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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지인 Oct 03. 2024

허리케인에 대처하는 자세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12화

미국은 항상 어디선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부에서는 지진과 산불, 남부와 동부에서는 허리케인, 중부에서는 토네이도, 북부에서는 눈폭풍(Snow Strom)등이다. 한국처럼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건 들을 수 없다. 같은 플로리다라도 지역에 따라 날씨가 다양하다.



허리케인 Helene이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을 강타했다. 템파 위쪽에서 파나마시티 아래쪽 사이로 올라와서 주도인 탤러해시를 거쳐서 조지아로 넘어갔다. 이렇게 허리케인이 온다고 하면 그 경로가 먼저 나오고 그 지나가는 길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허리케인에 대한 대처'를 시작한다. 


먼저 창문을 막는다. 유리창이 다 깨져서 위험해지거나 물이 들어와 침수될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 집도 창문에 가림막이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 창문 주변으로 가람막을 걸 수 있는 후크가 벽에 박혀있다. 허리케인이 오면 가림막을 그 후크에 걸어서 창문을 비바람에서 보호해 준다. 이걸 보니 여기가 허리케인이 빈발한 지역이 맞는구나 싶었다.


가림막이 없는 집은 나무판자로 창문을 가린다.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둔다. 모래더미에서 모래를 퍼서 모래 주머니를 만든다. 슈퍼에 가서 미리 물과 먹을것을 장만해 둔다. 이도저도 아니면 근처 다른 도시로 피난을 떠나기도 한다.


중부에 사는 친구는 집안에 패닉룸이 있는 집이 주변에 있다고 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네 가족이 토네이도가 올 때 숨는 지하창고 같은 방이 집안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영화에서 보는 거 아냐?" 물었다. 주변에 좀 산다고 하는 집은 토네이도에 대비해서 금고처럼 튼튼하게 만든 방이 있고 거기에 며칠치인지 몇달치인지 비상식랑도 구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동네는 펜사콜라에서도 내륙 쪽이라 바닷물로 인한 침수는 걱정 안 하고 있다. 그러나 허리케인이 오면 비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바람 때문에 지붕이 날아가거나 마당에 나무가 쓰러져서 거실 한복판이 뚫리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나기도 한다. 


지난번에 작은 허리케인이 지나갈때 정말 밤에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이러다가 잠기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에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샌적이 있다. 그래서 허리케인이 지나간다고 하는 날 밤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잠을 못 이루고 만일의사태를 대비한다. 펜사콜라에서도 몇 년 전에 한번 큰 허리케인이 와서 지붕이 많이 날아갔었다. 그때의 무용담을 들으면 영화가 따로 없다. 


거실에서 TV 보고 있는데 침대 위로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는 이야기,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탈출가방을 미리 싸놓고 밤새 지켜보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예 대피령이 나서 집을 두고 근처 고등학교 체육관에 모여서 밤을 지새운 이야기, 그러고 돌아와 보니 주변에 나무가 다 뽑혀서 길이 난장판이 되어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최악은 집이 무너지거나, 비로 인해 모두 잠기는 침수피해가 발생한 경우다.





그래서 집보험인 홈인슈어런스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집에 큰 데미지가 나면 집 보험으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은 익숙한데 집보험은 좀 생소하다. 나도 처음에 미국에 와서 집보험을 접했을 때 '이건 왜 하는 거지?' 싶었다. 이제는 집 보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일이 집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도 허리케인으로 집이 무너지거나 침수될 수도 있고, 나는 가만히 잘 있는데 옆집에 불이 나서 내 집으로 옮겨 붙어 내 집도 탈 수가 있다. 


집주인이 드는 보험 말고도 세입자가 드는 보험도 있다. 이 보험은 세입자가 사는 집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경우 세입자의 재산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도둑을 당하거나 물난리가 나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빌라사기를 보면서 한국도 이런 세입자 보험이 활성화되면 좀 더 세입자의 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그 홈 인슈어런스가 매년 오르고 있다. 바닷가 앞 ocean view house는 Home insurance 가 무지하게 비싸다. 쓰나미와 허리케인, 홍수 등 모든 재해를 직방으로 맞기 때문이다. 바다뷰를 보기 위한 유지관리비가 보통집의 몇 배가 드는 셈이다. 이 사실을 알고난 후 부터는 오션 뷰 하우스가 별로 부럽지 않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플로리다 전역에 홈인슈어런스가 너무 많이 올랐다. 수지가 안 맞는 보험사는 플로리다에서의 사업을 접기도 한다. 처음에는 보험사의 횡포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허리케인이 올 때마다 부서지고 물에 잠기는 집들을 보면 보험사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하다. 미국집을 벽돌이나 콘크리크보다 나무로 짓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렇게 부서질 때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썰도 있다. 그만큼 집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일이 많다.




집을 수리하는 동안 보험에서 호텔비나 단기숙박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일단 나가서 살 곳은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으로 사고처리를 해 보아서 알겠지만 보험사와의 실랑이는 시간이 걸리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하물며 모든 일처리가 느린 미국이니 집을 고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허리케인 헬렌이 이제 조지아주를 지나 캐롤라이나로 올라가면서 여전히 집을 부수고 집이 침수되고 그 과정에서 120명이 넘게 사망했다고 한다. 자연재해는 해마다 더 독해지는 것 같다. 지구 온난화가 점점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창문 가림막을 찾아보고, 슈퍼에서 먹을 것도 사놓고, 주변의 나무들도 미리 손질해 놓고, 허리케인이 우리 지역으로 안 오기를 기도해 본다. 전기가 나갈 때를 대비해서 가정용 발전기를 사둘까 하는 생각도 든다. Mandatory Evacuation(대피명령)이 뜨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모든 대처후에, 허리케인이 온다 하면 생각나는 것이 '또 집 보험료 오르겠네...' 다. 내년에 또 올라있을 집 보험료 청구서를 받아볼 마음의 자세도 단단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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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플로리다라이프 #자연재해 #허리케인 #집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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