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부터는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의 내용을 조금 바꾸어 보겠다. 지금까지 플로리다에서 살면서 느낀 점을 나누었다면, 지금부터의 연재는 플로리다에서의 캠핑라이프를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원래 캠핑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호텔과 리조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뭐 하려고 그 짐을 다 짊어지고 숲 속에 들어가냐?' 면서 남편이 캠핑 가자고 하는 것을 칼같이 거절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바뀌게 된 계기는 '코로나'다. 팬데믹 기간에 아무 곳도 못 가니 너무 답답했다. 호텔을 가려니 찝찝해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그나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캠핑을 선택했다. 마지못해 선택한 캠핑이 그 후로 나의 주말을 책임지는 가장 큰 취미가 될 줄이야! 역시 사람인생 아무도 모른다.
나처럼 이렇게 바뀌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캠핑 안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캠핑에 빠질 수도 있고, 지금은 캠핑에 미쳐있지만 어느 순간 싫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가 발발한 시점인 2020년부터 플로리다 주변의 주립공원(State Park)을 다니며 캠핑에 빠져 지냈다. 주변 다른 주의 스테이트 팍도 가보았다. 루이지애나 스테이트 팍과 앨라배마 스테이트 팍도 가보았다. 그리고 플로리다 스테이트 팍 만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한 플로리다 스테이트 팍에서의 캠핑과 그 주변에 같이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사는 펜사콜라가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의 서쪽 끝이므로 내가 경험한 스테이트 팍도 다분히 팬핸들 지역이다. 휴양지로 유명한 데스틴과 파나마시티를 비롯해서 바닷가 캠핑장뿐 아니라 강가와 호숫가 동굴옆등 다양한 지형의 캠핑장을 섭렵했다.
펜사콜라에 있는 주립공원인 [Big Lagoon State Park]으로 '플로리다에서 캠핑할래?'를 시작하겠다.
우선 플로리다 주립공원의 캠프그라운드 이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캠프그라운드 이용을 위해서는 예약하는 방법과 그냥 walk-in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Walk-in으로 가는 것보다는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한다. 예약은 전화로 하거나 온라인으로 한다. 플로리다의 경우 캠프그라운드가 캠핑카와 텐트 그리고 요트와 케빈 등 어떤 자리를 원하는지에 대해 선택항목이 많다.
RV나 tent나 1박에 20불이다. RV는 전기나 수도사용에 따라 추가 금액이 붙는다. 20불에 예약비와 세금이 또 붙는다. 이 주립공원은 1박씩 예약이 가능하다. 어떤 곳은 2박 이상부터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다. 취소수수료가 17.75불이다. 주립공원 주변에 쇼핑몰이나 음식점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 Big Lagoon State Park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미리 먹을 것들을 다 사서 캠프 그라운드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플로리다의 캠핑장은 1년 내내 인기가 많다. 특히 RV를 가지고 1달씩 예약하고 캠핑장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미리미리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6월부터 8월까지는 텐트 캠핑을 안 간다. 열대야라 텐트에서 밤에 잘 때 덥다. 4,5월과 9,10월이 텐트 캠핑의 꽃이다. 여름용 텐트로는 3월과 11월은 밤에 좀 추울 때가 있다.
Big Lagoon State Park는 가장 처음으로 캠핑을 간 곳이면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바다도 있고 습지도 있고 트레일도 있다. 그래서 비치에서 수영도 할 수 있고, 낚시도 할 수 있고, 카약도 탈 수 있고 long pond주변으로 트레일링도 할 수 있다. 비치는 모래밭이 좀 좁지만 비치체어를 펼치고 앉아 파도소리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바다가 잔잔하고 조용해서 카약 타기엔 정말 좋다. 바다와 호수 습지를 모두 끼고 있어서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주립공원에 들어가면 오피스를 만나게 된다.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하면 주립공원 입장료가 포함되는 셈이고 하루치기로 놀다 가려면 일일 입장료를 내야 한다.
Big Lagoon State Park
캠프그라운드는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아늑하고 좋다. 수도와 전기시설이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캠프그라운드의 중간중간에 있다. 여름에는 화장실이 에어컨이 나와서 제일 시원하다. 샤워실은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
Big Lagoon State Park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East Tower와 그 주변의 Boardwalk이다. East Tower는 Big Laggon State Park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생각이 많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이 타워에 올라가 넓디넓은 바다를 보고 있자면 나의 걱정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숲과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행복한 느낌이 몰려든다. 그러면 울렁이던 마음도 잔잔해진다. 차분해진 마음의 거울 위로 해결책이 살며시 떠오르곤 했다.
빅 라군 주립공원
이 멋진 이스트 타워가 2020년 허리케인 샐리가 덮쳤을 때 일부 무너졌다. 그래서 이스트 타워 주변을 다 통제했었다. 고치는 동안에도 BIg Lagoon State Park에 캠핑을 왔었는데 이스트 타워에 올라가 보지 못하게 되니 왠지 캠핑이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맛이 되었다. 이스트 타워를 복구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
2024년에 위풍당당하게 멋진 모습으로 서있는 East Tower를 다시 보니 아팠던 친구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난 것을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타워에 올라가 바다를 만나니 살랑살랑 바닷바람이 그간의 안부를 묻는 듯하다. Big Lagoon Stae Park에서 보았던 저녁노을(여기가 저녁노을 맛집이다), 캠핑하고 벌레에 왕창 물렸던 일(그 후로 항상 OFF와 스트로넬라 방향제를 준비한다), 따뜻한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해파리에게 물렸던 일(다행히 많이 붇지는 않았다), 카약 타고 바다로 나갔던 일, 보드워크 따라 주립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던 일, 캠프파이어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일등... 이 주립공원에서 캠핑하면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캠핑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이 비단 텐트 치는 법과 바비큐 맛있게 굽는 법만은 아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왜 사람들이 자연옆에 살고 싶은지, 공원과 산과 바다를 그리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캠핑을 하면 보통 때보다 휴대폰을 덜 봐서 자연스레 디지털 디톡스도 된다. 그래서일까?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유하는 추억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