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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지인 Aug 08. 2024

술 안 팔아요~

플로리다에 살아볼래? 05화

종교는 가치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인지 보수냐 진보냐를 논할 때도 종교가 등장한다. 뉴욕주에 살 때는 종교에 대한 질문이 자유로웠다. 여러 인종이 섞여 살아서 그런지 각자의 종교를 존중해 주자는 분위기도 강했다. 그래서 Merry Christmas 가 어느 날부터 Happy Holiday가 되었다. "교회 다녀?"라고 물었을 때 "아니,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면 "응, 그렇구나" 분위기다. 참고로 나는 성당 다닌다.


그런데 남부로 오니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03화 어깨통증이 사라졌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플로리다에 오니 너무나 교회가 많아서 놀랬다. '이 동네는 교회에 특혜를 많이 주나? 어째서 이렇게 교회가 많지?' 했다. 그리고 또 침례교회가 많다. 침례교회가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은 동네 교회에 가보았을 때다. 몇 개 안 가보았지만 실제로 예배 중에 물속에 풍덩 들어갔다가 나온다.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또 대형 교회가 많다. 이 동네는 헌금을 잘 내나 보다, 신앙심이 강한가 보다, 십일조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등 북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군 하고 있었다. 교회는 안 갈 거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도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간다. 슈퍼 가서 일주일치 식재료를 사러 가는데 그날은 일요일 오전에 아침 먹고 슈퍼에 갔다. 이것저것 사고 나서 와인을 한 병 샀는데 계산대에서 와인은 계산이 안된단다. '이건 무슨 말이지? 내가 뭘 잘 못 알아들었나?' 했다. 일요일은 오전에 술을 팔지 않는다. 오후에 오면 살 수 있다고 한다. 이건 여기에 수많은 교회가 있는것과 무관하지 않다. 보수의 색채가 강한 남부에서는 주일에 교회에 다녀온 후에야 술을 살 수 있다는 걸까?


또 놀랐던 것은 일요일은 쉬는 음식점이 꽤 많다. 프랜차이즈 말고 개인이 하는 음식점 중에 '주일은 쉽니다'가 제법 많다.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아주 예전에는 추석기간 동안에 문 여는 음식점이 없었다. '추석은 가족과 함께'지! 하며 거의 모든 음식점이 문은 닫았었다. 잠시 그 당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주일은 쉬라고 했는데 개인 사업장을 계속 열고 일해도 되는가에 대한 종교적 갈등이 있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정말로 음식점계의 대목인 주말에 문을 닫다니 말이다. 시골이라 그런 건지 종교심이 강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옆 주인 앨라배마에서는 복권을 팔지 않는다. 앨라배마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 유명한 'I have a dream'을 연설한 곳이 아닌가! 교회에서 도박하지 말라고 해서 그랬다던가... 복권이 주정부예산에 주는 도움이 클 텐데 말이다. 그래서 앨라배마에 사는 지인은 복권을 사러 근처 다른 주까지 가서 사 온단다. 우리를 만나러 플로리다에 올 때 꼭 복권을 사가야 한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여하튼 남부는 교회가 힘이 세다. 종교심이 강하다. 보수가 살아있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까칠하지 않고 여유 있게 일한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엔 술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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