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완전정복 02화
수요연재 올랜도 완전정복 02화 시이작!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는 시티워크라는곳이 있다. 여기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 있는 식당가다. 꼭 놀이공원 앞 식당가 라고 하기보다는 이미 놀이공원의 일부다. 본격적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즐기기 전에 예열하는 곳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상징인 돌아가는 지구본도 있고, 라푼젤의 타워 같은 타워도 있고, 영화'찰리와 초콜릿팩토리'가 생각나는 초콜릿 엠포리움도 있고, 유명한 관광지에는 다~ 있다는 '하드락 카페'도 있다. 시티워크만 돌아다녀도 실컷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고 사진 찍고 에너지 닿는 데까지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노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다양한 것들로 가득 찬 이 공간을 즐기지 못했다. '나중에 언젠가는 한번 여기를 다 돌아보리라~'생각만 하며 지나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언제'가 왔다. 생각해 보면 항상 가성비를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유니버설에서도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즐기려고, 동선을 짜고 라이드의 순서를 정하고 퍼레이드 시간을 체크했었다. 하루에 볼 것들을 다 보고 탈것들을 다 타려니 올때마다 너무 바빴다. 딸내미가 말했다. "엄마! 이번엔 좀 슬슬 다니자!" 가끔은 놀러 온 것인지 고난의 행군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올랜도 유니버설이 4번째이고 이미 탈만한 것을 많이 탔다. 힘들게 돌지 말고 새로 나온 신상 라이드만 타고 추로스도 사 먹고 사진 찍고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하루 날 잡아 시티워크도 슬슬 돌기로 계획했다.
유니버설 호텔에서 호수를 따라 난 길로 주욱 걸어가면 시티워크에 닿는다. 올랜도 완전정복 01화에서 언급한 사파이어 폴스 호텔 앞에서 셔틀 보트를 타도 바로 시티워크 앞 선착장에 닿는다.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네 번째 왔는데도 여기에 셔틀보트가 있고 선착장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역시 여러 번 온다고 모든것을 아는것이 아니다. 전에 안 하던 시도를 해야 새롭게 알게 된다.
이 호텔 저 호텔 구경하면서 오느라 시간이 더 걸렸지만, 카바나 베이 호텔에서 걸어와도 약 30분이면 시티워크에 닿을 것 같다. 실제로 셔틀버스를 타면 5-10분이면 닿는다. 걸어온 사람들은 마가리타빌(Margarita ville) 옆 시티워크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가방검사를 한다. 시티워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티워크로 들어올 때도 가방검사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X-ray기계 통과 및 가방 검사가 항상 있다. 전에는 '여기 위험한 거 아니야?' 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늘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이게 혹시 안전 불감증인가?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곳에 가방검사가 있다. 그래서 가방은 최소화로 하고 놀러 오기를 강추한다.
여기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주차장을 같이 쓰고 있기 때문에 유니버셜에 들어가지 않아도 주차장이 유료다. 그래서 주차비$30을 낼 생각하고 와야 하는 곳이다. 이 점이 디즈니 스프링스와 다르다. 디즈니 스프링스에 대한 썰은 올랜도 완전정복 04화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많관부!
일단 날씨가 너무나 화창했다. 그리고 낮기온이 20도! 12월 말에 이렇게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하다니! 놀기 좋은 날씨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 31일에 새해맞이 전야제 파티를 한다는 광고판도 서 있다. 여기서 맞는 새해도 왠지 더 특별할 것 같다. 여기는 지역구 전국구를 떠나 세계구인 듯하다. 플로리다 주민뿐 아니라 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전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에서까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실제로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마이애미에서 바하마로 가는 프린세스 크루즈를 탔는데 그 배에 탄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이 독일, 영국 같은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사람구경과 거리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음식점이 너무 많아도 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 검색 끝에 가성비 좋다는 Red Oven Pizza집으로 향했다. 여기는 먼저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위의 큐알코드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피자 한판이 어느 정도 크기인 줄 몰라서 주문을 하러 들어갔다. 주문받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한 질문이 '테이블 번호가 뭐냐?'였다. 세 명이 두 판을 주문했다. 피자는 뜨끈뜨끈하니 담백하고 맛있었다.
피자를 먹고 걷다가 부두 도넛'VooDoo Doughnut'을 발견했다. 곳곳에 스토어가 있는 도넛 체인점이다. 여기는 부두 인형 모양 도넛이 유명하다. 부두인형이 뭐냐고? 사극에서 보면 궁중의 암투를 그릴 때 상대편에게 악운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지푸라기 인형에 저주를 걸어 바늘로 찌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다. 그때의 그 인형이 여기서 말하는 '부두 인형'이다. 여기서도 그 사람모양 도넛에 바늘이 찔린 것 같은 모양의 도넛이 인기다.
