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데 공부는 무슨...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6화
남북전쟁 이후 북부는 공업이 발달하고 남부는 농업과 목축업을 그대로 이어갔다. 공장에서 같은 일을 시키려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 교육을 받은 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북부 지역이 더 교육이 발달한 것일까? 남부지역에서는 농장이 모두 개인사업이다.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방식으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라 학교의 중요성을 크게 높이 사지 않았나 보다.
공교육의 질이 북부와 남부가 많이 다르다. 뉴욕에 살 때는 초중고가 학교 점수가 나쁘지 않았다. 학교의 점수인 School Rate는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은 특히나 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의 점수가 좋다. 그 당시 플로리다에 살고 있던 친구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해서 놀랐었다. 그런데 이젠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지구적으로도 날씨가 더운 쪽은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노숙자가 되어도 얼어 죽지는 않으니 그런 걸까? 그에 비해 추운 지역으로 갈수록 학교시스템이 좋고 열심히 공부한다. 추워서 농사를 못 지을 거면 식량을 얻기 위해 뭐라도 열심히 해야 하니 그런 게 아닐까 유추해 본다. 미국도 그렇다. 남쪽은 공립학교의 점수가 북쪽에 비해 높지 않다.
학교 점수는 10점 만점이다. 그런데 초등학교부터 점수가 5점이 안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럼 알파벳은 떼고 졸업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이상한 점수들에 깜짝 놀라다 보니 공교육으로는 안 되겠구나 싶어 사립학교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학부모가 나오게 된다. 사립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있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천주교 계통이나 기독교 계통이다. 바른생활교육과 더불어 공부도 열심히 시킨다. 학비는 물론 비싸다.
모든 공립학교가 다 이런 이상한 점수인 것은 아니다. 학업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점수가 높은 학교를 찾게 된다. 그런 마그넷 스쿨은 공립인데도 입학시험이 존재한다. 시험 보고 에세이도 쓰고 들어가고,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Fort Walton 지역에서는 블루리본 중학교(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에게 주는 명예의 블루리본을 받은 학교)에 들어가려고, 시험 보고 에세이 쓰고 인터뷰도 하고 대기하다가 들어갔다는 친구 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펜사콜라에서는 Gulf Breeze 지역이 학군이 좋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곳은 대부분 집값이 비싼 지역이다. 잘 사는 동네가 학군도 좋다. 그러다 보니 백인과 아시안계 인구가 많은 지역이 학군이 좋고 흑인과 히스패닉이 많은 지역이 학군이 덜 좋은 경향성이 나타나곤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공부만은 아니다. 사회질서나 배려 협동 등도 다 같이 배우게 된다. 옆 주 미시시피에서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교육에서 바로 잡으려고 다 섞어서 교육한단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는 지역에 따라 흑인학교와 백인학교가 자연스럽게 나누어진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나뉘어 살아가면 계속 인종 차별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유치원과 1학년, 2-3학년, 4-5학년 이렇게 전 학군의 학생들을 다 섞어서 각각 지정된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 근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왜 그렇게 학년별로 나누었을까 궁금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이 섞여서 자라나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우리는 늘 학업성취도만 관심을 가졌는데 인종차별도 학업성취도 못지않은 중요한 이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마약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진도 나가랴, 다 같이 배려하고 섞어서 활동시키랴, SNS와 Drug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랴... 학교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더운 것쯤은 하나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다고 해서 또 큰일이 날것도 없다. 공부하기 싫으면 다른 거 하면 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할 일은 많다. 플로리다에는 음식점이 많으니 서빙을 해도 먹고살만하고, 집 고치는 일을 해도 살만하다.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슬슬 일 하면서 낚시나 서핑같이 취미 생활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군인도 20년만 복무하면 평생 연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군인 20년 하고 그다음부터는 슬렁슬렁 살란다' 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다니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나에게 여기 사람들의 직업과 삶에 대한 생각은 나의 꽉 조여있던 나사를 좀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삶도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더운데 공부는 무슨'이 아니라 '더워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플로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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