다.


사람마다 진통제에 반응하는 것도 항구토제에 반응하는 것도 다 다르다고 한다. 무통주사가 잘 맞는 사람은 수술 후에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한다. 나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울렁거림이 더 큰 문제였다. 무통주사를 끊고 항구토제 주사를 맞고 나니 속이 좀 편해져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유방암수술 #타는듯한통증 #가장힘든세시간 #물도못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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