위 사진의 간판을 보면 인형 모양 도넛이 뭔가에 찔려있다. 이런 사술의 도구를(갑자기 사술이라 하니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환혼'이 생각난다 장욱과 무덕이가 궁금해진다^^) 도넛으로 만들어 팔다니! 처음엔 이해가 안 되고 이상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화가 섞이면서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실제로 안에 들어가면 도넛의 종류가 끝도 없이 많다. 도넛을 담은 판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줄을 서 있으면 직원이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와서 주문을 받고 주문지를 준다. 카운터에 도달해서 그 주문지를 주고 계산하면 바로 도넛을 준다. 너무 많은 도넛에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초심을 되찾아 부두인형 도넛을 주문했다. 부두인형의 가슴팍을 뚫고 있는 무기는 빼빼로였다. 일단 바늘인 빼빼로를 먼저 뽑아 먹고 인형도넛도 먹어 보았다. 도넛 안에는 라즈베리 쨈이 들어있고 맛있었다. 보통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라즈베리 쨈이 이 인형모양 도넛 안에서 흘러나오니... 왠지 피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일부러 노린 것이겠지?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부두도넛을 겟 하고 먹기 전에 인증 사진도 찍었다. 배경에 보이는 도넛 의자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다른사람이 사진 찍는곳에는 다 이유가 있는법! 나도 줄 서 있다가 사진을 찍었다. 색감이 알록달록해서 동화의 나라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이 찍으니 더 사진이 귀엽다. 내가 찍으니? 노 코멘트...
도넛을 먹고 슬슬 걸어서 눈길을 사로잡는 바로 그 건물! Chocolate Emporium으로 갔다. 지나다니면서 사진만 찍었었는데 직접 들어와 보니 달달구리 디저트를 파는 곳이었다. 이 Chocolate Emporium은 볼 때마다 찰리와 초콜릿공장이 연상된다.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지었을까? 영화세트장은 아닐까? 여러 상상을 하며 들어갔다. 내부는 초콜릿과 셰이크를 주로 판다. 여기 셰이크가 '꼭 먹어보아야 할 것!'에 들어 있길래 한번 시도해 보았다.
밀크셰이크가 한잔에 자그마치 18불! 얼마 전까지 15불이었다는데 그 새 또 올랐다. 이놈의 물가는... 그래서 좀 망설여졌다. 밀크쉐이트로 밥값을 날리는데 먹어볼까 말까... 하다가 까짓 먹자! 언제 또 먹겠냐! 해서 신중하게 주문해 보았다.
이건 아무래도 '다 먹기 챌린지'인 듯하다. 주변에는 다 못 먹고 남긴 컵들이 즐비하게 많다. 일단 많이 달고 양도 많다. 탕후루가 당뇨를 부르는 맛이라면... 이 셰이크는 탕후루의 큰언니다. 탕후루보다 더 당뇨를 부르는 칼로리와 양이다. 미국 것은 일단 양으로 기를 죽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챌린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난하게 커피 맛으로 주문했다. 어찌어찌 대략 먹고 냅킨으로 닦아서 컵을 가지고 왔다. 컵은 플라스틱이고 가져가도 된다. 엄청 비싸고 다 먹기 힘든 밀크셰이크를 먹은 기념품으로 컵을 챙겼다. 이 컵은 내 위장이 기억하는 진정한 기념품이다. 이 셰이크의 영향인지 이후로도 한동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시티워크를 다니다 보면 핀을 파는 매점이 많다. 핀을 꽂는 Lanyard에 기념핀을 사서 아래처럼 꽂는다. 그런데 이 핀 값이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비싸다. 하나에 9불에서 15불까지다. 이번에 산 핀은 연말이라 그런지 2023은 하나도 없고 다 아예 2024라고 쓰여있다. 핀을 보니 디즈니와 유니버셜의 추억이 떠오른다. 모든 기념품은 추억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놀이공원을 헤매고 다니던 다리 아프지만 설레고 신났던 기억과 가족과 함께 울고 웃은 소중한 시간들이 핀의 형태로 집약되어 내 눈앞에서 파도처럼 파노라마 친다. 유니버설에 가면 이렇게 핀을 꽂은 Lanyard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우와 멋져!' 했는데 이번에는 '돈 많이 들였네...'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것이 한편으로 씁쓸했다. 놀이공원은 꿈과 즐거움을 쌓으려고 오는곳인데 자꾸 자본주의의 눈으로 보게 된다.
이렇게 핀 구경까지 하고 시티 워크를 떠났다. 가던 길 마저 가야지? 카바나베이 리조트에서 사파이어폴스와 로열퍼시픽을 지나 시티워크에 도착했다. 이제는 남은 두 호텔 하드락호텔과 포토피노 호텔로 가보겠다. 올랜도 완전정복 01화에서 소개 못했던 로열 퍼시픽 호텔도 다른 Tier1의 두 호텔과 같이 올랜도 완전정복 03화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최고의 호텔들은 어떨까? 급이 다른 호텔들과 어떻게 차별화될까?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올랜도 완전정복 03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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