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2
수술 날 아침이 밝았다. 자정부터 금식이라 물도 못 마셨지만 전해질 링거 덕인지 목이 마르지는 않았다. 4인실에서 혼자 잔 그날 밤은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로 잠을 설쳤다. 환자 4명과 보호자 3명(나는 보호자가 없이 혼자 잤다)이 있는 4인실은 어디선가 소리가 계속 나고 있는 공간이었다. 답답함을 가중시킨 것은 그곳의 온도다. 환자들이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히터가 나와서 더웠다.
이래저래 잠을 설친 후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한동안 씻지 못할 것에 대비해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병실에 붙은 화장실과 샤워실은 불편해서 병실 밖에 있는 환자 보호자용 샤워실에서 씼었다. 아침도 안 먹으니 할 일도 없었다. 남편이 오고 선생님들의 회진이 끝나고 수술 전 처치를 받으러 주사실에 갔다.
감시림프절을 찾기 위해 유두에 주사액을 넣는데 이 주사가 무지하게 아팠다. 나는 침을 잘 맞아서 찌르는 통증을 좀 잘 참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도 이 주사는 무지하게 아팠다. 주사를 놓기 전에 미리 많이 아프니 소리를 질러도 된다고 말을 해준다. '얼마나 아프길래 그래?' 했는데 정말 아팠다.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참은 편이라고 간호사가 칭찬을 해 주었다.
유방암은 겨드랑이 림프절로 가장 먼저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암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림프절을 감시 림프절이라고 한다. 이 림프절만 찾아 검사하면 암이 전이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하게 많은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감시 림프절을 찾기 위한 이 주사가 아프지만 꼭 필요하다고 했다.
엄청 아픈 주사까지 맞고 나니 수술 시간인 12시까지 누워서 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쉰다고 말하지만 수술 시간을 기다리는 긴장되는 시간을 보낸다. 그나마 12시라 또 다행이다 싶었다. 수술 시간이 오후 늦게 잡히면 자정부터 물도 못 마시고 금식하며 계속 수술을 기다리니 많이 힘들 것 같다.
11시가 되니 수술복으로 환복하라고 연락이 왔다. 11시 반이 되니 링거액을 꽂기 위해 라인을 잡으로 왔다. 그리고 12시가 되어 수술장으로 향하는 이동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안경을 안 쓴 채로 이동 침대에 누워서 실려 가면 어지러워서 수술장으로 가는 마지막까지 안경을 쓰고 있다가 벗어서 남편에게 주고 수술장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수술방 앞 대기장소에 멈췄다.
그곳에는 이미 두 개의 이동 침대가 대기 중이었다. 누워 있는데 간호사가 와서 묻는다. '신부님이 수술 전에 기도해 주실 수 있는데 원하시나요?' 당연하다. 원한다고 하니 '천주교 신자인가요?' 묻는다. 그렇다고 했다. 서울 성모병원만의 특화된 서비스인 듯하다. 이렇게 신부님이 기도를 해 주신다니 수술을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신부님의 첫마디가 기억에 선명하다.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이에요." 맞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계속 '불행 중 다행이다', '그 와중에 감사하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인생에서 암수술이라는 경험은 출산만큼이나, 아니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라 긴장 백배였다. 좋은 말씀 들려 주시고 같이 기도해 주셨다. 울컥하면서 눈물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수술 전에 신부님이 기도해 주시니 이 수술이 잘 될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옆자리 남자분의 음성이 들렸다. "저는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도 부탁드립니다." 신부님이 그 남자분 침상으로 다가가서 기도해 주시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술을 앞두고는 누구나 다 떨리는 법이다. 백 프로 깨어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의학 드라마를 보면 멀쩡히 수술실로 들어갔던 사람이 죽네 사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못 깨어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도 있었다.
나중에 신부님께 들으니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들도 수술 전에 기도해 주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고 한다.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누구나 저 높은 곳에 있는 분께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이런 모든 불안을 잠재우고 수술 성공에 대한 확신을 수술방 앞 신부님이 심어 주셨다. 그 신부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천장에 큰 조명이 보였다. 수술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얼추 예닐곱은 되어 보였다. 나의 경우는 외과 수술 후에 연달아 성형외과 수술이 진행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므로 성형외과 선생님이 와 계셨다.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됐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외과 선생님께도 인사드리고 싶었다. 오고 계시는 중이라고 했다. 불안했다. 불안해하니 간호사가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주었다. 전화로라도 잘 부탁드린다고 전하니 좀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으로 마취하는 분께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코위로 김이 나오는 기계가 다가오고 "환자분 크게 숨 쉬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첫 한숨~ 두 번째 한숨을 쉬니 몽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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