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전국에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다. 한국말이다. 이곳 플로리다는 1년 내내 축제가 열린다. 종류도 많고 주제도 다양하다. 특징은 술과 음악이 항상 끼어 있다. 축제의 꽃이 노래자랑과 장터인 것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김밥천국이 다양한 재료를 Mix match 해서 다른 이름의 김밥이 나오는 것처럼 이곳 축제도 여러 요소를 믹스매치해서 다양한 축제가 펼쳐진다.
4계절이 있는 추운 곳 뉴욕에서 살다가 4계절이 있는 더운 곳 플로리다에 오니 정말 1년 내내 축제가 펼쳐지고 또 즐길 수 있다. 플로리다는 디폴트가 덥지만 나름 4계절이 있고 1월이 제일 춥다. 관광객은 5월부터 몰리기 시작해서 8월까지는 길이 막힌다. 그러나 해수욕장은 9월까지도 좋아서 로컬 사람들은 관광객이 빠져나간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를 황금기로 보고 있다.
10월 말에 핼러윈까지도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 기온이 좀 내려간다. 그리고 12월에도 낮기온이 25도씨 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보러 갈 때 반팔을 입고 갔다. 1월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춥고 2월부터는 조금씩 따뜻해진다. 3-4월인 봄에는 비가 많이 온다. 날씨는 3,4월과 10,11월 이 가장 선선하고 좋다.
펜사콜라의 대표적인 축제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갤러리 나잇(Gallery Night)이다. 매달 주제를 달리하며 축제를 연다. 예를 들면 2월은 Lunar New Year가 주제다. 그러면 음력설과 관계된 행사가 열린다. 중국팀에서 용춤을 추고 필리핀 팀에서 전통춤을 추고 퍼레이드 한다. 또 어떤 달은 70년대 복고 스타일을 주제로 잡는다. 그러면 옛날 복고풍 옷과 머리모양을 하고 사람들이 길가에 나온다.
Pensacola Gallery Night
'갤러리 나잇'이니 만큼 자기가 만든 예술품을 파는 천막이 줄지어 쳐진다. 로컬 댄스 스쿨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로컬 밴드의 노래가 있다. 푸드트럭과 칵테일을 파는 가판대는 항상 성황이다. 갤러리 나잇에 가보면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싶다. 정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오는 것 같다. 저녁 6시 즈음부터 해서 9시 즈음까지 하는데 돌아다니며 간단하게 핫도그 사 먹고 음료수 마시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축제가 매달 몇 개씩 열린다. Gulf Coast Food Festival에도 가보았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푸드 트럭이 왔나 싶다. 많은 푸드 트럭이 공원의 4면에 주차되어 있었다. 번호판을 보면 옆동네 앨라배마에서 온 푸드트럭도 있다. 씨푸드는 기본이고 버거와 바비큐, 그리스 푸드, 멕시칸 푸드둥 종류도 다양하고 엄청 많다. 그리고 그 공원의 안쪽에는 미술품을 파는 천막들이 있다. 맛있게 먹고 한 바퀴 돌아다니다 보면 사고 싶어 지는 작품들이 있다.
무슨 예술품 천막이 이렇게 많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Art에 대한 남쪽 사람들의 열정을 햇빛만큼이나 뜨겁다. 조금 큰 음식점에선 주말에 밴드 라이브 공연이 많이 열린다. 이런 축제에는 꼭 Art & Craft 천막이 펼쳐진다. Art도 너무나 다양해서 구경 다니다가 도리어 영감이 올 정도다. 모래에 색을 입혀 만든 작품(이건 너무 예뻐서 하나 샀다), 맥주병 뚜껑으로 만든 작품, 와인 코르크로 만든 작품, 유리에 그린 작품등 어느 한 곳 같은 곳이 없다. 너무나 다양하게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천막들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 수혈에 덩달아 나도 같이 삶이 풍성해진다.
가을이 되면 여전히 더워도 Harvest Fesival을 하고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한다. 세 종류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봤다. Lighted Boat Parade와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그리고 마디그라 스타일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다. 먼저 Lighted Boat Christmas Parade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곳에서는 많이 하는 퍼레이드다.
보트 소지자들에게 개별 참가 신청을 받아 각자 알아서 자기의 보트를 꾸민 후 퍼레이드를 한다. 각각의 보트에는 번호표가 붙어 있어 관객들이 다 본 후에 어떤 번호의 보트가 가장 멋있었는지 투표하면 수상자가 상을 받는다. 어찌나 예쁜지 보트를 꾸미는 그들의 정성에 놀라울 때가 있다. 12월엔 우리 동네인 펜사콜라뿐 아니라 데스틴, 잭슨빌 등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다 진행하고 있다.
보통의 퍼레이드는 지역 단체들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다. 밸리댄싱 팀도 있고 고등학교 밴드도 있다. 경찰과 소방관은 꼭 경찰차와 소방차를 대동하고 참석한다. 마지막에 산타가 탄 트럭이 지나가고 끝이 난다. 마디그라 스타일 퍼레이드는 마디그라 행사 때처럼 플릿이 다니면서 목걸이나 선물을 던져주는 퍼레이드다. 마디그라 스타일이 뭐냐고?
Ash Wednesday(재의 수요일) 전 한 달 동안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Mardi Gras Parade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에서 2월에 마디그라 퍼레이드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본래 마디그라는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는 금식에 들어가서 잘 못 먹으니, 그전인 Fat Tuesday에 실컷 먹고 놀자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각각의 지역 단체가 큰 트럭 같은 것(Fleet이라고 한다)을 자기네 테마대로 개성 있게 꾸민다. 옷과 모자도 맞춰 입고 춤도 추면서 타고 간다. 이동하면서 목걸이나 인형 같은 선물을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던져준다. 2월이 되면 이 퍼레이드가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오는지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렇게 성공을 거두니 Mardi Gras parade는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곳이 나타났다. 앨라배마의 모빌(Mobile)과 플로리다의 펜사콜라(Pensacola)다. 두 곳 다 2월에 마디그라 퍼레이드를 한다. 펜사콜라에 사는 우리는 당연히 펜사콜라 마디그라 퍼레이드를 보았고, 옆동네 모빌 마디그라 퍼레이드와 그 유명한 뉴올리언스의 퍼레이드도 보았다.
뉴올리언스가 가장 규모가 크고 멋지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고 숙소 잡기도 어렵다. 펜사콜라는 뉴올리언스보다 조금 규모가 작지만 더 안전하고 주차하기도 쉽다. 마디그라 퍼레이드에 사용했던 Fleet을 크리스마스 용으로 데코 해서 펜사콜라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한다. 12월은 저녁에도 크게 춥지 않아 퍼레이드를 보기에 쾌적하다.
지금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Gallery Night Festival과 1년에 한 번 특별한 시즌에만 하는 페스티벌, Gulf Coast Food Festival, Christmas Parade, Mardi Gras Parade 등을 소개했다. 이들은 가장 대표적인 축제들이고 Wine Festival이나 Ceramic Festival같이 다양한 축제들이 거의 매주 열리고 있다. 뉴욕에 있을 때는 축제가 주로 여름에 열리고 가을에 하베스트 페스티벌로 끝났었다. 그에 비해 제일 추운 1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축제가 열리는, 생동감으로 팔딱이는 곳이 플로리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