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플로리다 대표음식이 뭐야?" 글쎼... 한국 대표음식은 김치, 불고기, 잡채등이다. 요즘은 불닭면도 대표음식이 된 것 같다. 뉴욕 하면 뉴욕 베이글, 텍사스하면 바비큐인데... 플로리다는 뭘까?
플로리다는 3면이 바다라 시푸드가 대표음식일 것 같다. 물론 다른 지역보다 씨푸드가 많기는 하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사람들은 해산물 요리를 잘 못한다'라고 느꼈다. 일단 미끄덩하고 비린내가 나는 해산물을 만지기 싫어한다. 그리고 해산물 요리법도 다양하지 않다. 해산물요리법이 튀김으로 대동단결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걸프만에 접한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은 예전부터 새우잡이가 왕성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새우요리가 많다. 요리라고 해봤지 가장 대중적인 새우튀김, 새우꼬치구이, 튀긴 새우를 샌드위치 빵속에 넣은 슈림프 포보이, 루이지애나 스타일인 쉬림프 에토페, 케이준 스타일인 새우와 게, 옥수수와 감자를 넣고 찐 요리 등이다. 집 근처에서 가장 많이 본 프랜차이즈 중의 하나가 'Shrimp Basket'이다.
슈림프 토트 포테이토 프라이
요리법은 튀김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성을 준 것이 튀김옷이다. 우리같이 다양한 요리법으로 먹는 사람들에게는 다 튀김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름 유명하다는 집은 그들만의 비법 튀김옷이 있다. 이쯤 되면 플로리다의 대표음식은 '새우요리'라고 말하고 싶다.
특이한 것은 악어 고기다. 뭔가 물웅덩이가 있는 곳이면 '악어 주의'라는 푯말이 있다. 악어가 많기는 한가 보다. 주유소에 붙은 편의점에 가면 악어머리를 잘라 장식품으로 파는 곳이 많다. 처음엔 징그러웠는데 하도 보니 이제는 크게 감흥이 없다. 악어고기는 슈퍼에서도 냉동으로 팔고 악어고기 레스토랑도 있다. 난 안 먹어 보았는데 남편말로는 치킨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플로리다에서 본 특이한 것 중에 돼지껍질 스낵이 있다. 돼지고기 먹을 때 굽는 그 껍질 부분을 말려서 만든 바삭한 스낵이다. 이 돼지껍질에 콜라겐이 많다고 해서 먹어보았었다. 냄새가 좀 안 맞아서 난 삼겹살 먹을 때도 껍질 부분은 잘 안 먹는다. 그 돼지 껍질 냄새가 스낵에서도 난다. 내 취향은 아닌걸로... 이 스낵을 파는 곳이 많은 걸 보면 인기가 있나 보다.
플로리다의 서쪽은 앨라바마를 거쳐 루이지애나에 접해 있어 루이지애나 스타일이 많이 들어와 있다. 루이지애나는 프랑스 식민지 일 때의 영향으로 프랑스 풍 음식이 많고 음식이 맛있다. 전라도의 어느 식당에 가도 기본은 하는 것처럼 뉴올리언스에 가면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 뉴올리언스를 몇 번 갔었는데 갈 때마다 음식이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뉴올리언즈에서 먹은 검보와 굴요리
플로리다의 남쪽은 쿠바 난민들이 많이 들어와서 인지 쿠바의 영향을 받았다. 마이애미나 템파 같은 도시에 가면 큰 쿠바 식당도 많다. 쿠반 바게트, 쿠반 샌드위치 그리고 쿠바커피를 먹어보았다. 쿠반 샌드위치는 이미 샌드위치중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좀 짭짤한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 쿠반 바게트는 그냥 바게트보다 좀 더 버터를 많이 넣었다. 그래서 더 고소하다.
쿠바음식은 전체적으로 좀 간이 강한 스타일이다. 쿠반 커피도 몹시 진하다. 마이애미에서 쿠바 샌드위치 델리의 쿠바 커피를 호기롭게 도전해 보았다. 이건 '사약을 받아라' 수준이다. 더운 지역으로 갈수록 음식이 쉬는 것을 막기 위해 달고 짜게 했던 것처럼, 커피도 더운 곳으로 갈수록 디폴트가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베트남 커피도 많이 달고 진하잖아?
