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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지인 Oct 10. 2024

미국에도 충청도와 경상도가 있다고?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13화

지역색이라는 것이 있다. 그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말한다. 지역색은 그 지역의 지리와 그 지역이 겪어온 역사, 문화와 관련이 있다. 팀 마샬의 책 [지리의 힘]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지리와 많은 연관이 있다. 나는 서울 토박이다. 나에게는 경상도와 충청도 출신의 친구들이 있다. 


경상도 친구는 화끈하다. 시원시원하게 직진으로 말한다. 그리고 뒤끝은 없다. 앞에서 나에게 서운한 말 할 때는 좀 섭섭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친구다. 충청도 친구는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는다. 뭔가 '여지'를 남겨둔다. 이렇다는 건지, 저렇다는 건지... 처음에는 좀 답답했지만 말하는 스타일이 그런가 보다 했다. 서울 사람들은 깍쟁이 같다는 말을 듣는다. 여기저기 끼기보다는 자기 일에만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 같다.


미국도 지역마다 지역색이라는 게 있다. 나는 동부의 뉴욕 스테이트와 남부의 텍사스 스테이트 그리고 플로리다 스테이트에서 살았다. 평생 동안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도 수두룩 빽빽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물 건너 이사 와서 스테이트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동부와 남부의 특징이 몸으로 느껴진다. 서부는 안 살아보았지만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지역색이라는 게 날씨와 역사와 관련이 깊다. 서부는 일단 날씨가 좋다. 날씨가 좋은 곳에 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부는 이민이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태평양이 면해 있어 외부와 정보교류가 활발하다. 산업도 제조업보다는 첨단 기업인 IT기업들과 엔터기업이 많다. 사람들이 스스럼없고 잘 어울린다.


남부는 보수다. Deep South라는 말이 있다. '완전 보수'내지 '보수 꼴통'느낌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지역이고 대가족이 패밀리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인지 교회도 엄청 많고 종교색도 더 강하다. 동네에서 좀 친해지면 온갖 개인적인 것들을 묻는다. 쨍쨍한 햇빛만큼이나 사람들이 밝고 친절하다. 내가 뉴욕 스테이트에서 왔다고 했을 때 우리 옆집 아줌마가 말했다. '남부 사람들이 좀 더 친절하지 않아?' 처음엔 '이건 무슨 말인가?' 했다. 살아보니 맞는 것 같다. 더 살갑다고 해야 할까?


같은 동부도 남부인 텍사스와 남동부인 플로리다는 또 다르다. 그건 그들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텍사스는 'Lone Star State'라는 별칭에 맞게 독고다이다. 연방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Texan끼리 똘똘 뭉친다. 플로리다는 동부 쪽 성향이 강하다. 동부에서 휴가를 플로리다로 오기 때문인 듯하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뿐 아니라 남부에 있는 주들의 특징은 공부하러 동부나 서부 대도시로 나갔다가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동부는 좀 쌀쌀맞다. 서울깍쟁이처럼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 대신 경우는 또 바르다. 서부에 있다가 동부로 이사 온 뉴욕 살 때의 이웃이 말했다. 처음에 뉴욕 와서 사람들이 다 자기에게 화난 줄 알았다고. 아무도 눈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하고 얼굴도 굳어 있어서 '왜 이렇게 나에게 화가 났지?'라고 생각했었단다. 뉴욕은 디폴트가 눈인사 안 하고 무표정인가 보다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동부의 도시들은 좀 더 날씨가 찌뿌둥하고 경쟁이 심한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방어적으로 덜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지역에 오래 살다 보면 그 지역의 지역색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스테이트 간 이사를 하다 보니 지역색을 더 잘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사는 곳은 크게 보면 다 비슷하다. 어느 나라에 가도 사투리가 있는 만큼 지역색도 있다.


플로리다에 살아보니 날씨가 너무 좋고 바다가 가까이 있어 사람들이 여유가 있다. 꼭 경제적 여유가 아니더라도 서핑을 하건 낚시를 하건 캠핑을 하건 취미생활을 즐기며 사는 것 같다. 플로리다의 지역색이라 하면... 사람들이 따뜻하다. 날씨만 선샤인이 아니라 사람들도 선샤인이다. 요즘 허리케인이 연달아 들이닥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만은 없나 보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좋아서 '옥에 티'로 이런 허리케인이 들이닥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플로리다에서 살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감을 풀어보았다. 14화부터는 '플로리다에서 캠핑할래?'라는 소제목으로 연재하려고 한다. 플로리다 스테이트 파크들에 대한 정보와 캠핑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한국의 캠핑장과의 다른 점, 각 주립공원의 장단점등 플로리다에서 나의 찐 취미가 된 스테이트 파크 캠핑 에피소드도 대방출하겠다. 앞으로도 계속 목요일마다 만나길~~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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