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줄까? 두개 줄까?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9화
뭔데 하나줄까? 두개 줄까? 일까? 쓰레기통(Trash Bin)말이다. 플로리다로 이사와서 전기 상하수도 쓰레기 연결하려고 해당회사에 전화했다. 쓰레기통 하나 필요해? 두개 필요해? 하고 물어본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 이렇게 두개를 받는게 아닌가? 물어보니 재활용 쓰레기통을 꼭 써야 하는건 아니란다. 하나만 써도 되는데 재활용 쓰레기통을 받고 싶으면 준다고 했다.
갑자기 큰 혼란이 왔다. 이렇다는것...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수거해 온 쓰레기도 결국은 일반 쓰레기와 하나로 섞인다는 것일가? 아니면 일반 쓰레기속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골라낸다는 것일가? 아무래도 1번 같다. 플로리다는 자연이 깨끗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어서 당연히 쓰레기 문제도 깐깐할 것 같았지만, 사실은 몹시 너그럽다.
캘리포니아쪽은 쓰레기 통을 3개 받는다. 일반, 재활용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Compost)통이다. 그게 동쪽으로 이어져 텍사스에서도 요즘 음식물 쓰레기통을 쓰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통 까지는 아니라도 일반과 재활용 쓰레기통이 전국 공통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나만 써도 무방한 곳이 있었다니!
쓰레기통뿐 아니라 슈퍼에서 주는 비닐 봉투도 아주 관대하다. 아낌없이 팍팍 담아준다. 이제 웬만한 곳에서는 슈퍼 비닐 봉지도 유료라서 항상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펜사콜라에서는 장바구니를 안들고 가도 걱정이 없다. 물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자' 는 캠페인을 하지만 돈이 걸려있지 않으면 행동이 잘 변화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니 쓰레기 걱정이 없는곳이다. 쓰레기 걱정만 없는것이 아니다. 텍사스에 있는 물부족 걱정도 없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불 걱정도 없다. 바닷물뿐 아니라 강과 호수같은 민물도 풍부한 곳이다. 고온 다습한 곳이다 보니 산불도 나지 않는다. 지진은 들어본 적도 없다. 평지가 아니라 토네이도도 거의 없다. 단 하나 자연재하가 있다면 허리케인이다.
바닷가 쪽은 허리케인 때문에 집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 그러나 내륙 쪽으로 들어와 있으면 허리케인이 잘 오지 않는다. 이웃들의 말을 빌면 지난 10년 동안 1번인가 2번 정도 허리케인이 왔었다고 한다. 지붕이 날아갔다는 집, 나무가 부러져 지붕에 구멍이 났다는집, 유리창이 다 깨졌다는 집도 있다. 그러나 또 아무일도 없었다는 집도 있다. 이쯤 되면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는 복불복인 셈이다.
나무도 엄청 많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장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자연만 가지고도 관광업으로 살수 있는데 뭘 공장을 유치하냐 했던게 아닐까? 덕분에 자연은 깨끗하고 관광객은 항상 있다. 코로나때 셧다운을 가장 늦게 한 주도 플로리다다. 다른 주 들이 셧다운 을 시작한 때가 3월 중순이었다. 3월 중하순이 봄방학 기간이라 플로리다에 봄 관광 특수가 일어나는데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봄방학 다 끝나고 4월 초에 셧다운 했었다.
나무가 많고 아직 노는 땅이 많아 쓰레기 매립지 걱정이 없는걸까? 뉴욕에서 살때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나누어 버리는 습관으로 플로리다에서도 쓰레기를 나누어 버리고는 있다. 과연 재활용쓰레기는 재활용이 되는 걸까 에 의문이 들기는 하다. 쓰레기에 관대한것에 비해 태양열 에너지 이용은 극성스럽다. 탄소배출 감소 정책 때문에 태양열 에너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보조금 정책 때문인지 1년 내내 태양이 번쩍여서 인지 개인주택 단지에 태양열 판을 무료로 깔아주겠다며 홍보하는 사람들이 가가호호 돌아다닌다.
남편은 개개인에게 태양열 발전 시키려 하지 말고 바닷가에 풍력 발전기를 다는게 더 나을것 같다고 주장한다. 바닷가는 항상 바람이 부니 풍력 발전이 나을수도 있다. 그러나 9월 부터 오는 허리케인 때문에 아예 다 부서질 수도 있다. 뉴욕에서는 눈 폭풍(Snow Storm)이 오면 '미리 장을 보고 집에서 나가지 마라' 라고 하는데 이곳 플로리다에서는 '허리케인이 오면 창문을 막고 장을 봐두고 나가지 마라' 라고 한다.
쓰레기 정책도, 환경에너지 이용도, 자주 접하는 자연재해도 주마다 다 달라서 다른 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온것 같다. 비슷한 다른 경험은 자동차 등록하려고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를 찾으니 여기는 Tax Collector 라고 한다. 뭐 이름이야 다를수 있지만 결국은 세금내는곳, 세무서다. 그런데 Tax Collector 하고 꼭 사람 이름이 써있다. 그 지역의 지동차 등록을 주관하는 관공서 같은데 이렇게 사람 이름이 써있는 건 뭘까? 이 사람이 이 세무서장인가? '이 지역은 니가 책임지고 세금을 걷어라' 라고 한 느낌이다.
쓰레기 수거해 가는 날에 보면 쓰레기 통이 두 개인 집과 한 개인 집이 2:1정도다. 젊은 사람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개를 내놓는것 같고, 예전부터 '쓰레기통 하나면 충분해' 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만 쓰고 있는것 같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텍사스에 음식물 쓰레기통이 보급되고 나서도 사람들이 그 통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알고는 있지만 강제사항일때와 참고사항일때는 마음의 자세가 다르다. 후세에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쓰레기 분리를 잘하자 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은 '뜨거운 공감'보다는 '몸에 익은 루틴'인것 같다. 환경정책에 열심인 텍사스 친구도 처음에 컴포스트 통으로 음식쓰레기 배출하라는 안내가 왔을때 고민했다고 한다. 취지는 공감하는데 막상하려니 귀찮기 때문이다.
각각의 주가 같은 듯 다른 미국에서 환경정책도 일관되고 통일되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음을 '쓰레기통 하나줄까 두개줄까' 로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방향이 다른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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