접한 지역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은 달라도 전체적으로는 씨푸드가 대표음식이다. 알 수 없는 것은 해산물이 많이 잡히지만 저렴하지는 않다. 여전히 고기가 더 대중적이다. 플로리다에 오면 바닷가니까 '싱싱한 시푸드를 싸게 사서 실컷 먹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부산에 가면 싱싱한 씨푸드를 수산시장에 가서 싸게 사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는 바닷가인데도 해산물이 비싸다.
이웃들의 말을 빌면 몇 번의 허리케인이 와서 바닷가의 마을이 초토화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리조트 개발 업자들이 바닷가의 땅을 대부분 사들이고 리조트를 지었다. 그 후부터 고기잡이 배는 사라지고 리조트와 음식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물고기 잡이가 드나드는 항구보다 리조트가 더 많다. 어업대신 관광업이 주가 된 것이다.
펜사콜라의 유명한 곳 중에 Joe Patti라는 곳이 있다. 일종의 수산시장이다. 항상 사람이 많고 여름에 가면 관광객까지 북적인다. 처음에 갔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 우왕좌왕하다가 아무것도 못사고 왔었다. 들어가면 일단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내 번호가 불릴 때까지 놓여있는 해산물들을 주욱 보고 다닌다. 그러다가 내 번호가 불리면 사고 싶은 것을 말한다.
Joe Patti
생선들은 대부분 구이용의 필레로 손질이 되어 있다. 새우도 종류가 많고 관자와 굴 랍스터등 갖가지 해산물을 냉동이 아닌 상태로 살 수 있어 인기다. 한쪽에는 작은 초밥집이 있고 다른 쪽에는 해산물 관련 식품과 소스를 판다. Fort Walton과 Panama city에도 이런 류의 씨푸드 마켓이 있어서 가 보았다. 규모가 Joe Patti만 한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해산물이 비싸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조기와 돔부터 오징어까지 시즌별로 온갖 해산물이 잡힌다. Pier나 낚시 포인트에 가면 낚싯대를 꽂아 놓은 사람들뿐 아니라 어망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주립공원에 가니 비치에도 낚싯대를 꽂은 사람들이 있었다. 플로리다는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인 듯한다. 애틀랜타에서 낚시 동호회가 우리 동네로 낚시 여행을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낚시배가 들어온 모습과 이런 어종이 잡힌다며 모형을 달아놓은 곳
우리 부부도 낚시를 시도해 보았다. 해보고 알게 된 것은 낚시도 어종에 따른 미끼와 잡히는 시간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인트에 따라 바로 옆인데도 잡히는 곳은 계속 잡히고 그 옆자리는 안 잡힌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낚시 잘하는 분과 같이 밤낚시를 간 적이 있다. 그 분만 귀신같이 조기를 연속으로 잡았다. 바로 옆인데 왜 우리 쪽엔 한 마리도 안 오냐고... 물고기도 초보를 알아보는 걸까? 보다 못해 그분이 자리를 바꿔주었다. 그러니 또 신기하게 조기가 잡힌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낚시에 그다지 취미를 못 붙였다. 그래서 생선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해산물 조리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구이 조림 찜의 3 대장에 탕과 찌개, 튀김과 어묵 그리고 홍어회나 가자미 식혜 같은 발효음식까지! 생선이건 조개류건 다양한 방법으로 재료의 맛을 끌어낸다. 이런 음식들의 맛을 다 알고 있는데 씨푸드라고는 대부분 튀김이고 좀 다르면 크리미 한 수프스타일로 만들거나 오븐구이인 씨푸드를 먹으니 뭔가 좀 성에 차지 않았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다. 플로리다에 살다 보니 플로리다 스타일의 시푸드요리도 점점 입에 맞는다. 대부분이 튀김이지만 뉴올리언스 스타일과 쿠바 스타일 분 아니라 생굴과 석화 오븐 구이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메인주의 대표 음식이 메인 랍스터인 것처럼 플로리다의 대표음식은 시푸드요리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