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_02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노래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네~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넓은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사과와 용서가 여기에 나오는 사랑과 우정 또는 연인과 친구와 같은 사이라고 말하면 많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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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용서는 조금 더 무거운 개념이긴 하다. 내가 사과했다고 해서 받는 사람이 용서하란 법은 없다. 또 용서와는 별개로 시시비비를 따지려는 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개구리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 사람이 개구리에게 돌을 던졌다. 그 돌을 맞은 개구리가 꽥 성질을 냈다. 사람이 말했다. "개구리야 왜 이렇게 성질을 내?" 개구리가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너는 늘 나에게 돌을 던졌어.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사람이 말했다. "어! 그랬니? 난 몰랐네. 미안해. 용서해 줘~ 난 사과했다. 하지만 너도 내 앞에서 알짱거렸으니깐 내가 돌을 던진 거 아니겠니? 넌 잘못 없니?"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면 위의 사람은 개구리에게 사과한 걸까? 용서를 구한 걸까?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사과를 한 사람은 난 사과했다면서 계속 화를 내고 있는 개구리가 이상하다고 한다. 개구리는 저게 사과 냐며 용서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 둘 사이에서 이 모든 일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사과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안해'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정말 인정한 걸까? 아니면 내가 맘 편하기 위해 그냥 던진 걸까? 그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함인 걸까?
그 사람의 마음을 풀어줘야 진정한 용서가 이뤄지는 것이고 '사과'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사과를 받는 사람은 용서할 마음이 없는데 혼자 사과했다고 말하는 것, 나는 다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큰 자기만의 편협한 생각이며 도리어 상처를 주는 행동일까?
이렇게 사과와 용서는 서로 떼려야 될 수 없으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나는 이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인 일까, 내 마음만 편하자고 사과하는 것일까, 아니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원하니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안해' 또는 '죄송해요' 이 말은 짧지만 이 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짧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한 이 말이 상대방에게 닿았을 때, 그 사람의 마음에 주는 온기의 정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용서를 구하는 사과를 하자. 그리고 그보다 먼저 용서를 구할 일이 없도록 항상 말조심 몸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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